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에 해당되는 글 278건

  1. 2021.12.08 나의 몫, 너의 몫
  2. 2021.11.10 전시하는 꿈
  3. 2021.11.09 힘들었던 날. 아기와 함께 작업실.
  4. 2021.10.25 근황
  5. 2021.10.14 엄마라는 이름
Diary2021. 12. 8. 02:51

# 어떤 관계든 선한 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하면 결국 나쁘게는 꼬이지 않는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나라는 사람을 미워하려 마음먹은 사람에게는 그 믿음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안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한 의지로 인해 미움도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도 그럴것이 그 '미움'이란 대체 뭘까?, 미움의 밑바닥에는 뭐가 있을까?, 그것을 정의 내릴 수 있는 실체라는 건 엉킨 실타래 같은것이 아닐까 자주 생각했기 때문이다. 풀기 어려워도 애쓰면 결국 풀어지는 그런 것 말이다. 그러나 그 미움이라는 감정은 내 것이 아니고 그들의 것이니 손을 놓아야겠다, 생각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다. 그리고 그 마인드컨트롤이 성격상 잘 되지 않는것도 문제다.

# 어릴적에는 내 스스로도 완벽하지 못하면서 단점이 많은 친구들이 불편하고 싫었다. 내가 포용할 수 없는 부분의 단점일 경우엔 참고 참다가 의절을 하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어가며 드는 생각은, 차라리 그렇게 단점을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그나마 인간적이고 낫다는 것이다. 빨리 거리를 두어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데 쿨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좋은 사람인 척, 다 맞춰주는 척 하며 속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그런 사람들이 더욱 악질인 경우를 많이 봤다. 상대방에게 난 이게 좋고, 이게 싫다는 의견도 일절 내색하지 않으면서, 타인이 계속 자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반복하게 만들어서 자신의 미움을 정당화 하려는 사람. 상대에게 그 어떤 관계 회복의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분노를 쌓아가다가 결국에는 모든 잘못을 상대에게 투사하고 개스라이팅하는 부류. 자신의 단점은 최대한 꼭 꼭 감추면서 속으로는 비난, 멸시, 차별, 무시... 그렇게 포장을 해봤자 결국 그런 사람은 그런 사람일 뿐이고, 결국에는 다 드러나기 마련인 것 같다. 그러나 겉으로는 너무 나이쓰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아차리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제는 내 몫을 책임져주지 않을 사람들의 말은 귀담아두지 말고,

나를 알아봐주고 이해해주는 진짜 사람들과 행복하게 잘 살고싶고, 그것이 바로 내년의 목표다. 사는거 별거 있나. 그저 내가 잘 하는 것을 열심히 하면서 하루 하루 소소한 행복들을 쌓아가면 되는 것. 내 친구, 내 가족들, 내 동료들과 함께 좋은 시간들을 많이 만들어가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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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11. 10. 16:03

2022년 다이어리를 샀고, 3월 초 개인전은 2월 말로 앞당겨졌다. 고작 일주일 앞당겨졌는데 뭔가 3월에서 2월로 오픈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급 초조. 다이어리에 디데이를 거꾸로 적어가며 계산해보니 정말 얼마 남지 않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만 같았다. 나 이래도 괜찮은걸까. 겨울의 시간은 더 빠르게 지나갈텐데. 뭔가 마음이 너무 초조해져서 될일도 안될 것만 같은 그런 하루하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시가 가까워지면 항상 전시하는 꿈을 꾼다. 3일 전에는 갤러리에서 디피하는 꿈을 꿨다. 작품이 무지 많아서 고르느라 좀 힘겨웠던 느낌으로 잠에서 깼다. (현실은 그 반대...) 2일 전에도 작품 관련 꿈을 꿨지만, 오늘의 꿈이 대박이었다. 내가 깨달아야 했던 뭔가를 꿈에서나마 보여준 것만 같았다. 꿈속에서 나는 엄청 많은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쇼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가기 직전에 구상을 바꿔서 아예 그 퍼레이드를 완성 시키지 못했다. (하필 꿈에서는 작품 대신 뽀로로 스티커가 나왔다. 뭐냐;;;) 옆에는 조큐레이터님이 나의 지지부진한 행동을 계속 지켜보고만 계셨다. 나도 너무 미칠 것 같았는데 꿈에서는 손이 느려져서 더 답답했다. 내 퍼레이드는 완전히 망쳤는데 내 바로 뒤에 있던 다른 작가는 선택과 집중을 엄청 잘 해서 영상 두개로 빠방! 하면서 완전히 좌중을 압도했다. 나는 스티커를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허송세월을 다 버렸는데 말이다. 눈을 뜨니 내 침대가 아닌 아기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차, 새벽에 아기가 깨서 계속 엄마를 부르며 울어서 다시 안아 재우고는 그 옆에서 쓰러져 잠이든 것이었다. 그런데 눈을 뜨자마자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한다는 생각에 번뜩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다짐. 아기를 정신없이 원에 보내고, 화방에 들렀다가 다시 작업실에 왔다. 이 꿈이 내게 말해준건 엄청난 것이었다. 정말로 지금의 나는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 후회가 없을것이다. 시간은 부족하고, 욕심은 많고... 걱정이 태산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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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11. 9. 09:31

이제 갓 22개월이 된 나의 아기와 함께.

