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됐든 내가 죽게 된다면, -난 아마 곧 죽을거야. 나는 알아. 나는 이렇게 세상을 받아들이지도 못한 채 죽을거야. 가까이에서, 멀리에서, 내부로부터 또 외부로부터 이 세상을 이해하긴 했지만, 결국 받아들이진 못하고- 난 그렇게 죽을거야, 그러면 그분이 내게 묻겠지! '그곳은 살 만하던가? 아니면 별로던가?' 나는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안 할 거라고, 이렇게 아무 말도 안 하는 건 여러 날 숙취로 고생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 만할거야. 인간의 삶이란 영혼이 잠시 술 취해 있는 것과 같은 거 아니겠어? 그리고 또 눈이 침침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야. 우리 모두는 취한 거나 다름 없다니깐, 다만 각자 나름대로, 누구는 더 마시고, 누구는 덜 마셨다는 것이 좀 다를까. 사람마다 다르게 작용하긴 하지. 누구는 이 세상을 똑바로 쳐다보며 웃고, 누구는 이 세상의 가슴에서 울고. 한사람은 이미 토를 해서 괜찮고, 다른 사람은 메슥거리기 시작해. 그런데 나는 -나는 뭐지? 나는 많은 것을 맛보았어, 근데도 아무렇지도 않아. 나는 한번도 제대로 웃거나 토하지도 않았어. 나는 이 세상에서 그렇게 많이 맛보았는데, 술 마신 순서나 얼마나 마셨는지도 다 잊어버렸는데, 그런데도 이 세상 누구보다도 전혀 멀쩡하다고. 나에게는 안 먹힌거지. '넌 왜 잠자코 있는 거냐?' 주님이 푸른 번개속에서 내게 물으시네. 뭐라고 그분에게 대답하지?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지, 아무말도......
저울이 거기에 있든 없든 -어쨋거나- 저울에 달아보면 한숨과 눈물이 계산이나 계획보다 무게가 더 나가는 법이다. 나는 당신들이 어떤 것을 아는 것보다 더 확실하게 이걸 잘 안다. 나는 꽤 오래 살았고, 술도 많이 마셨고, 생각도 많이 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잘 안다. 당신들의 모든 길잡이 별들은 저녁노을 무렵엔 다 질 것이다. 어쩌다 져버리지 않는다고 해도 간신히 희미하게 반짝이는 수준일 것이다.
나는 당신들을 모르고, 또 잘 모른다. 당신들에게 관심을 가져 본 적도 거의 없다. 하지만 난 당신들에게 볼일이 있다. 베들레헴의 별이 새롭게 타기 시작할는지, 혹은 반짝이기 시작할는지, 확실히 알기 위해 지금 당신들의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나머지 별들은 저녁노을 무렵 져버리고 혹여 져버리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겨우 희미하게 반짝일 뿐이기 때문이다. 또 빛나는 것이 있다해도 그럴 경우는 너무 멀리 떠 있어 아무 쓸모없는 것일 따름이다.
'그곳에 저울이 있든지, 그곳에 저울이 없든지 -거기서는 가벼운 우리들이 더 무게가 나가고 모든 걸 이겨 낸다. 나는 당신들이 그 어떤 것을 믿는 것보다 더 확고하게 이것을 믿는다. 믿는다. 그리고 안다.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열차, 베네딕트 예로페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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