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n Seo'에 해당되는 글 1761건

  1. 2011.01.01 새해다
  2. 2010.12.30 니콜스코예-살티콥스카야 p64
  3. 2010.12.29 새해를 위한
  4. 2010.12.28 까페 느와르 보러가야지
  5. 2010.12.27 악 속으로
Text2011. 1. 1. 22:42
# 허덕이다가 아무렇지 않게 잘 살고, 잠시 잊었다가 생각나면 또 허덕이고, 정신차려야지 하면서 뭔가를 계속 하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는 요즘. 며칠 전에 호주에서 4년째 살고있다가 한국에 나온 미래씨와 재간둥이후배 우수진이를 만났고, 그들에게 털어놓는 내 이야기들이 무슨 이슈도 아닌데, 이슈처럼 생각되는것이 싫다가도 또 내 상황은 뱉어낼수밖에 없었고..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나는 그렇게해서라도 내 감정이 환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자꾸만 증명해보이려고 했다. 음. 그날 미래씨의 어록에 올릴만한 얘기중 하나는 '소통을 하지 않는 사이일수록 잘 지내는 것 같아..' 였고, 순간, 내가 감정이 아닌 소통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건 아니었는지 곱씹어보았다. 자꾸만 결론을 지으려고 하는 내가 참 우습기도 해. 그러나 나는 지금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 이해의 언저리에 도달하기 위해 먼저 베네딕트 예로페예프를 이해하고 있다. 이 과정은 모르긴몰라도 참 숭고한 일이라고 느껴진다.

# 새해가 밝았는데, 떡국은 커녕 밥도 안먹고 혼자 시네큐브에 가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보았다. 좋았다. 정원영 5집은 너무 쓸쓸했지만 아 아 아아 아 아 아아 아 울려퍼지는 잔잔한 피아노소리가 너무 좋아서 어쩔 수 없이 계속 듣고있다. 신경써서 다이어리를 장만했더니 이제야 새해가 된 것 같다. 가만가만 생각해보니, 나라는 인간은 설이나 추석이 되어도 덕담한마디 먼저 건네지 않는 게으른 인간인데, 2010년을 되돌아보니 참 고맙다고, 새해에 꼭 행복하라고, 얘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핸드폰만 만지작만지작 거리다가 몇몇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참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내가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블로그에 글이라도 남겨보고 싶어졌다.

새해가 밝았어요. 제 곁에 있는 많은 사람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욤. 이렇게.
내년에도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고, 자주 연락 못하고 지낸 지인들 안부 자주 전하고 얼굴 봤으면 좋겠다. 흡!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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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10. 12. 30. 01:50
나는 이제 내가 진실을 안다거나 진실에 아주 가까이 와 있다고 단언하진 않는다. 그런 건 전혀 아니다. 그저 진실에 이르는 그 길 어디 즈음, 그 진실을 좀 편하게 볼 수 있는 정도까지 가까워져 있을 뿐이다.
난 쳐다보면 보게된다. 그래서 슬프다. 그래도 난 당신들 중의 누군가가 자신 속에서 이 고통스러운 진창을 끌어냈을 거라고 믿진 않는다. 이 진창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말하기 곤란하다. 역시, 당신들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안엔 '괴로움'과 '불안'이 들어있다.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무엇보다도 '괴로움'과 '불안'이, 그리고 침묵이 있다. 매일, 아침부터 '나의 아름다운 마음'은 이 즙을 짜내서는, 그것 안에서 밤까지 목욕하곤 한다. 난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일은 만약 누군가가 갑작스레 죽거나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가 갑자기 죽어버리게 되면 일어난다는 것을. 그러나 적어도 내게 이것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한 것이다! 당신들은 최소한 이것만이라도 이해해보시길.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열차, 베네딕트 예로페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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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12. 29. 00:15
마음가짐.
이틀 남았다.

내 마음이 평온해진만큼 많은 것들이 안정되고 기쁠 수 있으면 좋겠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발산하는 사람이 되면 더더욱 좋겠네. 별 다르게 많은것을 바라는 건 없고, 단지 올해보다는 더 나은 새해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다. 올해가 아무리 최악이었다한들 작년보다는 훨씬 나았으니까. 점점 나아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두려울 것은 없다.

