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21. 6. 21. 01:24

오늘은 아기와 함께 작업실에 나왔다. 아기는 내 붓을 들고 휘적휘적거리며 작업실을 활보하고, 짜논 물감들에 자꾸만 손을 대려고 했다. 집에서는 안됀다라는 말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환경을 많이 바꿔놓았지만 작업실은 아기의 호기심 천국이었다. 난 어쩔 수 없이 안돼 안돼 하면서 아기 뒤를 쫑쫑 쫓아다니며 물감과 팔레트들을 치웠다. 워낙 저지레 없고 얌전한 아기여서 헤집고 다니지는 않았으나 작업을 하려니 어쩔 수 없이 유모차에 앉혀 키즈 프로그램을 보여주었다. 집에도, 작업실에도, 티브이 없이 산지 십 년 가까이 되었는데, 얼마 전 오래 이용한 통신사에서 무료라며 준 티브이가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어린이 티브이 채널이 따로 있어서 까투리 만화를 틀어줬다.ㅎㅎㅎ 나는 아기 옆에서 붓질을 몇 번 하고, 다시 아기 얼굴을 보고, 또 붓질을 몇 번 하고, 다시 아기를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작업이 되는 둥 마는 둥 하였다. 그냥 붓질만 하고 있었던 거 같다. 망친 건가 싶기도...

사실 오늘은 아침에 또 악몽을 꿨다. 아기가 새벽같이 일어나 계속 책을 읽어달라고해서 잠에 취한 나는 비몽사몽 책을 읽어주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다시 잠이 들어버렸고, 아기 아빠가 아기를 케어하는지도 모른 채 렘수면 상태로 악몽을 꾼 것이다. 내가 아기를 잃어버리는 꿈. 이 꿈은 벌써 3번 정도 꿨고, 꿀 때마다 너무 생생해서 그날 컨디션은 완전 최악이 된다.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잠에서 깨어나니 부엌에서 아기 웃음소리가 들렸다. 꿈에서 깨어나서는 울기 직전이었는데 그 소리에 너무 큰 안도감이 들었다. 이런 꿈은 정말 꾸기 싫은데, 화장실 꿈 이후로 가장 많이 꾸는 꿈인 것 같네. 내가 어디까지 어떻게 아기를 잘 돌봐야 이런 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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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