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12.07.03 고개를 돌리면
  2. 2012.07.01 Adios!
  3. 2012.02.21 현대미술관 웹진 원고
  4. 2010.06.28 찰리헤이든, 네팔
Travel/Nepal2012. 7. 3. 00:15

 

 

마주보고 있는 불빛들

어떤 의도도 없어보이는 멍한 눈의 사람들

경찰 옆에서 본드를 부는 아이들

고인물

벽보를 핥는 동물들

남루한 사리 끝의 찢어진 구멍

개를 쓰다듬는 아이들의 손가락

사두처럼 생긴 할아버지의 절룩이는 발걸음

1평 남짓한 고기 파는 가게의 버려진 양의 눈알

한 손에 엄지손가락이 두개인 사람

하나로 이어져 샴 쌍둥이 같았던 나무

사람 사람 사람

구름

땅속에서 파낸 감자모양의 버섯

버려진 이불

모래먼지처럼 사라질 것 같은 공기

뿌연 연기와 소음과 경적소리

 

 

고개를 돌려 외면하면, 다시 내 앞에는 매혹적인 것들이 넘쳐났다. 흐릿한 풍경들은 그냥 나의 기억대로 정지해있었다. 태양빛이 만들어낸 내 손등의 물집들도 언젠가는 다 사라질 것들이었다. 찬란했지만 금방 꺼져가는 불빛들 같았다.

 

'Travel > Nep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kathmandu  (2) 2012.07.31
달빛에게 물었네  (2) 2012.07.16
재미있는 집 구경 방 구경  (0) 2012.07.15
네팔 룸비니에서.  (0) 2012.07.12
Adios!  (0) 2012.07.01
Posted by goun
Travel/Nepal2012. 7. 1. 21:38

 

 

숙소에서 보이는 설산

 

 

새벽에 안나푸르나로!

 

 

 

 

 

많은 것들이 별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하루하루다. 내가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말이다. 여행에서 돌아온지 18일이 지났지만 상황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단지 내가 변해있을 뿐.

안나푸르나를 향해 걷고있을 때, 내가 걷는 반대편 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많은 이들이 사망을 했다. 그게 한국에서도 꽤 보도가 난 모양이었다. 정작 나는 트레킹이 끝난 한참 후에나 그 사실을 알았다. 내가 안나푸르나에 간다고 한 다음부터는 연락이 두절되었으니 가족들은 애타게 내 안부만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올라가면서 3000m가 지나자 곳곳에 눈사태가 일어나 아이젠 없이는 위험하기도 했는데 나는 아이젠을 가져가지 않아서 보다못한 포터가 자신의 아이젠을 내게 끼워주었다. (옷도 두꺼운 패딩없이 바람막이와 후리스로 연명하였다.) 눈사태를 한참 지난 그때쯤이었을까. 갑자기 우리의 포터는 저 멀리 한 남자가 혼자 눈사태의 꼭대기를 향해 걸어가는 것을 목격했고, 나에게 "저 사람은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포터는 스물네살의 젊은 청년이었지만 에베레스트 산에서 태어나 산을 타는 건 그에겐 아무일도 아니었다. 그는 아주 말을 아끼는 사람이었고 속이 깊었으며 왠만해선 농담한마디 건네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런 포터가 너무도 확실하게 내게 건넨 한마디가 바로 저 말이었다. 눈사태의 꼭대기를 향해 걷던 그 사람. 나는 그 사람이 아주 작은 개미처럼 보이기도, 아주 거대한 설인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제 정신이었다면 그곳으로 올라가지 않았으리라. 그 사람은 무엇때문에 그 곳에 홀로 있었던 걸까.

 

안나푸르나(ABC)로 올라가 묵을 수도 있고 바로 아래 마추푸차레(MBC)에서 묵을 수도 있었는데 걸어 올라가며 비와 눈을 많이 맞은 상태였고 몸도 성치않아 안나푸르나에서 묵는것을 포기하고 MBC에서 묵게되었다. 다들 고산증이 두려워 머리감는것은 커녕 샤워도 3~4일정도 하지 않고 버텼다. 숙소는 정말 추웠고 입술이 보라색이 되었고 심장이 오그라들어 말하면서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양 목소리가 나왔다. 350g짜리 오리털 초경량 침낭의 위에 이불을 두개 덮고 심장에 핫팩 하나를 붙이고 누웠는데, 온몸이 덜덜거리며 떨렸다. 새벽에 갑자기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눈을 뜨니 내 머리에 있어야 할 털모자가 살짝 벗겨져있었다. 그날의 밤은 정말 잠과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잠을 방해하는 그 얼어붙은 공기안의 나. 새벽4시에 일어나 ABC로 갈 준비를 하고 해가 뜨는 그 순간 우리는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드디어 도착하였다. 내가 그리도 꿈에 그리던 그곳을 드디어 밟았다. 마음이 터질 것 같았다. 그때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산을 오르면서 중간...2000m 지점 '도반' 롯지에서 무릎이 돌아간 언니는 결국 오르기를 포기하고 우리를 기다리며 울었다고 했다. 그래서 함께 오르지 못한 동행 언니와 나의 가족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를 악 물고 올랐다. 오르면서 아주 작은 미물들도 많이 만났다. 그리고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새들의 소리를 들었고, 기이하게 생긴 나무들과 신비로운 형상의 식물들을 보았고, 가스통을 이마로 매고 가는 아주머니와 5M는 족히 넘을 나무를 이고 가는 할아버지도 마주쳤다. 60kg이 넘는 짐을 지고 가는 당나귀들과 60대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도 만났다. 할아버지는 제대로 걷기도 힘들어 보이셨는데 어떻게 이곳까지 오셨을까. 아주 천천히 천천히 히말라야를 오르고 계신 모습이 진정 아름다웠다. 안나푸르나에 도착하자 그 곳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잔 사람들이 아침에 눈으로 머리를 감고 있었다. 완전 어메이징!

