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2012. 12. 19. 00:09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한 사람은 아주 멀리서 매일 매일이 빨간날인 것처럼 살고, 매일 매일 흔적을 남기는 사람은 하루를 어제처럼 산다. 나는 무엇을 견뎌왔고, 또 무엇을 이겨냈으며, 어떻게 살아가고,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내 안의 텅비고 흐린 기억들이 싫어서 여행을 택했고, 나는 가득 채워진 나와 포옹하며 결국 화해했다. 스물 다섯 이후의 기억들은 대게 무미건조하고 고통스럽고 냉소적인 기억들로 채워져 있다. 언제가 언제였는지 잘 모르겠다는듯이 난 그렇게 훌쩍 서른이 되었다. 그림을 이야기하고 그림 앞에서 힘들어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면 매번 문래동이 떠오른다. 그때의 나는 정말 어둡고 음침했고 또 내게 가장 어려운 것이 삶과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작업, 그리고 그것은 잘 살고자 했던 나의 마지막 발악같은 것이었다. 이전의 풋풋했던 추억이나 그리움도 나를 갉아먹는 좀벌레들 같았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훌쩍 잘도 떠났다. 그런데 그때마다 나는 알맹이가 없는 빈 상자를 어떤것으로든 가득 채우려고 했던 것 같다. 어딘가 공허하고 답답했던 그 시절.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나. 사라지는 것들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자연스럽게 잊혀지게될까. 아니면 애써 잡아놓으면 조금은 더 편할까. 나는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까. 정말 정말 진부한 이야기들이지만 한해 한해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이런 진부한 물음에 진실하게 다가가게 된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잘 살고 있는 것인지. 그렇지만 여행에서 만난 친구는 어른들은 종종 어린이인 척 하는거라고 내게 말했다. 어른인 척이 아닌. 조금 위안이 됬던 그의 말이 오늘 밤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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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