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에 해당되는 글 271건

  1. 2023.03.13 봄이 왔다.
  2. 2022.10.11 안전하지 않은 세상
  3. 2022.05.19 위로를 삼킨 조각 _홍근영 개인전 (gallery jacob)
  4. 2022.05.15 달 밝은 밤에
  5. 2022.04.25 미룸과 미움
Diary2023. 3. 13. 15:09

# 항상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고, 내일은 무엇을 해야할지, 이번달 목표는 무엇인지, 올해 이뤄내야하는 계획은 무엇인지...효율적인 것들을 따지며 중시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현재의 나와는 정말 다른 그때의 나. 지금의 나는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비효율적이어서, 도태되는것 같아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한다. 금전적으로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더라도 내 마음의 평온함을 위해 기꺼이 선택한다.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일지라도 나에게 더 편안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매일을 열심히 사는 것. 그것에서 바로 자기 효능감을 느끼고, 고되고 힘들어도 견디면 된다는 마음으로 지내곤 했는데, 이제는 조금 더 나의 건강과 안정을 위해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아기는 매일 매일 자라면서 내게 많은 사랑과 신비로움을 안겨주고 있고,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기때문에 효율을 따지는 것 자체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것이다. 부모의 희생을 전제로 한 관계는 건강하지 못하다 생각하는데, 적어도 그런 희생 없이 생명을 키워내는건 말도 안되고 쉽지 않은 일인 건 분명하다. 

# 무엇이 나를 이렇게 여기까지 이끌었을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그것들은 다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아기를 키우면서 아기와 나누게되는 상호작용과 다양한 감정들이 나의 삶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바꾸었는지, 내가 무엇을 알게되었고, 그간 무엇을 전혀 모르고 살았었는지. 

# 얼마 전 게릴라로 만난 오래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들은 열정적이었던 나의 20-30대를 떠올리게 했다.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지인들을 만나고 있다보면 왜 자꾸 그때 생각이 나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지 모르겠다. 뭔가 엄청난 것들이 바뀌었는데, 그 변화가 새롭고 좋으면서도 이상하게 그리워지는 기분. 그러나 다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나는 절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무엇이든 얻으면 내어주어야 하는 것이 삶인지도. 그 친구 덕분에 나는 오늘도 힘을 내고 정신을 차려본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나는 여기에 있고, 가능성은 열려있고, 나는 그대로 나고, 언제나 꿈을 꿀 수 있는 내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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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2. 10. 11. 14:40

# 얼마전 **지역 삼남매 살인사건에 대한 기사와 관련 영상을 봤다... 육아를 하면서 이전에는 단 한번의 폭행도 없이 사랑으로만 키웠었는데, 타인에 의해 가스라이팅을 당하게되면서 그런 자식들을 매질로 죽이고 부활할것이라 믿으며 시체와 함께 있었다가 발견된 사건이었다. 아이들의 부패 정도는 심각했다. 혈액과 내장들이 다 썩어 검게 된 표피층... (사진을 보니 마치 불에 탄 발 같았다.) 근데 그렇게 되려면 몸 안에서 부패액이 많이 나왔을거라 하는데, 그 부모들은 아이들의 부패액을 닦아가며 다시 살아날것을 기대했을까? 정말이지 그 행위들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순간적으로 눈물이 났다. 아무리 가스라이팅을 당했다해도 눈 앞에 아이들이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데, 어떻게 그 생각들-아이들 몸속에 마귀가 들었다는-을 온전히 밀고나갈 수 있는걸까? 그들의 마음이 지옥이고, 잔인한 행동을 이끄는 생각들이 지옥이고, 그런 상황을 만들게 된 이유가 바로 지옥이다. 그런 그들이 지옥 자체고, 그걸 바라보아야 하는 지금 여기가 지옥이다. 그 지옥속에서 사랑하던 부모의 손에 맞아 죽던 아가들의 명복을 빌고 또 빈다. 가엾은 아가들... 하늘에서는 맘 편히 쉬었으면 좋겠어.

# 요즘 우리 아가는 "엄마 힘들어? 내가 도와줄까?"라는 말을 많이 한다. 기특+기특하다. 아직 만 3살도 안된 아기가 남을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정말이지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아가들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반짝거리지. 이런 아가들이 모두 행복한 세상이 만들어져야 할텐데 아동 사건사고는 나날이 늘어만가네. 그리고  내가 사는 지역에는 대규모 소각장이 생긴다고 한다. 안그래도 소각장이 있었는데 거기에 더 추가로 1700톤이 넘는 서울의 모든 쓰레기가 이 동네로 온다는 말. 시도때도 없이 소각할텐데, 기후 안전 둘째치고 당장 내 눈앞의 건강부터 신경써야하는 상황이 온거다.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안전하지 않는 땅, 안전하지 않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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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2. 5. 19. 10:42

홍작가님 작품은 인스타로만 봤고 실제로는 처음 봤다. 계속 실물이 보고 싶었는데 어제 드디어 작품들을 보았고, 한번의 눈길에도 계속 빨려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했다. 작품들의 색감은 엄청 다채롭고, 재질도 정말 다양해서 자유분방하면서도 볼거리가 많았다.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최근 내 스스로를 자책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느낌이었다. 작가님도 사람을 성장시키는 그런 작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하시면서 오히려 흙을 만지는 행위를 통해 위로를 받으셨다한다. 언제나 진심은 통하는 법인가... 작품들을 보면서 복잡했던 생각들이 좀 정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좀 나아졌다. 어떤 생각만 하면 가슴 안에 스모그가 꽉 차서 뿌옇고 답답하고 앞도 안보이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 스모그가 조금씩 옅어지는 그런 느낌이었달까. 작품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나는 좋은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작가님들을 언제나 깊이 깊이 응원하고 싶다. 그 에너지가 나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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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2. 5. 15. 22:35

