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이 잘 안풀리는 날엔 몇시간씩 뚫어지게 작업만 바라보다가 결국에는 뒤 엎거나 글을 쓴다. 글을 아무리 써 보아도 결국 내 언어는 작업에 가닿지 못하고 슬픔만 남긴다. 나의 진실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함을 알지만, 애써 고독과 광기를 만들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한낮 배고픈 거미 같다. 새벽까지 끝이 나지 않는 이 허망한 시간들 사이를 오고가며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거미. 아침이라는 이름을 잃어버리고, 낯선 세계 안에 갇혀서 오늘도 방황하는 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