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가 잠잠해진다. 책을 읽다가, 잠이 너무 오지 않아서 다시 컴퓨터에 앉았다. 오늘 4시간동안 자전거를 탔고, 1000번 줄넘기를 했고, 땀 범벅이 되었다가 집안 대청소를 하고, 내가 개발한 김치참치순두부찌개를 만들었다. 그런데 잠이 오질 않는다.
여행 가이드 북을 꼼꼼히 다시 읽어보다보니, 내가 놓친것들이 너무 많아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뻔 했다. 항상 그렇다. 너무 아쉬워서, 너무 시간이 모자라서, 이동할때도 계속 뭔가를 두고 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행하면서 썼던 스크랩북 겸 일기장을 펴봤다. 이것저것 받았던 티켓과 비닐봉지, 쓰레기까지 죄다 모아서 붙여놓았는데 그 두둑한 드로잉북이 너무 소중해서 두손으로 잡아서 가슴에 꼭 껴안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인도 갔을때도 왜 그렇게 빨리 움직여야 했었나. 그건 다 내 잘못이었는데. 그 좋았던 카주라호도 딱 하루. 산치도 딱 하루. 우다이뿌르는 다행히도 3일. 바라나시에 7일은 있었어야했다. 다시 가야한다. 가고말겠어. 뭐니뭐니해도 가장 아쉬운 나라는 터키다. 그곳에서는 좋을 수 있는 명소도 너무 뻔하게만 느껴졌었고,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어서. 다시 간다면, 정말 그 나라를 사랑할 수 있을거 같다. 진심으로. 아야소피아는 실망했지만 블루모스크는 정말 아름다웠다. 푸른 새벽에 울리는 애잔소리를 들으면 공중부양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자욱하게 안개낀 이스탄불은 나를 구름위에 올려놓았다. 아. 이라크나 시리아, 이란, 미얀마의 빠이가 가보고싶다. (여담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아직도 공개처형을 하는 광장들이 도시 곳곳에 있다고 하더라. 그것도 참수형. 댕강댕강이라는 말을 따 찹찹광장이라나. 사우디는 무서워서 엄두도 안나는 나라, 여성들의 신분을 남편의 신분증이 대신해주는 나라이기에 평생 안가고 싶은 곳에 추가했다.)
이제와 그 기억들을 떠올려보니 반나절 넘게 비를 맞으면서 돌아다녔던 그날의 이스탄불이 그립기만 한것이 아니라 너무 생생하게 느껴진다. 색이 발광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것도 푸른색만. 이날 이후로는 비가 이렇게 많이 오진 않았었고 날이 활짝 개었었다. 이스탄불에 있던 5일 중에 비가 내렸던 첫날은 내 생애 푸른색 판타지의 날로 기억될 것 같다. 갑자기 빗소리가 커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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