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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6.23 인생 17개월 차
  2. 2021.06.21 아가와 작업실 나들이
  3. 2021.06.16 하늘이 예쁜 오늘
  4. 2021.06.10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은 언제 올까
  5. 2021.05.31 성덕의 꿈
Diary2021. 6. 23. 23:45

내 아기는 오늘도 또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갓 태어났을때는 눈에 촛점도 없어서 당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도 안되고 그냥 멍한 표정이 주 였는데, 돌이 지난 후 아가의 성장은 어마무시하게 신비로운 일들로 가득찼다. 어떻게 이렇게 성장을 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아이는 이제 뛰고, 말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고, 목소리도 점점 크게 내고, 내가 하는 모든걸 따라하려고 한다. 머리카락을 집어 봉다리에 넣는 시늉을 하고, 돌돌이로 먼지들을 떼어내고, 주전자 가져와 하면 가져오고, 기저귀 통에 넣어 하면 통에 넣고, 읽고 싶은 책 골라와 하면 골라오고, 책 다시 제자리에 꽃아놔 하면 꼽고, 앉아, 눕자, 일어나봐, 그림그리자, 치카치카, 맘마 등등 기본적인 행위들은 다 알아듣는 것 같고, 바나나 버스 까치 치즈 우유 물 등등의 단어들을 말하려고 하고, 자기 전에는 이불~이불~하고, 토닥토닥도 하고, 비누방울을 불려고 바람을 훅훅 불고, 뽀뽀해달라 안아달라 하면 다 알아듣고 그대로 한다. 이건 뭐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눈앞에서 보고있자니 엄청나게 놀랍고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주변의 모든걸 흡수하는 느낌이랄까. 아기는 이런 능력을 애초부터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정말 위대한 힘이다.
얼마전 어린이집에서는 텃밭에서 감자를 캤다고 한다. 이건 너무 그럴싸하잖아?ㅋㅋㅋㅋㅋ 사진을 보고 웃겨서 말이 안나왔다. 너무나도 진지한 표정.ㅋㅋㅋㅋㅋ

엄청나게 작은 손으로 많은 걸 하고 있다. 내가 가르쳐주지 않은 것들까지도 다 배우고 경험하고 있는 아기. 아기라는 존재는 스스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너무 너무 신비롭고 대단하고 기특하고 멋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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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6. 21. 01:24

오늘은 아기와 함께 작업실에 나왔다. 아기는 내 붓을 들고 휘적휘적거리며 작업실을 활보하고, 짜논 물감들에 자꾸만 손을 대려고 했다. 집에서는 안됀다라는 말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환경을 많이 바꿔놓았지만 작업실은 아기의 호기심 천국이었다. 난 어쩔 수 없이 안돼 안돼 하면서 아기 뒤를 쫑쫑 쫓아다니며 물감과 팔레트들을 치웠다. 워낙 저지레 없고 얌전한 아기여서 헤집고 다니지는 않았으나 작업을 하려니 어쩔 수 없이 유모차에 앉혀 키즈 프로그램을 보여주었다. 집에도, 작업실에도, 티브이 없이 산지 십 년 가까이 되었는데, 얼마 전 오래 이용한 통신사에서 무료라며 준 티브이가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어린이 티브이 채널이 따로 있어서 까투리 만화를 틀어줬다.ㅎㅎㅎ 나는 아기 옆에서 붓질을 몇 번 하고, 다시 아기 얼굴을 보고, 또 붓질을 몇 번 하고, 다시 아기를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작업이 되는 둥 마는 둥 하였다. 그냥 붓질만 하고 있었던 거 같다. 망친 건가 싶기도...

사실 오늘은 아침에 또 악몽을 꿨다. 아기가 새벽같이 일어나 계속 책을 읽어달라고해서 잠에 취한 나는 비몽사몽 책을 읽어주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다시 잠이 들어버렸고, 아기 아빠가 아기를 케어하는지도 모른 채 렘수면 상태로 악몽을 꾼 것이다. 내가 아기를 잃어버리는 꿈. 이 꿈은 벌써 3번 정도 꿨고, 꿀 때마다 너무 생생해서 그날 컨디션은 완전 최악이 된다.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잠에서 깨어나니 부엌에서 아기 웃음소리가 들렸다. 꿈에서 깨어나서는 울기 직전이었는데 그 소리에 너무 큰 안도감이 들었다. 이런 꿈은 정말 꾸기 싫은데, 화장실 꿈 이후로 가장 많이 꾸는 꿈인 것 같네. 내가 어디까지 어떻게 아기를 잘 돌봐야 이런 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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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6. 16. 14:26

작업실 작은 창문 사이로 바람도 숭숭 들어오고, 하늘도 예쁘고, 좋은 날이로다. 오늘은 작업 진짜 열심히 하고 아기랑 산책하러 멀리 나가야겠다.^^

Posted by goun
Diary2021. 6. 10. 13:31

# 어제는 이모와 이모부에게 학대당해 죽은 10살 하임이(서연이_가명) 영상을 보다가 엉엉 울고 말았다. 울 아기를 데릴러 가는 중이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파서 숨도 잘 안쉬어졌다. 울 아기 얼굴을 보자마자 정신을 차리긴 했는데, 하루종일 그 영상 속 하임이 얼굴이 맴돌았다. 귀신들린 아기라며 악귀를 빼내야된다고 그랬다는데, 그 미친 이모년 본인이 마귀에 들린건 몰랐나보다. 아이의 온몸은 시퍼런 멍 투성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묶고 물고문을 하다니 이게 진짜 괴물이지 사람이 맞느냐말이다... 개똥 먹이는 영상이 한 두개가 아니라는데, 친모는 아이 때리라고 도구까지 사서 전달했단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어떻게 아이를 때리면 두눈이 시퍼렇게 될 수 있지? 갈빗대도 나갔는데 계속 체조 시키는 영상이 수십개다. 괴물이다. 괴물... 하임이 생각만 하면 예전 정인이 사건때 처럼 막 가슴이 미어지고 너무 아프다. 어딘가 납골당에 잘 안치되어 있다는데, 그곳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 다음 생이 있다면 내 딸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내가 엄청 많이 사랑해줄 수 있는데. 하임이가 너무 안됐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줄줄 난다.

