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2.01.18 Heavy Sun Heavy Moon
  2. 2011.01.26 꿉꿉한 새벽
  3. 2010.09.21 비인칭의 기억
  4. 2010.07.02 기억, 발걸음 4
Diary2012. 1. 18. 14:20

느즈막히 일어나 페퍼톤즈의 음악을 틀었다. 그들의 음악은 정말 신이나서 들으면서 작업을 하면 하늘로 붕붕 날아갈 것만 같다. 나도모르게 입가가 스물스물 올라간다. 갑자기, 카이로의 대로변을 혼자 걷다가 사람들이 줄서있는 케밥집에 들어가서 아무거나 막 시켜먹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때의 냄새와 그때의 시선이 느껴진다. 자전거를 타고 시와의 동네를 돌다가 가이드북이 떨어져서 자전거를 세우려다 그만 넘어지고 말았는데, 그때 날 구경하던 아가들과 눈이 마주치자 헐레벌떡 도망가던 기억이 난다. 자전거를 세우고 그 아이들한테 다가가자 한 아이가 박스를 입에 물고서 집 대문 앞으로 나와 빼꼼 나를 쳐다보던 모습. 그런 기억들. 가까스로 그 기억에서 빠져나왔을때야 다시 붓을 든다.

나는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고 무엇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저 이 텅빈 공간 안에서 나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비록 나의 것이지만 너의 것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것이 전부는 아닐거라 생각하면서.

오늘따라 이 공간 안의 기운들이 무겁다. 그래서 페퍼톤스. 그리고 또 새로운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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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11. 1. 26. 23:30

아침에 해가 뜨기전 집을 나서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해가 지면 돌아오는 것. 요즘은 체념에서 오는 일종의 행복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맙소사. 겨울이 싫다. 얼른 따뜻해져서 전시를 마음껏 보러 돌아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근데 매번 영하날씨니 이제 춥다해도 그게 얼마나 추운건지 잘 모르겠네. 방구석에 누워 사강의 소설을 읽다가 소설 속 조제가 이런 말을 했다.
"질문의 답을 찾아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그런 질문이 더 이상 제기되지 않을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문제이다."
그녀의 말이 순간 내 마음을 좀 편안하게 해준 것 같았다.

얼마전까지 내게 붙어있던 무기력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아무 소용도 없다고 믿어버린 것들이 하나 둘씩 변화하고 있어서. 건강한 사람이 아픈 사람의 머리맡에서 자신의 남아도는 힘을 손톱만큼도 나눠줄 수 없었던 기억들도 이제는 잊혀져가고. 그렇게 잊고 잊혀지고 그러면서 또 살고 그러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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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9. 21. 00:40



오렌지 불빛이 흔들거린다. 일을 마치고 작업실 가는 길, 내 체력은 이미 바닥이 되었다. 아무것도 기억나는 것이 없고 기억하고 싶은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듣지도 않고 바깥에서 비인칭의 기억으로만 존재한다.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하지? 하는 생각. 그리고 외로움. 자꾸만 생각과 감정들이 깊이 연결되지 않고 뚝뚝 끊어진다. 글을 쓸 때에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에게 몰입되지 못하고 종종 나를 잊고 나의 바깥에서 나를 기억하기 위한 처절한 애씀이 있지만 그것조차도 오래 가지 못한다는 걸 안다.
이렇게 망각되어가는 시간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며, 그것을 잊기위한, 기억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나는 모른다.
블랑쇼 책 속의 그와 그녀에 관한 이야기들은 나를 슬프게 만들고, 그저 졸음이 쏟아질 뿐이다. 차라리 엠마뉴엘 베른하임을 읽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여성적인 그녀의 글을 읽으면 항상 반복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읊고 쓰는 그녀가 떠오른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불어가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너무 일반적이고 평이한 표현들로 변색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녀의 글 앞에서 욕망은 방황하고 사랑은 아이러니하게 정의된다.

감기에 걸린 추석의 시작은 조금 괴롭다. 오전에 집에 안와도 된다는 부모님의 전화를 받고,(티켓문제와 휴일의 압박;;) 점심때가 한참 지나 일어났다. 목소리가 많이 이상해졌고, 콧물이 줄줄 흐르는데, 밖에 비가 자꾸만 오니까 그렇게나 좋았던 비도 오늘은 정말 싫다. 추석은 정말 가족과 함께 보내야한다. 이렇게 혼자 지내는것은 정말로 아니올씨다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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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7. 2. 11:00

다음 날 아침에도 이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아. 비릿한 침을 삼키며 이 한산한 거리를 활보해. 이 거친 땅 위에서 자신의 체온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숲에 나는 그저 차가운 이방인. 나의 뜨거운 체온을 알아주던 이가 나를 데리고 숙소 옆 구아바 가게로 나를 데려가. 달달한 구아바 음료를 목구멍으로 넘길 때, 내 주위는 온통 눈 녹듯 녹아버리고 그 자리엔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익어. 내가 살아온 길. 내가 밟아온 그 길.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나요? 사랑하며 살아왔나요?' 아무런 대답도 없는 그 길 위에서, 왁자지껄하던 그 길 위에서, 허름하던 그 길 위에서 나는 내가 움켜쥐고 살아왔던 빛을 잠깐 놔주었어. 그래도 나는 괜찮어. 부풀어버린 빛 조차 이곳에서는 반쯤 허물어진 집 같아서. 그 많은 희열과 고된 시간들 속에도 어쩌면 그 반쯤 허물어진 빛이 존재해. 차곡차곡 그 빛을 개어 가슴속에 포개어 둔 뒤에 배부른 그 길을 걸어.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나요?' 다시 되물을 때, 그제서야 숲 안에서 조용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어.
이곳은 묶지 않은채로 엉켜버린 마음 같아서 애써 보이지 않는 것은 덮어버리고 생각들은 허공에 흩어져버리고 순간의 기억들만 남아. 지겹도록 이야기하는 푸르스트의 마들렌 같은 기억이 아니야. 시간에 금을 내고 벌어진 사이로 빠져나오는 능동적인 기억들이야. 체득될 수 밖에 없는 나의 피부와 뼈의 기억이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져버려서, 이제는 애써 짓지 않아도 될 온기의 기억이야.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