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2013. 1. 1. 21:50

신년. 나는 서른 한살. 

난 예전부터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정말 심도있게 할 수 있는 나이가 얼른 되기를 바랬는데, 그 시간이 얼마 안남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문득 묘한 느낌이 들었다. 내 나이 마흔이면 정말 내 삶이 작업과 하나가 되어 더욱 더 무르익을 수 있을까. 시간이 모든것을 무마해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때쯤이면 조금은 덜 불안하지 않을까. 내가 이십대에 생각했던 삼십대의 모습이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마흔에는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작업을 손에서 놓지 않기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그러나 그런 노력이 더 더 많아져야 한다고 느낀다.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말이다.

 

꿈과 목표는 다른 것이다. 이룰 수 있다면 그것은 목표이지 꿈이 아니라 하였다. 그 꿈을 위한 무수한 목표들이 있을 뿐이고,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 힘들고 어렵다해도 꿈이 있다면 버틸 수 있다. 나의 꿈은 너무 확고해서 지금껏 주변에서 뭐라 해도 내가 하고싶은 작업을 하면서 살았다. 몇번 전시가 엎어진적도 많았다. (내 작업이 그로테스크하기 때문에 판매가 잘 안될 것이라는 이유로.) 그러나 지금껏 4번의 개인전 모두 내 사비를 들여 하지 않았으니, 나를 선택해준 갤러리와 큐레이터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다. 진심으로. 그런 이유에서 전시가 엎어지고 작품이 판매로 이어지지 않았다고해서 작업의 방향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해에는 조금 더 나를 다그쳐야 한다. 그리고 마음속에 폭발직전의 열망들을 작업에 온전히 녹여내고 싶을 뿐이다. 작업 외에 불필요한 잡생각들, 그리고 여행에 관한 생각들 모두 조금 접어놓고 작업에만 매진할 계획이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자문을 많이 했었다. 여행 이후의 시간들이 내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준것은 사실이기에. 혼란스러웠고 막상 몇달동안은 아예 작업을 시작하지도 못해 힘들기도 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 과정은 정말 값진 것이었다. 나는 예전보다 내 주변을 더 돌아보게 되었고,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결론은 '나는 잘할 수 있다'이다. 옆에서 항상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있고, 내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사랑하는 사람도 있으니깐. 일자리를 잃은 것은 그저 가던 길에 놓인 돌멩이 하나쯤으로 생각하자.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그곳에 감사하게 될 날이 올것이니. 무엇보다도 내가 서른을 맞았던 작년 보다는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는 것. 그래서 올해의 시작을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있게 된것에 감사한다. 나는 마흔이 되어도 여전히 똘끼짓하면서 살고싶다. 흐흐. 아차! 그리고 올해엔 단행본 원고를 써볼까 생각중이다. 2007년 아트북스에서 에세이집을 계약하자고 했던 그 기회를 놓친것이 내 인생 전체를 통틀어 제일 한스러워서. 화이팅해야지. 으자자자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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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