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2010. 10. 2. 05:31
몇시간 동안 누워 언니와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목구멍으로 울컥울컥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꾹꾹 참았다. 여전하다는게 뭘까. 무엇이 나를 이토록 절망적으로 만드는걸까. 마음을 다잡고 수십번 결심하고 나를 다독여도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는 너무 확실한데)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기위한 에너지가 소진되어 나는 마음도 몸도 비루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100%의 에너지 중 나를 위한 시간의 절반도 할애하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이, 이 반복되는 상황이, 나를 절망의 끝, 아니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으니.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그렇게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살아가게 되면 어떻하지, 나는 안정된 삶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어떤 부귀 영화를 누리고 싶은 마음도 없는데. 그냥 하고싶은 작업을 하면서 살고싶은것인데. 어릴적부터 바라왔던 이 소박한 꿈이 내게는 욕심이라면? 잔인하다, 이건 너무 잔인해. 내가 기횔 놓쳐버릴 수 밖에 없었던 현실과 지금껏 지원해주지 못함에 대한 부모님의 미안함 섞인 걱정과 이제는 내가 지쳤을거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과 버티지 못하고 놓치게 될것을 두려워하는 이 상황은 정말이지 너무 잔인하다. 어둠이 있어야 별이 더 빛난다지만, 그 어둠앞에 검은 구름이 개이지 않으면 아무리 어둡건 밝건 별은 빛나지 못하게 될것을 안다. 그 어떤 위안도 없고, 답도 없고, 그냥 오로지 레종 데트르.

'해야함'의 절실함 마저 무너지게 될까봐 두려운거다. 그리고 지금 나의 주변에는 따뜻함이 전혀 없다. 

삶에 대한 욕심이 작업에 대한 욕심이니까, 그냥 그 자체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하는 것인지. 힘들어도 버티면서 해왔던 그 많은 일들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건 내 마음에 달린거니까, (비록, 그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것이라 할지라도) 지금 내가 잡고 버틸 수 있는 건 그것들밖에 없으니 그렇게라도 붙잡아야하는 것인지.
나약해질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 그것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온기라도 전해줄 수 있다면 그러고싶다.

우선 작은 일부터.
시간확보, 그리고 견뎌내기. 그저 그러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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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