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에 해당되는 글 278건

  1. 2022.05.15 달 밝은 밤에
  2. 2022.04.25 미룸과 미움
  3. 2022.02.03 불혹
  4. 2022.01.18 드디어 사진 촬영!
  5. 2021.12.21 척추 위생을 지키자
Diary2022. 5. 15. 22:35

오늘은 밤 산책을 나갔다. 그러다 하늘을 보는데 너무 크고 예쁜 달이 떠 있었다. 내 고등학교 동창이 죽은지 2주가 넘었다. 생각해보니 며칠을 까먹고 살 때도 있었다. 그러다 가끔 설겆이 하다가, 아기 기저귀를 갈다가, 길을 걷다가 생각이 나는 것이다. 내가 죽으면 내 친구들도 어느날엔 완전히 까먹고 있다가 아주 가끔 날 떠올려주려나... 요즘은 그냥 이런것들이 궁금해진다.

강화길 소설 <화이트 호스>를 읽으면서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모르기때문에 증오하면서도 그렇기때문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에 어렴풋이 나를 대입해본다. 내 마음같지 않은 관계들의 마지막은 항상 ‘말’이 문제고, 결국 내 마음을 왜 그렇게밖에 전달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생각때문에 자괴감에 빠진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지쳐가고, 관계에서 시작된 깊은 우울감의 나락으로 깊이를 알 수 없게 빠져버리는 느낌. 실체도 없고 이유도 모르겠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무기력함. 자책도 그만하고 싶고, 후회도 그만하고 싶고, 관계에 대한 생각도 그만하고 싶다.

고작 80년 정도 살다 가는 짧은 인생. 더 얼마나 행복하자고 훌훌 털지 못하고 이러는지. 결국 죽음 앞에서 주변인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때문인가? 무엇이 나를 이렇게 괴롭히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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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2. 4. 25. 02:53

# 전시 하나만 보고 달려온 긴 긴 시간들이 지나고... 별탈없이 전시를 마무리한지 벌써 한달 가까이 되어간다.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해야할 일들을 리스트업 해놨으나 왜인지 모르게 그 리스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마음속으로 다 미뤄둔 듯) 그저 내 앞에 닥치는 일들만 하나 둘 씩 처리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미룸의 사이 사이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뜨개’라는 “좋은” 취미가 떡 하니 자리를 잡았다. 뜨개를 할때만 비로소 생각이 비워진달까.(거의 명상 수준이다) 허리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프면서 왜 놓지 못하고 계속 하고 있는건지 나조차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마음이 허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자꾸만 곱씹을 일들이 생각나서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 전시가 끝나자마자 세식구는 코로나에 걸렸고, 2주 가정보육 후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그제서야 나도 좀 쉴 수 있었다. 그러나 잔기침은 아직까지도 계속 나오고 있고, 목구멍이 여전히 간질거린다. 조금의 자극에도 굉장히 예민해진 것 같은 느낌. SF 독서모임도 다시 시작했고 습관처럼 도서관에 들락날락거리며 책을 빌려오고 있으나 여전히 뭔가에 집중을 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그래도 너무 좋은건 울 아기랑 오랜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다는 것! 전시 준비한다고 주말에도 작업실에 나갔기때문에 24시간 붙어있는 시간이 아예 없었는데, 전시가 끝나자마자 아기랑 시간을 보내니 정말 행복하고 기쁘다. 아기는 세상 행복하게 웃고 내가 사랑을 주는 것의 몇배로 나에게 사랑을 되돌려준다. 하늘에서 내려준 천사같고, 요정같고, 내 보물이고, 내 전부가 됐다. 이런 존재가 생기다니... 이렇게 이쁜 아기가 내 딸이라니하며 하루에도 몇번씩 감격스러워 하는 중이다.

