'꿈'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1.10 꿈 이야기
  2. 2012.01.07
  3. 2010.10.04 위안
  4. 2010.03.26 꿈의 권태에 대하여
Text2013. 1. 10. 22:48

 

 

오늘은 꿈을 두개 꿨다. 작업방에서 그림그리다가 잠깐 눈 붙이거나 할 땐 꿈 안꾸는데, 침실에서 침대에 누워 자면 꿈을 자주 꾼다. 처음 꾼 꿈은 내가 한달동안 이란에 굴을 잡으러 다녀오는 꿈이었다. 너무 생생했다. 이란에 간김에 아바야(눈만빼고 다 가리는 검은색 옷)도 사왔다. 그리고 나서 이란여행은 힘들다며 더 자야겠다며 다시 잠이 들었는데, 장소는 러시아였다. 러시아에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레일기차만 다녔다. 나는 버스를 타고 차장에게 저 기차를 타야 공항으로 갈 수 있냐고 물었더니 지금 당장 내리란다. 그래서 나는 광장에 덩그러니 서 있었고, 레일기차는 빠르게 내 옆을 지나갔다. 그런데 그 광장이 러시아 붉은광장이었다. 갑자기 저 멀리에서 하얗고 큰 괴물같은게 내쪽으로 걸어왔다. 아주 하얗고 악어가죽의 피부를 가진 개인데, 앞발 하나가 굉장히 컸다. 다른 사람들은 그 괴물들을 피해 달아났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괴물의 앞발 하나를 잡고 악수를 했다. 그리고나서 그 괴물한테 계속 쫓긴다. 나는 러시아의 학교 안으로 도망쳤고, 러시아 학생들이 줄을 서서 먹는 음식도 봤는데 초콜릿과 씨리얼이 섞인것을 종이컵같은데 담아서 먹고 있었다. 나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왜냐면 돈이 없었기때문에.ㅋㅋㅋ 바깥은 삐까뻔쩍한 건물들이 많았고, 난 아주 낡고 허름한 건물안으로 도망쳤다. 그런데 그 건물 벽화는 온통 데이비호크니 그림으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건너편 건물들은 아주 하얗고 비싼 호텔들이었는데 그 건물은 창문조차 없었다. 마치 베트남에 있을법한, 나무로 지어진 허름한 집이었다. 그 건물 꼭대기층까지 올라가니 바로 아랫층이 구멍을 통해 보였고, 주인할머니가 카펫 위 흔들의자에 앉아서 어떤 하얗고 작은 새를 만지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도이터 가방 50-60리터는 되보이는 큰 배낭을 맨 사람들이 속속 들어온다. 그곳은 게스트하우스였다. 나는 왠지 그 새가 이상하게 느껴져서 계속 꼭대기층에서 지켜봤는데 알고보니 그 악어를 닮은 개 같은 괴물이 변신한것이었다. 그 집주인이 키우는 동물이었다. 내가 누워서 잠이 들어야 하는 곳에는 침낭이 하나 있었는데 그 침낭을 들춰보니 바닥에는 그 괴물이 싸논 똥 덩어리들이 있었다. 나는 그 똥들을 무시하고 그냥 침낭위에 몸을 뉘였다.

 

눈을 떠서 페이스북에 올라온 친구의 글을 보았는데,(이집트 여행에서 만난 여행 광 친구다.) 이란과 러시아 여행을 가려다가 일본으로 가기로 정했다는 글이 적혀있는 것이었다. 정말 재미있는 우연이 아닐 수 없었다. 꿈을 꾸기전에 그 글을 본적도 없는데, 이건 어찌 된 일일까? 정말 신기했다. 나는 이미 지칠대로 지쳐서 이란과 러시아 여행을 몇달은 하고 돌아온 느낌이었다. 내가 아바야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고, 그 친구가 이란에 가면 내 선물로 사올거라는 글도 재미있었다. 나는 살아 생전 이란과 러시아를 가볼 수 있을까? 그런 경험을 누릴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는데, 가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꿈속에서 흥미진진한 여행을 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도 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내 여행보다도 더 스펙타클한 경험이 내 꿈 속에서 이뤄지고 있으니 말이다.

