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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4.26 미래의 예술가
  2. 2021.04.21 이렇게 아름다운 _단유일기 2
  3. 2021.04.19 15개월간의 기쁨 _단유일기 1
  4. 2021.04.14 수요일
  5. 2021.04.14 생각 정리
Diary2021. 4. 26. 12:26

함께 웁쓰양 작가님 전시 보러 갔다가 그림도 한점 구입하고, 엄마 작업실에 와서 이것저것 만져보는 중.

커서 뭐가 되려나? 매일 밤마다 나에게 뽀뽀해주는 나의 보물, 나의 사랑, 나의 천사.

Posted by goun
Diary2021. 4. 21. 14:51

# 단유 한 지 3일째가 되었다. 첫날은 배고픈 곰돌이 이야기를 해주면 다 이해하는 것처럼 응, 응, 하다가도 바로 대성통곡하고 그랬는데, 이튿날에도 그렇게 울까 걱정하다가 최근 읽었던 동화책 내용을 조금 각색하여 아가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아기를 눕히고 아주 조용히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장난감도 재우고 인형도 재우고 아기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재우고 아기 옆에 토끼를 눕혔다. 아기는 내 행동을 골몰히 지켜보더니 내가 하는 것처럼 토끼 인형을 재우기 시작했다. 인형 손 잡아봐~하니까 한 손으로 인형 손을 잡고서 다른 한 손으로는 인형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너무 귀여워서 울 뻔.ㅠㅠ) 그렇게 아기는 인형을 재우는 시늉을 하면서 나를 빤히 봤다. 아기는 뭘 아는지 젖을 먹지 않아도 내가 옆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안정감을 얻은 듯했다. 옆에 누워있는 내 얼굴을 만지면서 나를 보고 눈을 깜빡여서 내가 눈을 깜빡거려주었는데, 그러면 아기는 그 교감에 너무 신나 했다. 그 순간은 너무 아름다워서 아기와 나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아기는 그렇게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내 얼굴을 만지며 서서히 잠으로 빠져들었다. 아기가 울지 않고 편안하게 잠을 자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 이뻤다.

# 언제나 내가 준비가 안되어 있던 것이다. 모든것에서. 내가 젖을 뗄 준비가 안되었던 거지 아기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잘해주었다. 젖을 떼자마자 밥을 잘 먹지 않던 아기는 밥을 무지 잘 먹었다. 어린이집에서도 엄청 잘 먹고(맨날 간식 2는 아예 안 먹었었는데) 집에서도 저녁에 국을 4번이나 리필했다. 이거 실화??? 아침에도 오트밀 한 그릇 뚝딱이다. 정말 안 먹어서 내 속 시커멓게 되고 발 동동 굴렀던 과거는 다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아기는 이 세상이 얼마나 신기하고 다 재미있을까. 다양한 음식들의 식감이 얼마나 궁금할까. 이제 15개월 산 아기는 내 마음을 다 안다는 듯 한 그런 표정을 짓는다. 아기는 천사 같고 신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단유를 할 수 있게 도와준 아기에게 정말 고맙다. 아기에게도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15개월이 된 것이 참 행복하다. 이제는 오케타니 한 번 받고 끝내면 될 것 같다. 이 시간이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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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4. 19. 14:27

# 15개월간 아기에게 매일 젖을 주었다. 아기가 태어나고는 젖이 잘 나오지 않아서 (다른 엄마들처럼) 빨리 단유를 할까 생각도 했었지만 난 그러지 않고 매일매일 젖을 물리고 유축을 하며 아기가 먹는 양이 맞춰질 때까지 노력을 했다. 모유가 잘 나와야 해서 불어 가는 내 몸은 아랑곳하지 않고 밥을 엄청 많이 먹었고, 미역국도 질릴 때까지 먹었다. (맥주도 논알코올로만 가끔 먹었더니 맥주 맛을 잊어버렸다.ㅎㅎㅎ) 그 15개월간 나는 매일 밤 아기를 안고 잠이 들고 새벽에도 1-2번씩 깨서 아기를 안고 젖을 줬다. 아기는 내 품에 있어야 안심을 하고 다시 잠을 잘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아기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었던 너무나 큰 것을 15개월 만에 빼앗는다 생각하니 여러모로 슬퍼졌다. 언젠가는 단유를 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당장 할 생각은 없었는데, 체력이 딸린다 싶던 차에 어린이집에서도 강력하게 권유를 했던 터. 단유를 해야 아기가 밥을 잘 먹을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지금 아니면 더 어렵겠지 싶어 큰 맘을 먹고 단유를 해보자 생각한 것이다.

나는 최대한 아기가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인 곰돌이 단유법을 선택했고, 계속 달력에 하루하루 엑스표를 치면서 이날 곰돌이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아기는 아는지 모르는지 내 얘기를 듣고 곰돌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응? 응? 거렸다. 대망의 단유 날이 되자 아기는 많이 울었다. 배고픈 곰돌이가 먹어야 하니까 아기는 곰돌이한테 양보하자, 아기는 우유도 먹고 밥도 먹고 하니까 양보해줄 수 있지? 하면 아기는 알아들은 것처럼 하고 가슴에 붙인 곰돌이 그림 밴드를 보고는 안녕하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지금까지 먹여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해~하니까 허리를 굽혀 인사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슬퍼진 아기는 대성통곡을 하고 내게 빨리 젖을 달라고 손으로 파닥파닥 하며 내 옷을 들추고 울었다. 밤에는 한 시간쯤 울다가 잤고, 새벽에는 깨자마자 젖을 찾았는데 안 주니까 한 시간 반쯤 울었다. 나도 매일 아기를 안고 젖을 줄 때 엄청 행복했는데, 그걸 안 하고 슬퍼하는 아기를 보고만 있어야 하니 너무 슬펐다. 아기와 연결되었던 뭔가를 끊어내는 느낌이랄까. 나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어야 했던 것이다. 아기는 엄마와의 연결을 끊어내며 마음이 많이 아프고 슬프겠지... 나 또한 그렇고. 주변 사람들은 왜 여태 주고 있냐며 주지 말아라, 며칠 울리면 된다 하지만 막상 아기를 보고 있으면 그게 정말 어렵다. 그래도 어제오늘 많이 힘들었는데 젖을 다시 물리지 않았다. 슬픈 마음이 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아기를 꼭 안고 토닥토닥해주고 달래주었다. 아기의 닭똥 같은 눈물이 줄줄 떨어질 때 보고 있기가 힘들지만 내일도 내일모레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나 자신에게도 토닥토닥해주고 싶은 심정.

