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Egypt2010. 5. 5. 20:04
태양은 머리 꼭대기에서 수직으로 내리꽃고 있었다. 여행가기 전부터 덴데라와 아비도스는 꼭 가야하는 곳으로 생각해놓고 있었기때문에 같이 다니던 친구들과 헤어져 혼자 이곳을 다녀왔다. '투어는 이제 그만'모드여서 기어코 혼자 가보겠다는 일념하나로 아비도스를 포기하고 덴데라를 하루 일정에 넣었다. 덴데라를 가려면 룩소르에서 기차로 3시간, 다시 미니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이게 완전 헷갈림), 약 15-20분쯤 걸어가야한다. 막상 가보니 '이렇게 가는길이 복잡하니 다들 투어를 하는구나.'했다. -_-;;
신전에 도착했을 때, 개인적으로 온 사람은 정말 나 혼자뿐이었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현지 사람들과 낑겨앉아 미니버스를 탄다는 사실이 참 신났다! (매번 미니버스 탈때마다 투어하는 외국 친구들과 자주 탔기 때문에) 미니버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진짜 엉덩이 한쪽만 겨우 걸터앉고 우선 마호갑으로 갔다가 다시 덴데라 행으로 갈아타야 했다. 여기서 만났던 할배가 자꾸만 내 옆에서 미니버스비를 2-3배 높게 불러서(난 당연히 금액 알고 있었고) 좀 짜증이 날랑말랑하는데 그 옆에 있던 어린 남자아이가 이 할아버지 말 믿지 말라고, 거짓말하는거라고 알려주어서 또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리고 청각장애인 여학생들이 떼거지로 몰려탔는데 날 보더니, '이 여자 혼자 여기 왜 타고있어?' 하는 표정으로 흘기면서 자기네들끼리 수화로  대화하더니만 나중에는 길도 알려주고 내릴때 눈도 마주치고 인사도 해주더라. 고것도 훈훈. 이슬람권 나라들을 여행할때 특히 그 나라의 여자들은 혼자 다니는 외국여자들은 썩 좋게 보지 않는것 같다. 그래도 그게 그들이 살아온 문화적 마인드이고 습관처럼 내재된 것이라면 어쩔 수 없는거니까.(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아무리 보수적이라고 해도 눈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만 몇마디 나눠보면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는 나라였다, 이집트는. 난 그것이 참 좋았다.


하토르는 사랑, 아름다움, 춤, 노래 다산을 상징하는 여신인데, 하토르 신전 안에는 이집트에서 본 신전들 중 가장 아름다운 부조가 보존되어있었다. 난 여기서 몇시간이고 부조를 바라보았다. 맨 아래 사진은 하토르의 부조가 있는 기둥으로 만든 시계다. 내부 사진은 다음에 올려야겠다. 정말 아름다우니 아껴두었다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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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4. 30. 06:29

룩소르 신전 가는 길에 본 울고있는 어글리 파라오! 이집트의 여기저기에는 엄청 근사한 파라오 석상들이 잔뜩 널려있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추하게 그려진 파라오의 그림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옆에 싸인은 마치 힙합하는 친구들 그래피티 싸인 같네. 조악해보일수도 있긴 하지만 은근 매력적이고 자꾸만 끌렸다. 저 멍충해보이는 파라오 표정이 내 스타일...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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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4. 28. 03:16

여기는 이집트 케나 기차역. 덴데라를 가기 위해 혼자 떠난 곳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덴데라와 아비도스를 하루 투어로 결정하지만 나는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보기로 했었다. 그건 완전 곤욕이었지만-왜냐면 계속 미니버스를 갈아타야됬기 때문에-재미난 경험이었다. (덴데라 '하토르 신전'은 추후에 포스팅하겠음. 신전 내부가 가장 아름다웠다.)