나는 다음번에 다시 히말라야를 오를 것이다. 그때는 좀 더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아주 천천히 산의 정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오를 것이다. 이 곳을 오르고 나서 여행에서 힘들었던 모든 일들은 정말 별일이 아니라고 느꼈다. 트레킹을 마친 후, 네팔에서 인도로 국경을 넘는데 29시간이 걸렸었지만.^^

 

'Travel > Nep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kathmandu  (2) 2012.07.31
달빛에게 물었네  (2) 2012.07.16
재미있는 집 구경 방 구경  (0) 2012.07.15
네팔 룸비니에서.  (0) 2012.07.12
고개를 돌리면  (0) 2012.07.03
Posted by goun
Diary2012. 2. 21. 14:37

인도 라디오 '헬로 에프엠'을 듣는데 중간 중간 나오는 힌디어 광고는 말도 정말 빠르고 얼마나 웃긴지. 도대체 무슨말이야? 하고 머릿속에 물음표만 동동 뜨지만 광고마저 재미있다.

새로운 일을 계획한다는 것은 정말 신이나는 일이다! 요즘 계속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이 떠오르는데 그럴때마다 메모를 해둔다. 작업을 위한 프로젝트들도 그렇고, 곧 있을 새로운 촬영들도 그렇고. 실천할 생각에 마음이 완전히 들떠있다. 그리고 이년 전 국립현대미술관 웹진에 기재했던 이집트현대미술관 방문기 원고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도 라오스나 캄보디아, 네팔, 미얀마 등의 나라에 있는 현대미술관 방문기를 국립현대에 보내게 되었다. 말레이시아를 가게 된다면 그곳에는 분명 현대미술관이 있을텐데, 라오스에는 과연 미술관이 있을지? 의문이다. 원고를 여름까지는 보내야된다는데 내 여행이 언제 끝이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약간 걱정 반 들뜸 반이다. 그래도 뭐. 좋은건 좋은거!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답고 검은 공중  (0) 2012.07.08
풍요  (0) 2012.03.03
!!!  (2) 2012.02.20
tune in radio  (0) 2012.02.18
Oh well, Okay  (0) 2012.02.12
Posted by goun
books2010. 6. 28. 13:28
#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 상태가 좀 나아진 것 같았는데, 엊그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찰리 헤이든을 듣다가 버스 안에서 완전 울컥해서 눈물콧물 찔찔. 헉. 왜 이러냐 감정들아...다그쳐도 나도 이유를 모르겠어서 더 망연자실. 줄줄 흐르는 눈물과 콧물이 내 뇌까지 시큼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아서 누군가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내 뇌를 진정시켜 준다면 좀 나아질텐데 하는 생각과 동시에 눈물의 원인을 모두 찰리 헤이든에게 돌려버렸다. 

# 네팔 관련 서적들을 읽다가 발견한 책. '잘 있나요? 내 첫사랑들(외로움도 안나푸르나에서는 사랑이다)' _이종국 지음


이 책. 그냥 보통 여행서적과 별반 다르지 않겠지 하고서 읽었던 건데, 완전 실망했던 '네팔예찬'과는 정반대로 이 사람 진짜 사랑하고 왔구나 싶어서,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마음이 헛헛하고 따땃해져왔다. 그렇다고 감동을 주려고 일부러 감정을 짜낸 글도 아니고 정말 솔직 담백하면서도 잔잔하게 써내려가던 글에 이 사람이 느꼈던 기운들이 전해졌다. 처음에는 네팔에 봉사를 간 부부를 취재차 방문했지만 그 이후 1년에 4번이나 네팔을 오고가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아이들과 함께 사진전을 열고, 한 가정의 일원이 될 뻔(?)했던 사연들이 소박하게 적혀있다. 겉멋부리지 않은 글들이라 읽으면서 많이 이입이 되었던 모양. 인생에 이런 진한 경험을, 추억을 가지고 산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그만큼 많이 외롭고 그리울테지만.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과 논문  (7) 2010.07.06
봉지밥  (0) 2010.06.30
독서 취향  (0) 2010.06.26
  (0) 2010.06.25
아주 사적인, 긴 만남  (0) 2010.06.12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