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21. 6. 10. 13:31

# 어제는 이모와 이모부에게 학대당해 죽은 10살 하임이(서연이_가명) 영상을 보다가 엉엉 울고 말았다. 울 아기를 데릴러 가는 중이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파서 숨도 잘 안쉬어졌다. 울 아기 얼굴을 보자마자 정신을 차리긴 했는데, 하루종일 그 영상 속 하임이 얼굴이 맴돌았다. 귀신들린 아기라며 악귀를 빼내야된다고 그랬다는데, 그 미친 이모년 본인이 마귀에 들린건 몰랐나보다. 아이의 온몸은 시퍼런 멍 투성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묶고 물고문을 하다니 이게 진짜 괴물이지 사람이 맞느냐말이다... 개똥 먹이는 영상이 한 두개가 아니라는데, 친모는 아이 때리라고 도구까지 사서 전달했단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어떻게 아이를 때리면 두눈이 시퍼렇게 될 수 있지? 갈빗대도 나갔는데 계속 체조 시키는 영상이 수십개다. 괴물이다. 괴물... 하임이 생각만 하면 예전 정인이 사건때 처럼 막 가슴이 미어지고 너무 아프다. 어딘가 납골당에 잘 안치되어 있다는데, 그곳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 다음 생이 있다면 내 딸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내가 엄청 많이 사랑해줄 수 있는데. 하임이가 너무 안됐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줄줄 난다.

# 오늘은 정인이의 두돌 생일날이다. 이쁜 정인이 영상을 몇개 봤다. 꺄르르 웃으면서 애교부리는 영상. 또 가슴이 미어진다. 얼마전에는 할머니와 엄마에게 학대받던 5살 아기가 가까스로 구출되었다는 기사를 봤는데, 아기 몸무게가 지금 울 아기(2살) 몸무게보다 적게 나갔다. 그냥 뼈 밖에 없었다... 그 아기는 이제 어떻게 살게 될까. 어른의 보살핌이 가장 필요한 나이인데, 어떻게 버텨낼까. 어른으로서 진짜 미안하다는 생각밖에는 안든다. 지금 나는 '버려지는 태아와 죽음을 당한 아이들의 존재를 위로하고 가해자들에게 천벌을 내리는 지옥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작업을 할 수 없을 만큼 감정적으로 힘이 든 상태다. 그래도 작업을 해야하겠지.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은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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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21. 5. 31. 23:05

지난 날들에 후회와 미련이 조금도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후회한다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 지금껏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후회가 다 무엇일까. 미련이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요즘 꾸준히 소윤의 음악을 들으면서 소윤이라는 사람이 참 궁금해졌고 오래전부터 팔로우했으나 꼼꼼히 보지 않았던 탓에 지나가버려 놓친 피드의 글을 다시 읽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내 어린시절이 자꾸 복기되면서 자꾸만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그래서 소윤의 음악이 나에게는 좀 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릴적의 나는 내가 갈구하는 것들의 실체가 눈 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게 뭔지 너무 명확하게 잘 알았다. 직감으로 아는 것이었는데 거의 맹신 수준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치만 너무 바쁘게 살았기에 작게 쪼개져버린 시간들 속에서 손가락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들 처럼 훌 훌 많이도 바람에 날려갔다. 그걸 그저 지켜만 봐야했던 수많은 상황들이 참 슬펐다. 시간이 부족해서 읽지도 못하는 책들이 쌓여가고, 하고싶지 않은 일들을 너무 많이, 그리고 오래 해야만 했던 그 많고 많던 시간들속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들과 최대한 부딪히지 않으려 애쓰던 내가, 하고싶은 말들은 너무 많은데 수줍어 말 못하고 자신이 없어 주저하던 내가, 꼭 꼭 눌러담아 꺼내기 싫던 그 치기어린 날들의 내가 있었다. 어떻게든 그 보이지 않는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서 너무 많은 애를 썼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렇게까지 매년 개인전을 하고 수술대 위에 올라가야 했을까. 누군가는 내가 그렇게 살아왔기에 지금의 단단한 모습과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애티튜드가 만들어진거라 말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때와 다른 여유는 없는 것 같다. 단지 상황이 너무 달라졌기때문에 생기는 자의 반 타의 반의 시간 싸움속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윤은 내가 잃어버렸던 그때의 자기자신을 간직하고 잘 씹어 삼키며 소화하고 있다. 내가 땅을 파야지 생각하고 씨앗을 사야지 생각만 하다가 땅이 말라버린 날들이 많았다면 소윤은 깊이 깊이 땅을 파고 그 땅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는 것이다.
만일 내가 공교육을 받지 않고 내가 하고자했던 그 명확한 것들에 더욱 더 집중했다면 내 마음속의 화와 불안, 침체된 어둠보다는 나의 내면을 좀 더 다독이고 관찰할 수 있었을텐데. 조금 더 일찍 말이다. 그랬다면 치기어렸던 내 어린 시절을 조금 더 다독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소윤의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느낀다. 잘한다고 박수쳐주고 너무 멋지다고 응원하고 싶다. 십년 후 이십년 후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꿔본다.