# 아기가 크면 이때의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몸은 힘들었지만 너무 좋았던 시간으로 기억할 것 같다. 아기는 너무 작고 좋은 냄새가 난다. 손을 잡고 있으면 작은 손톱들을 하나하나 매만지게 되고, 가녀린 팔과 손목을 잡으면 너무 얇아 으스러질 것 같아 조심조심한다. 아기는 기억하지 못하는 그 시간들을 나는 평생 기억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어떤 장면들은 너무 또렷하고 생기 넘치게 기억할 것이다. 아기가 젖을 먹으며 웃을 때, 젖을 문 입으로 갸릉갸릉하며 내는 웃음소리는 어떤 것도 흉내 낼 수가 없다. 그 작은 손으로 만지작하면서 내 심장 가까이에 손을 대거나 어떨 때는 아기의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잡는다. 너무 큰 행복감으로 가득한 얼굴로 사랑한다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어제도 울면서 내 볼에 자신의 볼을 비비고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어깨를 빨고 있었다. 사랑하는 내 아기. 최대한 마음이 다치지 않게 단유 하고 싶다. 아기에게 좋았던 시간으로 남기 위해서. 

# 새벽까지 우는 아기를 달래고 어린이집에 보낸 뒤, 지친 마음으로 작업실에 와서 넷플릭스 영화 MAMA를 보았다. 슬픈 장면들이 몇개 있었는데, 죽어서도 아기를 잊지 못하는 엄마 귀신은 끝까지 유골이 된 아기 시신을 안고 서럽게 울었다. 이제는 이런 영화를 보는 게 너무 힘이 든다. 그냥, 아, 엄마니까 저렇겠지 이렇게 감정이 끝나버렸던 예전과는 달리 그 엄마와 같은 심정이 되어 함께 울게 된다. 며칠 전 세월호 7주기였다.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는 추모를 하는 피드를 올리는 것 마저 너무 미안해졌다. 그 엄마들을 어떻게 살고 계실까. 감히 생각도 하지 못하겠고 말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기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더 이상 아동학대 기사들을 읽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지켜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너무 미안하다. 이렇게 나의 단유 이야기는 사과로 마무리... 내일은 아기를 더 더 사랑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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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21. 4. 14. 15:24

한달 반만에 손톱만했던 새싹이 이렇게 자랐다. 정말 너무 너무 예쁘다... 잎이 반짝 반짝 빛난다. 살아있는 모든것에 경이로운 느낌이 들고, 괜히 우리 애기가 더 보고싶어진다. 울 아기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지! 빨리 아기보러 가야징~ 휘릭~ 🌱🌿🌱 열작은 주말로 미룬다...허허

Posted by goun
Diary2021. 4. 14. 00:45

# 의견을 나누는 장소에서 내가 정말 불편하다고 느끼는 부류의 사람이 있다. 모두가 그렇다 말할 때 '왜?'라고 묻고 싶은데 물을 수 없게끔 하는 사람. 내 의견이 다수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내 의견을 말하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나를 몰아세우며 내 선택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고, 나를 비겁한 사람처럼 치부할 게 뻔한 사람. 실제로 그런 태도를 마주했었다. 소수자에게는 무한히 관대한데, 자신과 의견이 다를 때에는 상대를 가르치려들고, 현실과 타협하는 사람 취급을 하며 공격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사람(이라 믿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관대하다. 나는 내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그 순간에 꽤나 불쾌했고 기분이 나빴다. 나라는 사람이 마치 아무 의견도 없는 사람처럼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던 그 모습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나 존중은 없었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서 이해의 접점을 찾아가는 일이 그렇게나 어려운 일이다. 나의 생각을 말하는 일. 그냥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아 그렇구나. 이게 진짜 어려운 거다.

# 위의 일들은 그나마 좀 순수하다 해야 할까. 실은 많이 배우고 똑똑하신 분들이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본다. 특히나 비판적으로 생각하기가 특기이신 분들은 무엇 하나 허투루 넘어가는 일이 없고, 자신이 아는 많은 지식들+가치관들과 조금이라도 비껴간다 생각이 들면 바로바로 비판해버리기 일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투명한 '잣대'가 생겨버린다. 이것은 마치 어느 누구도 넘어서는 안되며, 누구나 타당하다고 생각해야 해 라는 무언의 어필 같은 거다. 실제로 말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지만, 은연중에 그런 마음들이 흘러나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의도하지 않으면서 공격하게 되는 거다.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그건 그럴 수 있고 이런 식으로 계속 자신만의 잣대를 설정하고 그게 마치 당연한 듯 생각하게 되는 것. 워낙 똑똑하고 아는 게 많아서 도통 말로는 대면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날 때. 그럴 때 나는 정말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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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