# 오늘은 정인이의 두돌 생일날이다. 이쁜 정인이 영상을 몇개 봤다. 꺄르르 웃으면서 애교부리는 영상. 또 가슴이 미어진다. 얼마전에는 할머니와 엄마에게 학대받던 5살 아기가 가까스로 구출되었다는 기사를 봤는데, 아기 몸무게가 지금 울 아기(2살) 몸무게보다 적게 나갔다. 그냥 뼈 밖에 없었다... 그 아기는 이제 어떻게 살게 될까. 어른의 보살핌이 가장 필요한 나이인데, 어떻게 버텨낼까. 어른으로서 진짜 미안하다는 생각밖에는 안든다. 지금 나는 '버려지는 태아와 죽음을 당한 아이들의 존재를 위로하고 가해자들에게 천벌을 내리는 지옥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작업을 할 수 없을 만큼 감정적으로 힘이 든 상태다. 그래도 작업을 해야하겠지.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은 언제 올까. 

Posted by goun
Diary2021. 5. 31. 23:05

지난 날들에 후회와 미련이 조금도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후회한다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 지금껏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후회가 다 무엇일까. 미련이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요즘 꾸준히 소윤의 음악을 들으면서 소윤이라는 사람이 참 궁금해졌고 오래전부터 팔로우했으나 꼼꼼히 보지 않았던 탓에 지나가버려 놓친 피드의 글을 다시 읽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내 어린시절이 자꾸 복기되면서 자꾸만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그래서 소윤의 음악이 나에게는 좀 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릴적의 나는 내가 갈구하는 것들의 실체가 눈 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게 뭔지 너무 명확하게 잘 알았다. 직감으로 아는 것이었는데 거의 맹신 수준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치만 너무 바쁘게 살았기에 작게 쪼개져버린 시간들 속에서 손가락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들 처럼 훌 훌 많이도 바람에 날려갔다. 그걸 그저 지켜만 봐야했던 수많은 상황들이 참 슬펐다. 시간이 부족해서 읽지도 못하는 책들이 쌓여가고, 하고싶지 않은 일들을 너무 많이, 그리고 오래 해야만 했던 그 많고 많던 시간들속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들과 최대한 부딪히지 않으려 애쓰던 내가, 하고싶은 말들은 너무 많은데 수줍어 말 못하고 자신이 없어 주저하던 내가, 꼭 꼭 눌러담아 꺼내기 싫던 그 치기어린 날들의 내가 있었다. 어떻게든 그 보이지 않는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서 너무 많은 애를 썼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렇게까지 매년 개인전을 하고 수술대 위에 올라가야 했을까. 누군가는 내가 그렇게 살아왔기에 지금의 단단한 모습과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애티튜드가 만들어진거라 말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때와 다른 여유는 없는 것 같다. 단지 상황이 너무 달라졌기때문에 생기는 자의 반 타의 반의 시간 싸움속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윤은 내가 잃어버렸던 그때의 자기자신을 간직하고 잘 씹어 삼키며 소화하고 있다. 내가 땅을 파야지 생각하고 씨앗을 사야지 생각만 하다가 땅이 말라버린 날들이 많았다면 소윤은 깊이 깊이 땅을 파고 그 땅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는 것이다.
만일 내가 공교육을 받지 않고 내가 하고자했던 그 명확한 것들에 더욱 더 집중했다면 내 마음속의 화와 불안, 침체된 어둠보다는 나의 내면을 좀 더 다독이고 관찰할 수 있었을텐데. 조금 더 일찍 말이다. 그랬다면 치기어렸던 내 어린 시절을 조금 더 다독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소윤의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느낀다. 잘한다고 박수쳐주고 너무 멋지다고 응원하고 싶다. 십년 후 이십년 후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꿔본다.

어떤 인터뷰에서 십년 뒤에도 가수를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을 했는데 소윤은 너무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지금은 그 십년이 엄청 길게 느껴질런지도 모른다. 그치만 내 경험으로 비추어보아 25살 이후로 시간은 정말 미친듯이 빠르게 흘러갔다. 정말 하루하루 열심히만 살았는데 그냥 서른이 되어버린 느낌. 그리고 또 열심히 살았는데 정신차려보니 30대 후반이 되어있었다. 지금부터 십년이래봤자 서른 다섯인데,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대도, 그냥 하고싶은 작업을 계속 하고있다보면 언젠가 십년이 되고 이십년이 흘러 있게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매년 전시를 끝내고나면 너무 힘들어서 이제는 그만 할때가 되었나... 좀 쉬어야겠다 하고서 쉴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또 다시 모터가 윙윙 돌아가곤 했다. 그건 약간 관성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나의 작품활동은 이제 15년째가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존버중이다. 소윤도 나도 꾸준히 존버하며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건 나한테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지도.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