이 날은 아기를 봐줄 사람이 없어 아기를 안고 버스를 타고 작업실에 왔다. 평일엔 어린이 집에서 아기를 봐주는 동안 그림을 그리지만 주말에는 변수가 많다. 지금까지 양가 조부모님들의 손을 빌리지 못해 더 더욱이 그랬다. 마음이 급했던 나는 그림 그릴 캔버스의 대각선 뒤쪽 소파에 아기를 앉히고, 유리 테이블 위에 영상을 틀어놔줬다.(어쩔 수 없었다) 그러고 나는 그림 그리느라 정신 없어서 캔버스만 보고 있었는데, 순간 콰당!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아기가 완전히 대자로 뻗어 바닥에 널부러져서 자지러지게 울고있었다... 너무 놀라 아기를 덜렁 들어올리고 보니 아기의 입이랑 턱에 피가... 어디에서 피가 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입 바깥과 안쪽 둘다 상처가 난 것 같았다. 아마도 소파에 서 있다가 미끄러져서 유리 테이블에 박으며 넘어진 듯 했다. 아기 얼굴에 피를 닦고 있으니 내가 뭔짓을 한건가 싶어 작업실에 간지 한시간 반만에 다시 아기를 안고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집에 와서 아기 몸을 구석 구석 보다보니 입가에 붓기가 가라앉으면서 상처가 보였는데 딱 유리 모서리 자국이었고, 갈비뼈 쪽에도 주욱 그어진 상처 하나가 보였다. 옷이 두꺼워 상처가 나지 않았을거라 생각했는데 그 상처를 보니까 좀 세게 부딪히긴 했구나, 정말 천만 다행이구나 싶었다. 아무튼 나는 너무 속상했는데 애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잘 놀았다. 마음이 무지 힘들었다. 마포문화재단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은 위경련으로 쓰러졌고, 난 누워서 모기를 13마리째 잡았다. (어디서 이렇게 모기가 나오는거냐.....ㅠㅠ) 그래도 더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하루, 아프지 않은 하루가 되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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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10. 25. 00:09

# 나는 요즘 너무 피곤한 날과 그럭저럭 괜찮은 날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산다. 그마저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평생 운동을 제대로 해본 적 없던 사람이 아기를 출산했으니 그 이후의 삶은 안봐도 뻔하지. 출산 전부터 안좋던 목이나 어깨 등쪽은 점점 더 심각하게 굳어가는 느낌이고, 그냥 온몸이 돌덩이처럼 무겁다. 그리고 출산 전보다 몸이 10킬로나 불어있어서 뭘 하든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아기가 내 눈 앞에 있으니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보는게 맞다. 정말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한다. 이제 올해가 지나면 내 나이의 앞자리수가 바뀌니, 정말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야한다.

금요일엔 아기가 콧물이 나서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했고, 가정보육을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유모차끌고 작업실에 나왔는데, 낮잠도 안자고, 작업실을 뛰어다니며 기름통에 손을 넣었다가 카펫에 쏟고, 그림에 끄적끄적 낙서하고...내가 잠깐이라도 눈 앞에서 안보이면(화장실갈때) 울고불고 난리가 나서 겨우 2시간 정도 나무를 몇개 그리다가 왔다. 토요일에는 아기가 요즘 엄마를 많이 찾아서 산책하고 놀아주다가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작업실에 나와서 저녁까지 딱 3시간 작업하고 집으로 갔고, 일요일에는 아기와 놀아주던 아빠 허리가 나가는 바람에 작업실에서 작업하다 다시 집으로 가서 애를 봤다. 작업을 하려고 하면 자꾸 무슨 일이 생기고, 내 손이 필요한 순간이 생기니까 집중을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풀리지 않는 작업을 한달 두달 세달째 바라만 보면서 한숨만 푹푹. 

그래도, 육아하면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하는걸까. 아니면 그냥 작업을 좀 놓고 내 몸을 더 챙겨야 맞는걸까. 몸을 챙긴다는 핑계로 붓을 안들면 자꾸만 더 더 오래 붓을 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압박감과 불안이 들텐데. 내가 그 스트레스를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더딘 작업 속도보다 더 큰 스트레스인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내 작업에 대한 확신없음이다. 확신이 서지 않는 작업들을 몇달간 보고있자니 나도 답답하고, 진이 빠지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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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10. 14. 15:02

딸은 이제 만 2살도 되지 않는 작고 꼬물거리는 아기지만, 아침만 되면 짹짹이 보러가자고, 안아서 베란다 나가자고 하고, 책 읽어달라고 책책 책책 책 그러고, 우유 달라고 우유 우유 우유 그러고, 창가에 같이 붙어 하늘을 보면 짹짹아~ 하고, 달 달 달을 부르고, 맘마를 달라고 하고, 맘마를 다 먹고나면 (바)나나를 달라고 하고, 나나를 먹고나서는 내가 먹던 떡을 쓱 낚아채 입에 물고 냠냠한다. 상위에 놓인 포도를 한알 따서 작은 손으로 껍질을 눌러 까 입안에 쏙 넣고 씨는 오물오물 입안에 물고 있다가 내가 손을 뻗으면 뱉는, 너무 작고 귀여운 생명체다. 

계단을 오를때는 가끔 내 손을 싹 뿌리치면서 스스로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려고 하고, 자기 전에는 어둠 속에서 내 얼굴을 만지고 탐색하며 왼쪽 볼 오른쪽 볼 번갈아가며 계속 자신의 입술을 대 본다. 깔깔 웃고, 엄마 보고싶었어? 하면 으으으으으응 한다. 아침에 일어날때 내가 옆에 누워있으면 그 작고 통통하고 부드러운 손으로 내 볼을 스윽 스윽 쓰다듬는다. 귀여운 아기. 엄마는 계속 노력할게. 우리 아기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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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