내가 한가지 후회되는 건, 보수적인 이슬람 교 문화권에서 아바야를 사오지 않은 것이다. 가만 가만 생각해보면 아바야를 입고 한국에서 돌아다니면 정말 신나는 경험이 될 것같다. 아니면 그 옷을 입고 퍼포먼스를 해도 좋을텐데 말이다. 눈만 내밀 수 있는 아바야도 있고 아예 눈까지도 다 가릴 수 있는 아바야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눈과 눈 사이 미간에 한줄이 달려있는 아바야가 좋다. 예전 포스팅에 사진이 올려져 있다.) 사실 이슬람권의 여성의 위치란 놀랄만큼 밀폐되어 있으나 외국인들의 시선에서 바라볼때는 여간 신기한것이 아니다.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을때 보이는 손도 까만 장갑으로 가리니 말이다. 그런데 가장 신기한일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검정색이어도 신발은 샌들에 살색 스타킹일 때가 있다는 것. 그래서 발목이 살색이다. 발목은 드러나도 괜찮은건가? 손목과 발목의 차이는? 아직까지도 이슬람권에서는 여아 할례도 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잔인한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45세 이하의 여성은 남자(보호자) 없이는 돌아다닐 수 없는 나라도 있고. 그런데 나는 이 옷을 보면서 퍼포먼스나 생각하며 즐거워하고 있다니. 반성해야할지 말아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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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4. 26. 02:07
아 아 아 아 아프리카에 가고싶다. 아프리카. 흑. 다녀온지 이제 한달 반 되었는데 북쪽 말고 이젠 남쪽으로 가고싶다. 서쪽 모로코쪽도 가고싶네. 아 아 아 아 네팔도 가고싶고 버마도 가고싶고 인도도 한번 더 갔으면 싶고 지중해도 제대로 못봤으니 가봐야할것 같고 키르키즈스탄은 나라 상황이 좋지 않으니 패쓰. 베트남도 가고싶고 러시아도 가고싶다. 아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칼, 스리랑카도 빼먹으면 안되. 윽. 어쩌면 좋으냐 이 벌렁거리는 가슴을!
 

이뿐 누비안 오아시스호텔(내가 묵었던 곳)의 외관과 거리. 골목골목은 마치 마법사들이 마술을 부려놓은 것처럼 알록달록 이쁘다. 이 나라의 사람들(특히 페인트공들)은 모두 예술가다.  그중에도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호루스'가 그려져 있으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었지. 누비안 오아시스호텔에도 호루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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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Egypt2010. 4. 21. 23:11


누비안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이 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펠루카를 타고 에드푸로 가는 길에 아스완 옆 나일강에 몇시간동안 둥둥 떠 있었던 기억. 누비안은 이집트 남쪽 수단 사람들을 말하는데 다들 다리가 엄청 길고 이집션들보다 대체적으로 얼굴이 더 까맣다. 왜 안가지? 왜 안갈까? 하고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바람이 반대방향으로 불고 있는데다 거세서 거의 펠루카에 탄지 6시간 만에 바람이 잦아들었고 출발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꼼지락거리면서 쿨쿨 자는 친구들 사진도 찍고, 캡틴 친구 얼굴도 그려주고, 저녁하는것도 도와주고(어두워서 후레쉬 계속 들어줬다.) 있다가 펠루카 지하 다락에 들어가 이 친구와 노랠 불렀다.

캡틴이 왼손에 북을 들고 오른손으로 박자를 만든다.


***
캡틴 : (따라해보라는 표정으로) 워 헤레나~ 워베다 다 쏘켈리나~ 워베다~
가밀라(나) : 아 히리나~ 워베다~ 쏘껠라나~ 워베다~(똑같이 못따라한다.)
캡틴 : 라부따 나우나 깔레~ 네렐레~ 누 라이제 니낌~
가밀라(나) : 나 위하제 비싸 비랄레... 야~ 아~ 나리씨~ 게씨레 나라쿰~ 게씨레~ 노쿰~(요건 후렴구)
캡틴 : 누랄레 니낀 나하네바 니낀~ 나하야~ 라~하~
가밀라(나) : 나 위하제 비싸 비랄레... 야~ 아~ 나리씨~ 게씨레 나라쿰~ 게씨레~ 노쿰~

덴디야 호오~ 니키씬~ 니키씬~ 위키씬~ 이카헤 니카헤~ 이까헤~
넬리야 니까나 후룰라나~ 띵니야나~
밍가니~ 낄루 아베디~ 낄루 누쌰~ 아베디~ 둔꿀라~ 임말라게~
덴디야 호오~ 니키씬~ 니키씬~ 위키씬~ 이카헤 니카헤~ 이까헤~
덴디야 호오~ 니키씬~ 니키씬~ 위키씬~ 이카헤 니카헤~ 이까헤~


이렇게 오랫동안 캡틴과 나는 다락에서 노래를 불렀다. 흔들리는 나일강 위에서.
다락방에 붙어있는 여행자들이 준 사진들과 인형, 천정에 걸려있는 동전지갑, 악기, 멀리서 보내온 편지...
노래는 왠지 구슬프고 이들의 삶도 왠지 구슬프다. 내가 새벽에 잠을 자는 동안 이들은 계속 노를 저었다.


잉. 쏟아지는 잠에 취한 캡틴...


피곤할텐데 아침도 차려주고 미소가 너무 천진난만하던 우리 캡틴. 보고싶다 캡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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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