# 아기 덕분에 이렇게 행복한 날들임에도 과거에 벌어진 불편했던 순간들과 해소되지 않는 감정들때문에 종종 불면에 시달린다. 떠올려봐야 무슨 소용 있겠냐마는. 그때의 그 감정들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무작정 참거나, 이해하려하거나, 안좋은 상상을 하는 것 따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차라리 불편한 감정을 버릴 수 있는 오물통 하나 있다고 생각하면 편해질까. 다 쏟아버리고 싶다.
어릴 적 나를 뒤돌아 생각하면 왜 좀 더 깊이 생각하고 말하지 않았을까, 오해가 만들어질 것 같으면 입을 다무는게 낫지 않았을까, 조금만 더 참고 신중했다면 어땠을까, 좀 더 살가웠다면, 좀 더 책을 많이 읽었더라면... 등등의 후회들이 스쳐간다. 그랬다면 달라졌을까, 아님 달라지는 것 없이 또 다른 상처들이 생겼을까. 왜 나는, ‘젊을 때 그런 사람 몇이나 있어~ 다들 실수하고 상처 주고받으며 사는거지. 나이들어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거야.’라고 나에게 이야기하지 못할까. 이유는, 그때처럼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상처를 줬을 때) 나조차도 쿨하게 넘기지 못하기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드는 생각은 지금 내가 해야하는 건 미워하기를 최대한 유예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오물통을 더 큰 것으로 바꾸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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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2. 2. 3. 10:50

살다보니 내가 마흔이 됐다. 참 멀어보였던 숫자 40. 사실 10년 전, 20년 전에도 내 마음가짐이나 열정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나이가 들고 있구나 싶으면서도 정말 세월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요즘이다.

아기를 키우다보니 살아가며 정말 중요한게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주변에 똑똑하고 좋은 직업을 가지고 멋진 일을 한다해도 정서가 불안정한 사람들을 만나면 더욱 더 그렇다. 정서가 안정되지 않은 이들은 항상 주변에 피해를 주면서 자신은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 오래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어릴적부터 나에게 세상의 모든 일이 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것과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내가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과 노동의 어려움과 가난을 견뎌내는 힘을 알려준 나의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에 있어 마음의 단단한 근육이 조금씩 자라난 건 모든게 다 부모님 덕분이라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절대로 쉽게 해주시지 않으셨고, 집념과 성실함 그 두가지가 얼마나 삶을 살아가는데에 중요한 덕목인지를 알게해주신 것 같다. 나이 마흔에 그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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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2. 1. 18. 23:49

# 허리 디스크가 찢어진 이후로 거동이 불편해 괴롭던 과거의 나는 이제 없어졌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더니 요즘은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뛰기도 하고! 그러나 아직도 앉아있으면 허리와 꼬리뼈 통증이 있고, 앞으로 구부리는 건 무리가 되서 최대한 허리에 무리없이 생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책벌레인 울 아기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시간만 나면 책을 들고와 읽어달라고 하기 때문에 바닥에 앉아있는게 너무 곤욕이라 누워서 읽어주는 일상이긴 하다.ㅎㅎㅎ)
우여곡절끝에 사진 촬영날이 다가왔고, 작가분이 출장을 오셨는데 협소한 공간인지라 애를 많이 써 주셨다. 사진 촬영도 허리땜에 못하면 어떡하나 하고 전전긍긍 걱정하고 있었지만 하게되어 다행이었다. 19컷을 찍어주셨고, 또 미완성으로 못찍은 나머지 4점과 페인팅 3점, 드로잉 3점은 한달 안에 내가 다 찍어야 한다.

# 아기를 돌보며 전시를 준비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그냥 1년간을 로봇처럼 살아온 내가 떠올랐다. 일상이 잔잔해야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 일상의 잔잔함과 단순함을 위해서 내가 애써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내 그림들은 빠르게 그려낼 수도 없고 쉬운 그림들도 아니라서 한 작품을 몇달씩 붙들고서 계속 지우고 채우고 지우고 채우며 수 많은 고민들이 쌓인 결과물이었다. ‘이제는 완성이구나!’ 했던 작품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열심히 작업했어~ 토닥토닥 잘했다~!’ 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 내 메모장에는 오늘의 꿈, 요상한 꿈, 이상한 꿈, 잔인한 꿈 같은 제목으로 꿈이 엄청 길게 적혀있다. 꿈을 너무 많이 꿔서 아침에 눈뜨자마자 적는 패턴이다. 엊그제도 어제도 꾼 꿈이 지금도 생각이 나는 건 내가 디테일하게 적어둔 그 글들 때문이다. (글을 읽으면 이미지가 다 떠오르는데 글이 없으면 너무 금방 까먹는다.) 전시를 오픈하면 아마도 꿈을 꾸는 횟수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스트레스와 불안도가 올라가면 갈수록 내 꿈은 더 더 복잡하고 이상하게 변해가는 것 같다.
메모장 새글에 ‘전시가 끝나면 하고싶은 일’이라는 제목으로 몇글자 끄적여봤는데 내가 원하는 것들은 참 하찮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해서 웃음이 났다. 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그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인 것 같다. 아기를 키우면서 그렇게 변해갔는지도 모르겠고.