'Te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거 공간의 복지에 대하여  (0) 2013.01.17
수많은 질문들  (0) 2013.01.16
나를 위한 시  (4) 2013.01.09
배고픈 거미  (0) 2013.01.08
Illusion and Miracle  (0) 2013.01.07
Posted by goun
Text2012. 1. 7. 22:43

# 글을 읽고 가슴이 지릿지릿-하게 아파온다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한적이 별로 없는데, 소설가 한강의 글은 읽을때마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아니 그럴수 밖에 없게 된다. 한강 작가는 누가 봐도 글쟁이. 그리고 그녀의 글 안에서는 고여있지만 맑은 물 속의 올챙이향이 난다. 아주 투명하고 맑은 물 속의. 그녀의 글은 나의 혈관 이곳 저곳을 찌르고 할퀴고 쓰다듬고 저 깊은 곳의 무수한 기억들을 잠시 음미하게하고 기억의 잔류를 타고 흘러 무수한 꽃길을 걷게도 한다. 어느새 나는 걸어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고 있고 다시금 슬퍼지기도 하고. 오늘의 햇빛은 살얼음을 따라 빠르게 확산된다. 그리고 다시 녹아 형체는 사라진다. 오늘 나의 마음은...

# 꿈을 꾸다가 알람소리에 깨었다. '...' 메시지가 와 있었고. 꿈속에서 통곡하던 나는 눈을 뜨자마자 꿈속의 장소, 꿈속의 형상들을 기억해내려했다. 눈을 뜨고 한시간 가량을 숨만 쉬고 침대에 누워있는데, 귓가에서 쌕- 쌕- 거리는 나 이외의 다른 숨소리가 들렸다. 쌕- 쌕- 거리며 그 숨소리와 엇박으로 숨을 쉬어보았다. 이 숨소리는 어디에서 나는걸까? 이 집안에 나 이외에 다른 생물체가 살고 있나? 한참 그 숨소리에 귀를 귀울이다가 침대 아래로 몸을 떨어뜨려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고(아무것도 없었다), 슬금슬금 일어나 집안을 뒤적거리며 청소를 마쳤다. 이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Te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  (3) 2012.01.18
+  (2) 2012.01.11
좋은 기운  (0) 2012.01.02
걱정  (2) 2011.12.14
아, 엘리엇.  (0) 2011.12.06
Posted by goun
Text2010. 10. 4. 22:15

내게 꿈을 꿀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그 누구보다도 삶에 열정적이고 진지하고 솔직한 너희들이 있으니까 나는 외로워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렇게 디테일한 이야기들까지 나눌 수 있으니 나는 하나도 괴롭거나 답답하지 않다. 비가 내리는 학림 다방에서의 그 따뜻함과 가슴저림을 어찌 말로 표현하지. 행복한, 너무도 아름다웠던, 아홉시간의 위안.

'Te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책 안녕  (2) 2010.11.10
안창홍 선생님 홈피에서  (0) 2010.10.11
새벽 밤  (0) 2010.10.03
절실한 것  (0) 2010.10.02
비인칭의 기억  (0) 2010.09.21
Posted by goun
Text2010. 3. 26. 01:23

오늘 한강대교를 건너면서 나는 대교의 끝 너머에 있는 오밀조밀한 아파트단지들을 보며 이스탄불 신시가지를 떠올렸다. 마치 대교위를 건너는 나는 트램을 타고 갈라타교를 건너는 것 같았고.


***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악몽을 꾸었다. 귀신들의 바자회였는데 나는 막대기로 그들의 옷과 물건들을 골랐지만 얼굴에 핏기없는 두 여자는 내게 총을 겨누었다. 축축하고 약간 회색의 분위기가 나는 한옥집의 방과 방 사이에는 장난감 기찻길이 있었는데 그 주위로 또 총알들과 무기들이 잔뜩 널부러져있었다. 남자 귀신들도 나를 주시하고 있었고.

내게 꿈은 더이상 크리스탈처럼 반짝이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그것들의 윤곽만을 더듬을 뿐 더 이상 깊이 침식해들어가지 못한다. 아니, 그러지 않는다. 탁하고 어두운 꿈의 미로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마지막 윤곽만을 주시하고 더듬기만한다. 꿈이 드러내는 내면은 이전의 것처럼 이미지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며, 바닥에 떨어진 낙엽처럼 스쳐지나갈 뿐이다. 나는 꿈에서 권태를 느낀다.
나는 괴상한 수수께끼 그림을 마음속에만 구겨넣고 엉클어뜨린다. 오로지 자기애로만 뒤범벅된 말과 이미지일 뿐인 그것들을 구겨넣는다. 그리고 다시 해독하려하고 헤집어내고 (그러나 답은 없고) 다시 구겨넣고 해독하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숲 같은 내장속에서 작업은 점점 내게 말문을 닫으려한다. 그 말문이 트일때까지 나는 그 내장속에서 끊임없이 반복하게 될 것이다. 해독은 불필요해질것이며 점점 더 명료해질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것 자체가 권태로운 일이라는 것이.

'Text' 카테고리의 다른 글

Empty + Empty  (0) 2010.04.15
보들레르의 저항에는 출구가 없나?  (2) 2010.04.10
봄의 나날들  (2) 2010.04.09
예리한 시선  (0) 2010.04.01
무거운 것  (2) 2010.03.23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