작업에 에너지를 모두 몰입시키는 것도, 그 외의 것으로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도 둘다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른 경험의 폭과 방향들이 꼭 일정하지는 않을테니까. 그 경우의 수들에서 나는 더 많은것들을 취할수도 있을테니까.
그래도 결국, 나는 작업에 너무 몰입하거나 하지 않거나 어찌되었든 좋은 작업들을 만들어낼 의지가 있고, 그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으니 새해를 기대해보아도 좋겠지. 오늘은 <나날들>이라는 독일영화를 보았는데 젊고 혈기 넘치는, 조금은 외로운 한 여자아이의 행보를 쫓는 영화였다. 마지막 장면이 좀 충격적이어서, 삶의 의지에 대한, 혹은 삶의 역동성에 대한, 인생의 끝, 참담함, 아이러니함, 고통, 욕망, 자유 같은 추상적이고 멀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30대가 되면 인생의 무기력함에 적응해야할 나이라고 누군가 얘기한 것 같은데, 어찌어찌해서라도 무기력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보자고 다짐하게 되는 것이다. 새해부터는 나와 내 안의 것들, 언어, 이미지, 정신, 집념, 욕망, 발산되는 것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순환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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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Movie2010. 12. 28. 14:47

영화가 시작되면 세계소년소녀교양문학전집이라는 타이틀이 뜹니다. 제 원대한 꿈 중 하나는 그것을 영화로 찍고 싶다는 거에요. 문제는 그게 백권이라는 건데.(웃음) 맨 처음에 뽑아 든 책이 바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습니다. 이 소설이 가장 감동적이어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 읽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첫 번째 영화로 찍고 싶었습니다. <카페 느와르>에 딱 한 가지의 메시지가 있다면, 그건 ‘제발 죽지 마세요.’입니다. 문제는 그 소설이 그렇게 끝날 거라는 것을 저한테 얘기해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죽음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미룰 수 있도록 예술적인 개입을 할 수는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게 제 힘으로는 어림도 없고, 또 다른 누군가를 데려와야겠다 생각했죠. 문득 떠오른 소설이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였습니다. 이 소설에서 사랑과 우정의 텍스트를 가져 오면 괴테의 결정을 미룰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서 이 영화의 물리적인 상영시간은 죽음을 미뤄보고 싶은 저의 간청 같은 것입니다. 한국 관객들이 이 상영시간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이 상영시간을 네 시간이건 다섯 시간이건 더 미루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미루면서 이 사람이 안 죽기를 소망하는구나 느낌을 받았으면 싶었습니다. 이 영화의 상영시간이 저의 메시지인 셈이죠.
-정성일 감독 인터뷰 中

Posted by goun
Text2010. 12. 27. 17:20
그는 니체가 말하는 '초인'이 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형상은 다른 형상들을 만들어내지만 형상을 단지 형상으로 남기지 않기위함일지도 모른다. 니체는 사람도 나무와 같아서 높게 자라고 빛을 많이 받고 싶으면 그 뿌리는 땅 속으로 가차없이 파고 들어가야 한다고, 어둠속으로, 깊숙하게, 악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 악 속으로. (그러나 지금 땅 위의 가지들은 무참히 다 베어져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영혼이나 남의 영혼을 들여다볼 수 없으므로, 영혼의 무게나 밀도 따위를 이야기했던 나를 질책했다.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나는 관계 안에서 죄책감 플레이따위는 하고싶지 않았다. 그 어느것에도 정답은 없다. 어느 누가 정답을 말할 수 있을까. 어느 한쪽을 비난하지 않고서. 좋아하는 관계 속에서 나는 자유를 얻고 싶다. 지치고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무엇이 진실인지 파악할 수 조차 없는 상황이 닥쳐도 그 상황에서 내가 상처를 받지 않을 자신이 없으니까, 나는 자유를 택할 수 밖에 없다. 내 안의 나쁜 성향을 조차 자유를 갈구하고 있는 것일까. 희망 없이 죽을 것 처럼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관계 속에서 희망을 주는 방법을 택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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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