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12.09.05 Tansen
  2. 2012.07.18 오, 그대는 어찌하여 두 눈을 잃었습니까.
  3. 2012.07.16 달빛에게 물었네 2
  4. 2012.07.15 재미있는 집 구경 방 구경
  5. 2012.07.12 네팔 룸비니에서.
Travel/Nepal2012. 9. 5. 02:02

 

 

 

네팔의 작은 동네 탄센. 고도가 높아서 룸비니에서 버스를 타고 계속 위로 위로 4시간 정도를 올라가야 했다. 고도 2-3천미터 정도 되었던가? 서늘한 공기에 으슬으슬 춥기까지. 경치가 끝내주게 아름다운 곳이지만 가이드북에도 잘 안나와있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곳이다. 여행자들은 나와 동행 아이외에 거의 없었다. 모든 롯지는 영어가 아닌 네팔어로 되어있고, 물은 하루에 두번씩 양동이로 길어다쓰고, 양치 한번 하려면 양동이 줄에 서서 물을 기다려야했다. 이 작고 인상적인 동네를 계속 올라가다보면 이런 곳이 나온다. 나는 탄센에서 정말 마음이 편안했다. 여행 두달여 만에 느꼈던 편안함이었다. 그러나 네팔이 인도보다 많이 낙후된 나라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던게, 사람들은 오랫만에 본 여행자들에게 눈을 부라리며 사기칠 생각만 하는 것 같았다. 흰 쌀밥에 라면 시키고 200루피씩 총 400루피를 달라고 하던 식당도 이곳이 처음. 계속 떼부리고 아이들까지 동원해서 그러는 걸 보고 정이 뚝 떨어질뻔했다. 그래도 그냥 싸우지 않고 잘 넘어갔다. 탄센의 소나무 숲은 아름다웠지만, 결국 나는 이곳을 떠나올 때 버스 차장인 척 하는 어떤 남자에게 1000루피를 사기당하고 말았다. 진짜 차장이 내게 돈달라고 했을때는 주변 사람들(목격자)을 동원해서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리고 돈이 없다고 우겼더니 결국 여차저차 포카라까지 갈 수 있었다. 험난했던 네팔 여행의 잊지못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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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2. 7. 18. 00:27

# 요즘들어 보는 영화들이 다들 외로움에 허우적거리는 내용들뿐이구나. 그래도 그런 영화들은 내게 무척이나 위안이 된다. 나라는 인간도 언제까지 외롭지 않다고 박박 우기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얼마전 본 브라질 영화 Como Esquecer (So hard to forget, 너무나 잊기 힘든, 2010)는 마음에 쏙 드는 대사들이 참 많았다. 크게 어떤 일이 벌어지지도 않고, 반전이 있다거나, 야하다거나, 감동적이라거나 그런게 아닌데도 아주 마음에 쏙 와닿는 그런 영화였다. 연기도 좋았고, 독백형식이 많은것도 좋았고, 음악도 좋았다. 그 어느것 하나 부자연스러운 건 없었다. 와인을 마시고 그저 서로의 마음을 도란도란 나누는 그 장면이 좋았다. 무언가를 잊는것과 잃는것은 같을까?...적당한 시기라는 건 없어. 그저 내가 희생하는 편이 나아...갑자기 죽음이 솔직하게 말해왔어. 메마른 약속들의 존재가 그 어떤것보다도 낫다고...환영만큼 현실적인 것이 있을까?...

내가 채워온 여러가지들을 비우는 과정이 꽤 힘들게 느껴진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집중하고 싶은데 집중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두렵고 힘든건 사실이지만, 이것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스스로 다독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자꾸만 괴롭다 괴롭다 괴롭다고 마음에서 말하는데, 그건 당장 확신할 수 없는것들 때문이다. 분명 나는 잘 해낼것이다. 잘 해낼 수 있겠지. 초조해하지 말아야지.

 

# 그대의 눈은 마른 가지의 색 처럼, 딱딱한 건자두 빛의 작은 구멍만 남겨져있다.

   그대는 나를 보며 그 어둡고 마른 터널로 나를 잡아 이끈다.

   당신의 너털거리는 발걸음 속에는 텅빈 시체의 냄새가, 고약한 살 내음이, 고독과 소음의 충돌만이 남아있다.

   그대가 건넨 허공의 손짓은 이미 슬픈 상념에 젖은 사람의 손짓이요, 산 이의 마지막 시선이다.

   오, 그대여. 그대는 어찌하여 두 눈을 잃었습니까.

 

  -네팔에서 두개의 안구가 없이 구걸하고 다니던 노인을 보고 쓴 시.

