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1.03 공항 여행
  2. 2011.08.09 Come wander with me 4
  3. 2010.10.04 위안
  4. 2010.08.01 교감
Text2013. 1. 3. 13:34

 

 

나는 공항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21살에 첫 배낭여행을 인도로 떠나던 그 날, 아주 추웠던 겨울 날에 지금 내 손을 잡고 있는 그가 나를 공항에 마중나와주었었다. 긴 단발머리에 톤 다운된 회색섞인 하늘색 봄버를 입고. 그때 나는 공항이라는 것, 첫 여행이라는 것에 들떠버려서 그와의 헤어짐에 쓸쓸함따윈 잊었던 것 같다. 아니, 알았지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인도에 도착한지 2주가 흘렀는데도 아무에게도 연락하지않았다. 부모님에게조차. 정신없이 여행에 팔려버렸던 나는 겨우 국제전화와 인터넷을 하며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안부를 전했었다. 그러나 나는 한달간 그의 사진을 하루도 빠짐없이 꺼내어 보았고, 직접적인 연락을 하진 못했지만 마음 깊이 그리워했다. 낙타사파리 하던 남자애가 나에게 청혼할 때, 이 사람이 내 남자친구라며 사진을 보여주고 떵떵거리며 거절도 했었다. 그는 내가 인도에서 돌아오는 날에도 나를 마중나와주었다. 남인도의 뜨거웠던 날씨때문에 겨울이었던 한국 날씨를 까맣게 잊고 나시하나 입고 돌아오던 날이었다. 생각하면 마음 짠한 기억들. 콧잔등이 까맣게 타버려서 나시만 입고 나온 여자친구를 그는 어떻게 이해했을까?

 

나는 가끔 공항에 가고 싶다. 그냥 아무 이유없이 공항에 가고 싶다. 가고싶은 곳에 무작정 갈수 있는 그런 여유를 가지고 살고 싶다. 지금의 나는 21살의 나처럼 그를 떼어놓고 어딘가 멀리 떠나간다는 건 상상할수가 없어졌다. 만일 떨어지게 된다해도 나의 자의로는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다른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무한한 기대와 충동, 염원보다는 그의 옆에 있는 것이 더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함께 할 수 있을 때 함께 하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해야 후회가 없다는 것도 안다. 잠시 이병률씨의 말을 빌리자면, 사는데 있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지만 그것을 알기에 사랑은 얼마나 보이지 않으며 얼마나 만질 수 없으며 또 얼마나 지나치는가. 보지 못하고 만지지 못하고 지나치는 한 사랑은 없다. 당장 오지 않는 것은 영원히 오지 않는 이치다. 당장 없는 것은 영원히 없을 수도 있으므로. 그래서 나는 그가 옆에 없는 것처럼 사랑 하려고 한다. 인간의 모든 여행은 사랑을 여행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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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Music2011. 8. 9. 18:52



우연히 집에 있던 브라운버니 OST를 틀었는데, 첫곡으로 이런 아름다운 곡이 흘러나왔다.
내 인생에서 정말 아름다웠다고 손에 꼽을 수 있는 영화는 버팔로 66이다. 빈센트 갈로는 본질적인 것의 그림자가 환영이 아니라 그 그림자가 현실안에 존재한다고, 그것은 진정으로 현실을 있게 해준다고 말하고 있었다. 난 그점이 참 좋았다.

우리네 삶은 길 모퉁이에서부터 시작되고 저기 저 먼 미지의 세계는 또 다른 삶이 시작되고 있다고, 그렇다고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있을법한 것들의 삶을 잘 견뎌내려 한다고. 이 음악을 들으면서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것이냐고. 그러니까 그저 사랑하면서 (내 일을, 내 사람들을,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살면 좋은 것이냐고.

한낯의 햇빛이 점점 기울었고, 알 수 없는 질문들만 늘어간다. 그래도 내가 지금 행복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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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10. 4. 22:15

내게 꿈을 꿀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그 누구보다도 삶에 열정적이고 진지하고 솔직한 너희들이 있으니까 나는 외로워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렇게 디테일한 이야기들까지 나눌 수 있으니 나는 하나도 괴롭거나 답답하지 않다. 비가 내리는 학림 다방에서의 그 따뜻함과 가슴저림을 어찌 말로 표현하지. 행복한, 너무도 아름다웠던, 아홉시간의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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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8. 1. 01:28

# 미셸 우엘벡의 새 소설을 읽다가 '만일 내가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 나머지를 이해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라는 문장에서 갑자기 슬퍼졌다. 누군가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준적이 언제였지 하는 생각과, 그저 마음을 나눌 수 있고 밤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사람을 만나지 못한게 언제부터였지 하는 생각.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계속 같은 사람인데 왜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걸까.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해서 그 사랑의 감정 자체가 사그러드는 것은 아닌데 점점 힘들고 어려워진다. 내 마음속에서 꺼지지 않는 사랑은 항상 넘치고 흘러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작업에게, 주변의 물건들에게, 신에게마저 주고도 남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떻지? 하는 생각이 문득 엄습해오는 것이다. 난 오늘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너무 이뻐서 사랑을 마구마구 퍼주고 왔다. 아이들도 나를 사랑하고 나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뭐니뭐니해도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교감이 가장 아름다운 일인 것 같다.

# 여행은 내가 추구하는 감각들을 요동하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자 장치이다. 내가 외부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게하는 통로같은 것. 어둠속으로 침몰하는 눈부신 추억들을 고스란히 기억의 양 날개 위로 펼쳐놓았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나를 그 환상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듯이.
세상의 곳곳에는 행복의 가루들이 널려있는데 그것들의 밀도를 결정짓는 것은 나의 몫이다. 그것들은 매우 섬세하게 놓여있기도 하고 눈에서 멀리떨어져서 찾기 쉽지 않도록 흩어져있기도 한다. 그것은 매우 한정적이기도 하고 무한하기도 한 시퀀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나는 나로서 행복을 찾고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내가 원하는 열망은 매번 고스란히 피드백된다. 지금은 그런 상태이지만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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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