어떤 인터뷰에서 십년 뒤에도 가수를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을 했는데 소윤은 너무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지금은 그 십년이 엄청 길게 느껴질런지도 모른다. 그치만 내 경험으로 비추어보아 25살 이후로 시간은 정말 미친듯이 빠르게 흘러갔다. 정말 하루하루 열심히만 살았는데 그냥 서른이 되어버린 느낌. 그리고 또 열심히 살았는데 정신차려보니 30대 후반이 되어있었다. 지금부터 십년이래봤자 서른 다섯인데,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대도, 그냥 하고싶은 작업을 계속 하고있다보면 언젠가 십년이 되고 이십년이 흘러 있게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매년 전시를 끝내고나면 너무 힘들어서 이제는 그만 할때가 되었나... 좀 쉬어야겠다 하고서 쉴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또 다시 모터가 윙윙 돌아가곤 했다. 그건 약간 관성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나의 작품활동은 이제 15년째가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존버중이다. 소윤도 나도 꾸준히 존버하며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건 나한테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지도.

Posted by goun
Diary2021. 5. 7. 13:39

구 국군광주병원 : 이 곳은 5.18의 역사와 삶이 공존했던 곳이다. 기밀 장소 였어서 지도에도 표기가 안 되는 곳. 

 

이 장소를 보고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예약 없이 무작정 택시로 이동했다. 이 곳은 총 7동의 병동이 있고, 그게 뒤쪽에서 하나의 복도처럼 쭉 이어져있다. 그러니 바깥을 나가지 않고도 7개 병동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말.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느낌이 정말 싸하면서 좀 으슬으슬 춥고 무섭기도 했다. 과연 어떤 작품들이 이 장소에서 빛을 내고 있을까 너무 궁금했다. 그런데 예약하지 않고 간 사람들은 우리의 기차 시간 한참 뒤에나 입장을 시켜준단다. 그래서 이거 어쩌나, 다시 돌아가야 하나, 아까운 택시비.... 이러고 있는데, 그 안에서 갑자기 "미술 관계자분들이세요? 하고 물으셔서 작가라고 하니까 그냥 들여보내주셨다. 오 하~! 내가 가지고 있는 예술인 패스도 종종 쓸모가 없을 때가 많은데 왠지 오늘의 작가 패스가 기분이 좋긴 좋았다.  

 

공간이 주는 아우라...말해 뭐해. 정말 한동 한동 전시를 보는데, 여기 안 왔음 정말 후회할 뻔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돌아오는 기차 시간에 딱 맞게 전시를 보았다. 이 전시는 다 보는데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도착했을 땐 너무 흐린 날씨였는데 전시를 다 보고 나오니 고새 맑아졌다. 푸른 하늘보단 회색 하늘이 이 공간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광주 비엔날레 당일치기. 셔틀도 제때 못 타고, 본관과 병원 두 군데밖에 못 돌았지만 전시가 너무 좋아서 기분이 업되는 그런 날이었다. 

Posted by goun
Diary2021. 5. 7. 13:28

항상 시간에 쫓기는 두 처자는 며칠을 고민하다 하루 전 재빨리 광주 KTX를 예매하고 오전 7시 반 기차를 타기 위해 용산에서 만났다. 광주까지 소요시간은 약 2시간. 도착하자마자 유명하다는 순대국밥집에서 한 그릇 뚝딱하고서 비엔날레 본관까지 택시를 탔다. 원래 셔틀이 있지만 시간이 굉장히 애매하기 때문에 아침을 포기하면 10시에 광주 송정역 지하철 3번 출구 근처 택시 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우린 배가 고파 포기.ㅋㅋㅋㅋㅋ) 택시로는 30분 정도 걸린 것 같고, 이날 날씨가 너무 우중충하고 비도 오고 해서 빨리 전시장으로 이동했다. 

1층은 무료 관람이라 그런지 동선이 매우 어지럽고 이리저리 작품들이 널려있는 느낌이었는데, 다른 관 부터는 동선 짜임이 괜찮았다. 큐피커를 다운로드하여 갔기 때문에 작품들 번호 앞에서 작품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면 된다. 그래서인지 전시를 훌훌 보려고 했으나 꼼꼼히 보게 되는 효과가...ㅎㅎㅎ (5관까지 꼼꼼하게 보려고 하다 보니 막판에 다리가 진짜 아팠다.) 이런 저질 체력으로 어딜 가나 싶은 생각이 들어 본관 전시를 보고 난 뒤, 두 곳을 포기하고 한 곳만 가게 됨. 