 

# 세상 사는게 참 쉽지 않다고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론 그렇다고 딱히 어려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돈이야 먹고 사는 문제니까 평생 생각해야하고, 나는 어차피 작업을 해야하니까 투잡을 하는 건 당연하다. 인간관계는 누구나 힘든 문제일거고.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치사한 여러가지 상황들이 생겼을 때, 그것을 견디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다. 최소한의 내 자존감을 지키면서 사는 것이 어려운것이다. 그리고 작업을 계속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작업을 꾸준히 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기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작업이 무엇인지를 알고, 꾸준히 계속 해나가야한다. 주변의 어떤 말들에도 현혹되지 말고, 상처받지 말고, 내 갈 길을 가야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작업을 보는 내 주관적인 눈은 꽤나 까탈스러운 것 같다. 나는 가벼운 그림이 싫고, 감각으로만 무장된 그림도 싫다. 장식적인 그림도 싫다. 너무 과하게 오타쿠 적인 그림도 싫다. 팝아트 싫고. 너무 쉽게쉽게만 풀어낸 작업도 싫다. 같은 스타일 반복하는 그림도 싫다. 분명 그런 그림들도 미술계 안에서는 필요하겠지만 나는 싫다.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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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Nepal2012. 7. 16. 04:24

 

 

 

새벽 5시부터 절하고, 공양하고, 또 절하고, 저녁에도 절하고, 공양하며...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했다. 그때의 나는 행복했었다. 지금은 다시 번뇌와 잡 생각들로 가득 차 버렸지만. 깨달음에 오르게되면 고통과 번뇌를 만나도 '아 괴롭고 슬프고 고통스럽구나'가 아니라 '아 고통과 번뇌구나'하는 순간 먼지 털어버리듯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도 쩔쩔 매고 있으니...정말 멀었다. 깨달음의 경지. 과연 완벽한 마인드라는게 있을까. 이곳에서 만난 스님들은 정말 인간적이고 솔직하셔서 더 좋았더랬다.

 

잠이 안온다. 저녁을 먹고나서 이 길로 나와 걸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별 구경, 반딧불이 구경을 했다. 점점 캄캄해지면 반딧불이 떼들이 눈앞에서 휙- 휙- 날아다녔다. 가끔은 나무 속에 숨어있기도 했는데 그 아이들까지 다 보겠다고 몇시간 동안 이 길목에 서서 반딧불이들이 더 가까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도 했었다. 그때는 무엇이 내게 행복을 주는지 종종 깨달았던 것 같다. 참 좋았다. 살포시 기억의 장막을 걷어내면 따뜻한 온기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곤 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데워지는 따뜻한 감촉의 이불 같기도 하고. 고개가 꺾어지도록 하늘을 향하고 있으면 별들이 내 눈 속으로 막 빨려들어오는 것 같았다. 이 곳은 이리도 아름답고 조용해서 엄마같았다. 이곳에서 이틀 머물던 날...난 이곳이 그리울거라고 단정지어버렸다. 그리고나서 나는 룸비니에 6일을 있었고, 아직까지도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다. 잠이 오지 않으니 눈을 감고서 이때 이곳에 있었던 반딧불이들을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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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Nepal2012. 7. 15. 12:39

 

 

 

 

 

 

날이 너무 뜨거워 낮에는 걸어다니기도 힘든 날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저기 들쑤시며 걸어다녔다. 그때 만난 이 여자아이 덕분에 룸비니 빌리지에 있는 집들을 둘러봤다. 내게 대접해주는 것이라고는 물에 설탕을 약간 넣은 것. 안 마실 수 없어 목을 조금 축였다. 이 여자아이네 집은 엄청 낡은 초가집이었는데, 자신의 집보다는 자신의 오빠의 처(새 언니)의 방이나, 사촌 동생의 방, 부모님의 방 등등을 보여주었다. 한 집이어도 방마다 다른 신을 모시는 광경이 정말 신기했다. 자신들이 모시는 신당이 방 한 구석에 다 마련되어있었고, 어떤 방은 힌두교 방, 어떤 방은 붓다 방이었다.ㅎㅎㅎ 이 여자아이는 내게 핑크색 팔찌를 선물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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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Nepal2012. 7. 12. 15:06

 

 

 

 

 

 

 

마야 데비 사원에서 만난 바비따. 데오라즈랑 아이스크림이 남기고 간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사원에 갔다. 항상 그 시간 그 자리에서 사람을 기다리는 바비따. 작별인사 대신 선물로 전해준 분홍 머리핀과 편지를 받고도 계속 우울한 표정을 짓더니만, 그새 데오라즈가 내게 준 에코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 이 아이는 정이 너무 많아서 시종일관 아이스크림이 왜 자기를 보러 오지 않았는지 시큰둥해있었는데 나는 큰 위로가 되어주지 못했다. 내일도 올꺼냐는 물음에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다음날 떠나야 했으니까. 바비따는 그걸 알았는지 자신의 주소를 적어 내게 건넸다. 데오라즈와 아이스크림에게도 꼭 전해주라고. 바비따는 잘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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