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Egypt2010. 4. 15. 01:15



룩소르에서 밤 12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골목길에서 만난 아저씨. 이때가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을거다. 아저씬 길가던 내게 맞은편 집이 200년이나 된 건물이라고 말해주었다. 심심하던 차에 그때부터 오토바이 수리하는것도 구경하고 놀고 있는데, 옆 문에서 쪼로록- 이 꼬마 여자아이가 나왔다. 그러더니 자신의 집으로 나를 초대해줬다. 밤이 깊었는데 아무 의심도 없이 이 아이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내가 생각해도 참 겁도 없다.


집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이 꼬마아이의 언니, 오빠, 이모, 엄마, 일하는 사람..등등이 나를 맞아주었다. 차이를 가져다주더니, 스트로베리 쥬스를 먹겠냐고 하고 또 가져다주고, 사진도 찍자고 하고. 꽤 오랫동안 이들과 깔깔거리고 수다떨고 있는데 이 꼬마아이가 내 카메라를 뺏어서 창문 아래를 찍는다. 후덜덜. 카메라 떨어뜨릴까봐 간이 콩알만해졌었다.
사진을 찍고나서 온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낸다. "우리집에~ 코리안~ 있어요!!!!" 놀래서 위 쳐다보는 오토바이 손님.ㅎㅎ

난 이것저것 대접해준게 너무 고마와서 '쉬몽'을 그리기로 했다.
"쉬몽, 여기 앉아봐, 그림 그려줄게."
했더니, 쉬몽은 사춘기 소녀답게 갑자기 앞머리를 한가닥 이마에 붙이고 물을 묻힌다음 나타났다.ㅎㅎ
그림을 다 그리자마자 카메라에 기록해야 되는데 쉬몽이 바로 싹! 낚아챘다!
그러더니 자신의 장농 보물함 같은곳에 내 그림을 넣어두고 아무도 그 그림을 못 만지게 막아섰다. 나는 카메라로 한번만 찍자고 하고 쉬몽은 안된다고 하고 엄청난 실랑이 끝에 쉬몽이 승리! -_-;;; 결국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난 그래서 쉬몽이라도 찍어야지! 하고 계속 사진을 찍었는데 쉬몽이 엄청 쑥쓰러워해서 얼굴을 못찍었다. 윽.


'안녕, 쉬몽.' 룩소르의 밤은 정말로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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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