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고 있는 불빛들
어떤 의도도 없어보이는 멍한 눈의 사람들
경찰 옆에서 본드를 부는 아이들
고인물
벽보를 핥는 동물들
남루한 사리 끝의 찢어진 구멍
개를 쓰다듬는 아이들의 손가락
사두처럼 생긴 할아버지의 절룩이는 발걸음
1평 남짓한 고기 파는 가게의 버려진 양의 눈알
한 손에 엄지손가락이 두개인 사람
하나로 이어져 샴 쌍둥이 같았던 나무
숲
사람 사람 사람
구름
땅속에서 파낸 감자모양의 버섯
버려진 이불
모래먼지처럼 사라질 것 같은 공기
뿌연 연기와 소음과 경적소리
고개를 돌려 외면하면, 다시 내 앞에는 매혹적인 것들이 넘쳐났다. 흐릿한 풍경들은 그냥 나의 기억대로 정지해있었다. 태양빛이 만들어낸 내 손등의 물집들도 언젠가는 다 사라질 것들이었다. 찬란했지만 금방 꺼져가는 불빛들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