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비밀이 점점 늘어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말로 다 하지 못하는 것들을 말로 풀어내려고 하는 노력들은 매우 힘들다. 현실적인 면이 강한 사람들 앞에선 특히 더 더욱 그렇지. 그래서였나. 너 앞에 선 나는 정말 편했다. 나는 순간순간에 솔직했고 그만큼 많은 것들을 공감하는 느낌이었다. 기약이 없는 관계는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가볍게 치부되기도 하지. 그래서 나는 더 입을 다물기로 결심했다. 영감을 주는 요소들은 정말로 다양하다. 하물며 내 눈앞에 떨어진 비닐봉지 한겹까지도.
"Will you draw about it?"
# 다시 본 2046. 정말 좋았다. 어릴적에 그 영화를 봤을 때는 무엇을 어떻게 느껴야 할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나는 그 영화의 분위기와 그들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절절한 감정들이 좋았다. 아주 차가우면서 아주 뜨거운 그 느낌.
# 중국식 룰렛. 파스빈더 영화인데 아껴두었다가 봤다. 그 비극적인 결말과 서로를 향한 눈빛들. 투명한 유리관이 공기중에 계속 부유하는 것 같았다. "왜 나는 나 자신을 인간화 된 신으로 간주하지 못하는가? 과연 무엇이 신 아래로 사람을 굴종시키는 인간보다 신적인 요소에 무게를 두는 것을 방해하는 것인가?...만일 내가 무질서를 좋아한다면, 내가 만일 무질서 상태를 가속화하는 필라멘트의 역할을 한다면, 그 무질서는 우선 내 안에 있게된다. 그것이 내 유기체를 파괴하고 내 마음을 일종의 조숙한 광기로 몰아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