 

전반적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작가들 작품들 특히 페인팅이 좋았다. 그리고 엄청 좋았던 영상이 있었는데, 정작 그 작품은 사진에 담질 못했다. 자콜비 새터 화이트 작가의 작품이었고 제목은 '우리가 서로를 다치게 할 때 그곳은 지옥이 된다'이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작가의 엄마를 레퍼런스로 삼아 작업했고 영상은 정말 눈을 떼기 어렵게 강렬했다. 영상작품들을 끝까지 잘 보지 못하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본 영상이다.ㅎㅎㅎ 빨리 본다고 봤는데도 4시간 가까이 걸렸다. 다시 밥을 먹고 우린 구 국군 광주 병원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2편에서 계속)

Posted by goun
Diary2021. 4. 28. 15:18

오늘 SF독서모임에서는 스스로 '고독'해지기를 자처하는 것과 타인들과의 모든 연결고리가 끊어진 '고립'을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고독사가 아닌 고립사로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정말 그런 것 같다. 고독과 고립은 너무 다른 결을 가지고 있으니까. 사후에 얼마나 오랜 시간 고립이 되었는가로 고독사의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니까. 함께 모임을 하는 분들 중에는 결혼하지 않고 아기를 낳지 않았더라면 늙어서 혼자 외롭게 살다가 고독사(or고립사) 했을 것 같다는 분들이 나 말고 2명이나 더 계셨다. (정말 반가웠다.ㅋㅋㅋ) 싱글일 때는 청소도 대충하고 살고, 빨래도 일주일에 1-2번 돌렸나 싶고, 장도 거의 안 봤다. 나는 뭘 먹고살았던 걸까? 부모님이 물려주신 건강한 몸을 20살에 독립하며 15년 동안 서서히 망가뜨렸고, 한의원에 가면 맥이 안 잡힌다고, 면역력 '0'라고,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말도 들었었는데. 전시만 했다 하면 여기저기 아파서 수술하고 이렇게 살아 뭐 하나 하면서도 매번 책 읽고 영화 보고 전시 보고 작업만 하면서 그렇게 살았다. 돈 되는 일은 할 줄 아는 게 없고, 그쪽으로는 머리가 전혀 돌아가지 않는 유형. 나에게는 현재와 근 미래만 있지 먼 미래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할 수도 없었다. 당장 먹고사니즘을 해결해야 했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15년 간 월세 인생을 살았던 걸까?   

그런데 지금은? 결혼과 육아 때문에 너무너무 바쁜 하루를 산다. 싱글일 때도 엄청 바빴는데 그땐 머리가 많이 바빴고, 지금은 몸을 계속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는 게 좀 다른 점일까. 하루에 설거지를 평균 2-3번 정도 하고, 2일에 한 번씩은 꼭 바닥 청소를 해야 한다. 쌓이는 머리카락과 먼지는 왜 그리 많은지! 그리고 하루에 1-2번은 빨래를 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기 빨래와 어른 빨래가 엄청나게 많이 쌓이게 되니. 작업실에는 일주일에 거의 6일을 간다. 그중 하루는 온종일 청소하고 아기 음식을 만드는 데에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전부터 이른 오후 시간까지, 약 5-6시간 정도를 아주 효율적으로 잘 써야 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새벽에 아기가 눈을 뜨면 바로 내게 책을 들이밀기 때문에 계속 책을 읽어줘야 한다. 오전에도 등원 전까지 20권 정도 읽는 것 같고, 아기 하원 후에도 집에 오면 자기 전까지 20권은 거뜬히 읽는다. 아기는 독서광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하루 30-40권 정도는 읽고 있다. 이제 15개월 된 내 아기. 이렇게 계속 책을 좋아하고 글밥 많은 책들을 사다 나르다 보면 내 체력도 엄청 중요해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말 살려고 발악을 하며 일주일에 두 번 운동을 간다. 작업실에서 잠깐 글 쓰고 책 좀 읽고 점심 먹다 보면 작업할 시간이 자꾸만 밀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딱 돌이 지나자마자 아기가 어린이집을 갔는데, 나와 애착형성이 매우 잘 되어있어서 헤어지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엄마는 언제든 내 옆에 있고, 나를 데리러 오니까. 나는 그 시간에 엄청 신나게 놀면 되는 것! 어린이집에서 더 놀고 싶어 해서 한 시간을 더 늘리기로 결정한 것도 아기가 또래 친구들을 너무 좋아해서다. 우리 집 아기는 정말 복덩이다. 엄마에게 그 한 시간은 너무 긴 시간이거든...!^^ 이런 건 기대하지도 않았었는데 붓질을 더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아기라니. 내 인생은 이렇게 많이 달라졌다. 이제 내 인생이 나만의 것은 아니니까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 같다. 정신도 좀 차리고, 현실적인 부분들도 고려해가면서. 그러지 않으면 내 육체는 점점 안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니. 오늘도 힘을 내어본다. 김보영 작가님의 글을 인용해보자면, "어제와 같은 일상을 보내서 행복하다. 오늘이 어제와 같아서 행복하다. 모든 것이 변함없이 제자리에 있어서 행복하다."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