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로잉과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2006년에 썼던 글들이 촤르르 나왔다. 그때 정리해놓았던 문서들. 사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Nomad에 대한 리포트였는데 그 리포트에는 마지막에 '아직 개념 정리가 덜 되서 조금 더 정리하고 수정하겠습니다.'라는 말 빼고는 노마드와 관련된 것이 별로 없었다. 그저 나에 대한 기록들이 15페이지 정도 적혀있었고, 몇월 몇일 어떤 꿈을 꾸었는지와 왜 작업을 하는지, 드로잉들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그리고 오토마티즘적인 글쓰기가 2장 가량 있었다. 뭔가에 미친것처럼 그냥 그 세계에 온통 빠져있는 나를 발견했다. 지금의 나와는 너무 다른 모습으로. 그때의 나는 정말 미쳐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정말 몰랐는데.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는 많이 객관적인 사람이 되어있다. 다시 얘기하면 그만큼 나에게 몰입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인데, 내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혼자 어푸어푸 하고싶지 않았기때문이다. 이유가 어쨌건간에 작업을 하는데 있어 진정 몰입하지 못하고서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비엔날레 전시들을 보면서 해가 지날수록 점점 더 작품들은 자신이 아닌 바깥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무언가 가슴을 쿵- 하고 치는, 소름끼치는 작업 다운 작업은 발견하지 못했다. 온통 기록들과 개념 사이에서 방황하고 역사와 신념 사이에서 거대 담론들을 이끌어내려고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아주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매체들이 다소 지루했기 때문일수도 있다.) 아무튼, 2010년도 이제 두달이 채 남지 않았고, 내가 계획했던 작업량이 나오지 않아서 오늘은 하루종일 자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음메. 오늘까지만. 내일부터는 자책따윈 안녕이다.
Text2010. 11. 10. 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