#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 전시가 끝나면 다음에 뭘 할지 구상했다.ㅋㅋㅋ 다음번에는 완전 다른 스케일과 다른 스타일과 다른 형상들을 그려야지! 넘 재밌겠다! 일단은 한달 뒤 개인전 오픈을 잘 해야한다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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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12. 21. 14:52

내 인생에서 여러모로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한번은 목디스크가 탈출 직전이어서 넘 힘들었던 시기 (2018년도)였고, 두번째는 허리 디스크가 찢어진 지금이라는 생각이 든다. 20-30대에 너무 불필요한 에너지들을 많이 소모하며 살아서인가? 그저 기초체력 하나 믿고 자주 야작하고,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구부정한 자세로 그림을 그렸던 나. 내 자신을 너무 돌보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던터라 40을 코앞에 두고 몸이 이렇게 되었나 싶은 것이다.

사실 타투를 배우고 시작하면서 일자목이 역C자가 되었고, 등받침이 없는 의자에 앉아 4-5시간이고 주구장창 눈알 빠지게 작업하다보면 등, 허리, 팔, 어깨, 목 다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내 개인 작업을 할때보다 훨씬 더 강도가 세게 아팠던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와중에 전시 준비도 계속 했고, 아기도 낳고, 육아도 했다. 아주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아기가 안아달라고 하면 계속 안아줬고, 목이나 어깨가 부서질 것 같아도 15개월간 모유 수유한다고 낑낑댔다. 이제는 두돌이 다 되어가는데 유모차를 안타고 안아달라고 해서 사이드 힙시트까지 구매해 12킬로 아가를 등원 + 하원할 때 안고 다녔다. 내 몸은 그렇게 서서히 무너지다가 결국 허리 디스크는 찢어졌고, 엉치뼈 통증에서 엉덩이 아래 허벅지까지 통증이 내려와 걷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기 기저귀를 갈아야하는데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았고, 기어다니면서 화장실을 다녔다. 발바닥을 땅에 딛으면 아파서 일상생활이 무너지던 그때, 큰 병원으로 갔고 뼈주사 6대를 맞았다. 통증은 순간적으로 완화되어 다시 걷고 앉는데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아졌다. 그치만 통증만 완화이고 상처는 그대로 있는거라서 꾸준히 재활을 해야한다고 했다.

나는 지금 코르셋 복대를 차고 걸어다닌다. 얼마전 오픈한 전시장에는 한번도 방문하지 못했고, 작업실도 못가고 침대에 누워있다. 작업실에 가서 서서 그림을 조금 그리고 오면 그 다음날에는 다시 엉덩이쪽으로 통증이 내려오는게 느껴졌다. 난 지금 개인전이 두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거동도 어려우니 어떻게해야하나 싶다. 한달 뒤에는 촬영을 해야하는데 말이다. 걱정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되는게 없으니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디스크가 탈출되지 않은게 어디야 라며. 몸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해줘서 더 마니 안좋아지지 않은게 어디야 라며.

주변에서는 다 휴식을 해야한다고 하는데, 나는 아기 엄마고 아기를 케어해야한다. 밥도 줘야하고, 옷도 입히고, 씻기고, 놀아주어야 한다. 영하의 날씨였던 며칠 전 아침, 아기가 안아달라고 했는데 계속 못 안는다고 하니 20분을 울었다. 그 추운 날... 아기 얼굴은 콧물 눈물 범벅이 되어 결국 나는 못버티고 다시 아기를 안아주었다. 근데 최근에는 아기가 내가 아픈걸 아는지 안아달라고 떼쓰지 않는다. 유모차 태우려고 하면 발버둥치던 아기가 요즘 얌전히 잘 앉는다. 이제 곧 두살이 되는 내 아기. 아기를 위해서 허리 재활 잘 하고, 빨리 낳아서 맘껏 우리 아기 안아줄 날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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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