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Turkey2010. 5. 11. 18:56


이스탄불에 도착했던 첫날도 비 엄청 맞았는데, 둘째날도 이렇게 비를 쫄딱 맞으면서 여행했다. 이곳은 루멜리히사르 성채.
돌마바흐체궁전-오르타쿄이-루멜리히사르성채-베벡지역까지. 이날의 힘들었던 여정을 증명하기 위해 성채를 지키던 아저씨한테 사진을 부탁했다. 낄낄. 다 젖었다. 저 상태로 비 또 맞으면서 베벡까지  20~30분쯤 걸어갔다는.ㅎㅎ with, 안채혁군과 선미양.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온몸이 완전 굳은 상태이다. 후덜덜. 사진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뒤에 있는 저 다리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보스포러스 다리인데, 잘 안나와서 아쉽네. 성채의 옆에는 온통 묘지였다. 흐린날의 루멜리히사르가 이렇게 이쁜데 맑은날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비가와서 미끄러운 돌바닥을 후덜거리며 올랐던 이날을 잊지 못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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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Turkey2010. 5. 6. 03:40

비가 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가 잠잠해진다. 책을 읽다가, 잠이 너무 오지 않아서 다시 컴퓨터에 앉았다. 오늘 4시간동안 자전거를 탔고, 1000번 줄넘기를 했고, 땀 범벅이 되었다가 집안 대청소를 하고, 내가 개발한 김치참치순두부찌개를 만들었다. 그런데 잠이 오질 않는다.
여행 가이드 북을 꼼꼼히 다시 읽어보다보니, 내가 놓친것들이 너무 많아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뻔 했다. 항상 그렇다. 너무 아쉬워서, 너무 시간이 모자라서, 이동할때도 계속 뭔가를 두고 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행하면서 썼던 스크랩북 겸 일기장을 펴봤다. 이것저것 받았던 티켓과 비닐봉지, 쓰레기까지 죄다 모아서 붙여놓았는데 그 두둑한 드로잉북이 너무 소중해서 두손으로 잡아서 가슴에 꼭 껴안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인도 갔을때도 왜 그렇게 빨리 움직여야 했었나. 그건 다 내 잘못이었는데. 그 좋았던 카주라호도 딱 하루. 산치도 딱 하루. 우다이뿌르는 다행히도 3일. 바라나시에 7일은 있었어야했다. 다시 가야한다. 가고말겠어. 뭐니뭐니해도 가장 아쉬운 나라는 터키다. 그곳에서는 좋을 수 있는 명소도 너무 뻔하게만 느껴졌었고,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어서. 다시 간다면, 정말 그 나라를 사랑할 수 있을거 같다. 진심으로. 아야소피아는 실망했지만 블루모스크는 정말 아름다웠다. 푸른 새벽에 울리는 애잔소리를 들으면 공중부양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자욱하게 안개낀 이스탄불은 나를 구름위에 올려놓았다. 아. 이라크나 시리아, 이란, 미얀마의 빠이가 가보고싶다. (여담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아직도 공개처형을 하는 광장들이 도시 곳곳에 있다고 하더라. 그것도 참수형. 댕강댕강이라는 말을 따 찹찹광장이라나. 사우디는 무서워서 엄두도 안나는 나라, 여성들의 신분을 남편의 신분증이 대신해주는 나라이기에 평생 안가고 싶은 곳에 추가했다.)
이제와 그 기억들을 떠올려보니 반나절 넘게 비를 맞으면서 돌아다녔던 그날의 이스탄불이 그립기만 한것이 아니라 너무 생생하게 느껴진다. 색이 발광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것도 푸른색만. 이날 이후로는 비가 이렇게 많이 오진 않았었고 날이 활짝 개었었다. 이스탄불에 있던 5일 중에 비가 내렸던 첫날은 내 생애 푸른색 판타지의 날로 기억될 것 같다. 갑자기 빗소리가 커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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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5. 5. 21:33

룩소르로 가는 기차안에서 만난 네스마. 네스마는 24살 대학생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색 옷을 입고 있었다. 원래 사진보다 훨씬 이쁘게 생겼는데 사진이 잘 안나왔다. 내 뒷자리 옆자리엔 모두 네스마의 가족 친지들이 타고 있었는데 나랑 같이 놀고있는 네스마가 신기했는지 계속 나를 보고 웃었다. 네스마에게 그림을 그려주었더니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도 하고.^^ 남자친구도 있는데 좋은 남자냐고 묻자 bad guy...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짧았던 시간이었는데 네스마는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수줍음이 많았던 친구다.

* 참고로, 네스마는 이집트 최신 유행 가수들을 5명이나 아랍어로 적어줬다. 이집트에서 가장 핫 하다는 가수들로. 흐흐. 그 후, 난 음반 가게로 가서 그들의 음반을 다 구했고, 그중 자켓이 맘에 드는 두명의 앨범을 구입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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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5. 5. 20:04
태양은 머리 꼭대기에서 수직으로 내리꽃고 있었다. 여행가기 전부터 덴데라와 아비도스는 꼭 가야하는 곳으로 생각해놓고 있었기때문에 같이 다니던 친구들과 헤어져 혼자 이곳을 다녀왔다. '투어는 이제 그만'모드여서 기어코 혼자 가보겠다는 일념하나로 아비도스를 포기하고 덴데라를 하루 일정에 넣었다. 덴데라를 가려면 룩소르에서 기차로 3시간, 다시 미니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이게 완전 헷갈림), 약 15-20분쯤 걸어가야한다. 막상 가보니 '이렇게 가는길이 복잡하니 다들 투어를 하는구나.'했다. -_-;;
신전에 도착했을 때, 개인적으로 온 사람은 정말 나 혼자뿐이었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현지 사람들과 낑겨앉아 미니버스를 탄다는 사실이 참 신났다! (매번 미니버스 탈때마다 투어하는 외국 친구들과 자주 탔기 때문에) 미니버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진짜 엉덩이 한쪽만 겨우 걸터앉고 우선 마호갑으로 갔다가 다시 덴데라 행으로 갈아타야 했다. 여기서 만났던 할배가 자꾸만 내 옆에서 미니버스비를 2-3배 높게 불러서(난 당연히 금액 알고 있었고) 좀 짜증이 날랑말랑하는데 그 옆에 있던 어린 남자아이가 이 할아버지 말 믿지 말라고, 거짓말하는거라고 알려주어서 또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리고 청각장애인 여학생들이 떼거지로 몰려탔는데 날 보더니, '이 여자 혼자 여기 왜 타고있어?' 하는 표정으로 흘기면서 자기네들끼리 수화로  대화하더니만 나중에는 길도 알려주고 내릴때 눈도 마주치고 인사도 해주더라. 고것도 훈훈. 이슬람권 나라들을 여행할때 특히 그 나라의 여자들은 혼자 다니는 외국여자들은 썩 좋게 보지 않는것 같다. 그래도 그게 그들이 살아온 문화적 마인드이고 습관처럼 내재된 것이라면 어쩔 수 없는거니까.(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아무리 보수적이라고 해도 눈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만 몇마디 나눠보면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는 나라였다, 이집트는. 난 그것이 참 좋았다.


하토르는 사랑, 아름다움, 춤, 노래 다산을 상징하는 여신인데, 하토르 신전 안에는 이집트에서 본 신전들 중 가장 아름다운 부조가 보존되어있었다. 난 여기서 몇시간이고 부조를 바라보았다. 맨 아래 사진은 하토르의 부조가 있는 기둥으로 만든 시계다. 내부 사진은 다음에 올려야겠다. 정말 아름다우니 아껴두었다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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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