오늘은 밤 산책을 나갔다. 그러다 하늘을 보는데 너무 크고 예쁜 달이 떠 있었다. 내 고등학교 동창이 죽은지 2주가 넘었다. 생각해보니 며칠을 까먹고 살 때도 있었다. 그러다 가끔 설겆이 하다가, 아기 기저귀를 갈다가, 길을 걷다가 생각이 나는 것이다. 내가 죽으면 내 친구들도 어느날엔 완전히 까먹고 있다가 아주 가끔 날 떠올려주려나... 요즘은 그냥 이런것들이 궁금해진다.

강화길 소설 <화이트 호스>를 읽으면서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모르기때문에 증오하면서도 그렇기때문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에 어렴풋이 나를 대입해본다. 내 마음같지 않은 관계들의 마지막은 항상 ‘말’이 문제고, 결국 내 마음을 왜 그렇게밖에 전달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생각때문에 자괴감에 빠진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지쳐가고, 관계에서 시작된 깊은 우울감의 나락으로 깊이를 알 수 없게 빠져버리는 느낌. 실체도 없고 이유도 모르겠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무기력함. 자책도 그만하고 싶고, 후회도 그만하고 싶고, 관계에 대한 생각도 그만하고 싶다.

고작 80년 정도 살다 가는 짧은 인생. 더 얼마나 행복하자고 훌훌 털지 못하고 이러는지. 결국 죽음 앞에서 주변인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때문인가? 무엇이 나를 이렇게 괴롭히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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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2. 4. 25. 02:53

# 전시 하나만 보고 달려온 긴 긴 시간들이 지나고... 별탈없이 전시를 마무리한지 벌써 한달 가까이 되어간다.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해야할 일들을 리스트업 해놨으나 왜인지 모르게 그 리스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마음속으로 다 미뤄둔 듯) 그저 내 앞에 닥치는 일들만 하나 둘 씩 처리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미룸의 사이 사이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뜨개’라는 “좋은” 취미가 떡 하니 자리를 잡았다. 뜨개를 할때만 비로소 생각이 비워진달까.(거의 명상 수준이다) 허리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프면서 왜 놓지 못하고 계속 하고 있는건지 나조차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마음이 허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자꾸만 곱씹을 일들이 생각나서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 전시가 끝나자마자 세식구는 코로나에 걸렸고, 2주 가정보육 후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그제서야 나도 좀 쉴 수 있었다. 그러나 잔기침은 아직까지도 계속 나오고 있고, 목구멍이 여전히 간질거린다. 조금의 자극에도 굉장히 예민해진 것 같은 느낌. SF 독서모임도 다시 시작했고 습관처럼 도서관에 들락날락거리며 책을 빌려오고 있으나 여전히 뭔가에 집중을 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그래도 너무 좋은건 울 아기랑 오랜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다는 것! 전시 준비한다고 주말에도 작업실에 나갔기때문에 24시간 붙어있는 시간이 아예 없었는데, 전시가 끝나자마자 아기랑 시간을 보내니 정말 행복하고 기쁘다. 아기는 세상 행복하게 웃고 내가 사랑을 주는 것의 몇배로 나에게 사랑을 되돌려준다. 하늘에서 내려준 천사같고, 요정같고, 내 보물이고, 내 전부가 됐다. 이런 존재가 생기다니... 이렇게 이쁜 아기가 내 딸이라니하며 하루에도 몇번씩 감격스러워 하는 중이다.

# 아기 덕분에 이렇게 행복한 날들임에도 과거에 벌어진 불편했던 순간들과 해소되지 않는 감정들때문에 종종 불면에 시달린다. 떠올려봐야 무슨 소용 있겠냐마는. 그때의 그 감정들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무작정 참거나, 이해하려하거나, 안좋은 상상을 하는 것 따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차라리 불편한 감정을 버릴 수 있는 오물통 하나 있다고 생각하면 편해질까. 다 쏟아버리고 싶다.
어릴 적 나를 뒤돌아 생각하면 왜 좀 더 깊이 생각하고 말하지 않았을까, 오해가 만들어질 것 같으면 입을 다무는게 낫지 않았을까, 조금만 더 참고 신중했다면 어땠을까, 좀 더 살가웠다면, 좀 더 책을 많이 읽었더라면... 등등의 후회들이 스쳐간다. 그랬다면 달라졌을까, 아님 달라지는 것 없이 또 다른 상처들이 생겼을까. 왜 나는, ‘젊을 때 그런 사람 몇이나 있어~ 다들 실수하고 상처 주고받으며 사는거지. 나이들어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거야.’라고 나에게 이야기하지 못할까. 이유는, 그때처럼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상처를 줬을 때) 나조차도 쿨하게 넘기지 못하기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드는 생각은 지금 내가 해야하는 건 미워하기를 최대한 유예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오물통을 더 큰 것으로 바꾸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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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