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번 수백번 그 사물을 보고 형상화하고 드로잉하고 재조합하고 다시 생각하다가 나와 사물이 빙고!를 외치며 만나는 그 접점을 느낄 때, 명쾌하지는 않지만 비로소 나는 안다. 그 사물이 있어야 할 곳을. 그리고 그 옆에는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를. 시간은 바람이 갈대를 흔들리듯 나를 꾸준히 흔들리며 간지럽힌다. 시간과 대화를 해볼까? 하다가 이 녀석은 나와 대화하지 않을거야, 타협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는 놈이니까, 그래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구나, 한다.
묵은 기억들이 만들어낸 사물들은 힘을 잃는다. 나는 그들을 에워싸고 있는 몹쓸 기운들을 다 털어내고 새로운 형상으로 만들 준비를 한다. 그래서 나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게.
때론 생각해보면 마주침이라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작업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매순간 무엇이든지 마주침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용기 있는 사람. 그저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끝까지 버틴다.
Text2012. 1. 26.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