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1.06.22 포근한 비
  2. 2010.10.03 새벽 밤
  3. 2010.06.12 아주 사적인, 긴 만남
  4. 2010.05.06 푸른색 터키
Diary2011. 6. 22. 17:27

작업실 방과 거실의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다. 오늘은 너무 시원한 바람이 불고 또 예쁘게 생긴 비가 온다. 거의 반년 전 그림을 다시 꺼내어 그리고 있고, 음악 덕분에 마음이 덩실덩실 보송보송 해졌다. 비가 이렇게 이쁜거였나. 새삼스레 계속 보고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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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10. 3. 03:52

비가 오는 새벽 밤, 라디오헤드의 true love wait을 들으며 여의도를 달린다. 울적한 날 위해 차를 끌고와준 11년지기 현복이 덕분이다. 고등학교시절 유일하게 나와 음악얘기를 나눴던 친구이자 내게 처음 마릴린맨슨을 들려주었고, 일렉기타를 내 손에 쥐어주었던. 그 검은색 스나이퍼(기타이름)를 껴안고 잠들었던 기억. 그러고보니 함께 공연도 했었네. 
한강의 불빛이 반짝거리는데, 아른거리는 불빛이 처량하면서도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 시계는 벌써 새벽2시. 그냥 그런것이라고 그저 하면된다고 그러다가 깔깔거리고 다시 편안해지고. 덕분에, 고마웠다.
true love wait은 정말 아름다운 곡이다. 정말 명곡이지. 듣고있다보면 어느새 나도 톰처럼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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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10. 6. 12. 15:51
비가 오니까 진짜 좋다. 사랑하는 후배 한명이 프랑스에서 마종기씨의 시를 읽었다고, 너무 좋았드랬다고, 전해왔다.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에디터 자혜님도 마종기씨의 낭독회에 다녀오셨다하고. 요즘 하도 심각한 책들만 읽고 있었던터라 숨이나 돌려보자 생각하고 마종기씨와 루시드폴이 쓴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이라는 책을 빌렸다.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읽고있으니 그때의 그 시간이 오롯이 내게 전달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렇게나 멀지만 가까운 이야기.

어제는 친구와 같이 강가를 걸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에게 남아 있는 여행에 대한 대부분의 기억은 결국 '사람'이라고. 어디에 갔든 기억속에 남은 여행의 이미지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그들과 나눈 것들, 그들의 표정, 몸짓, 이런것들이라고. 그래서 사람을 몸으로 만나지 않으면 여행의 많은 의미가 퇴색되는 것만 같다고. 저는 코엘료와 나는 1시간여의 대화보다 사마라와 나눈 20여분의 대화가 더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루시드폴, 조윤석 p.71

요즘들어 꽤 우울한 날들의 연속인데, 삶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요동치는 현실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고 나만 뚝 떨어져서 혼자 요동하고 있고 그 안에 나는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내게 해주는 위로들, 그리고 내게 전달하려하는 많은 것들은 허공에 둥둥 떠다녔고, 아름다운 풍경들은 언제나 내 눈을, 마음을 보듬어 주었지만 결코 끝나지 않을 슬픔과 함께 존재했다. 단편적인 만남은 극심한 외로움을 증폭시키고 또 다른 즐거움은 언젠가 소멸할것이라는 것. 내가 진심으로 무언가를 그리워할 때, 그것을 그리워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또한 나 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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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Turkey2010. 5. 6. 03:40

비가 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가 잠잠해진다. 책을 읽다가, 잠이 너무 오지 않아서 다시 컴퓨터에 앉았다. 오늘 4시간동안 자전거를 탔고, 1000번 줄넘기를 했고, 땀 범벅이 되었다가 집안 대청소를 하고, 내가 개발한 김치참치순두부찌개를 만들었다. 그런데 잠이 오질 않는다.
여행 가이드 북을 꼼꼼히 다시 읽어보다보니, 내가 놓친것들이 너무 많아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뻔 했다. 항상 그렇다. 너무 아쉬워서, 너무 시간이 모자라서, 이동할때도 계속 뭔가를 두고 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행하면서 썼던 스크랩북 겸 일기장을 펴봤다. 이것저것 받았던 티켓과 비닐봉지, 쓰레기까지 죄다 모아서 붙여놓았는데 그 두둑한 드로잉북이 너무 소중해서 두손으로 잡아서 가슴에 꼭 껴안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인도 갔을때도 왜 그렇게 빨리 움직여야 했었나. 그건 다 내 잘못이었는데. 그 좋았던 카주라호도 딱 하루. 산치도 딱 하루. 우다이뿌르는 다행히도 3일. 바라나시에 7일은 있었어야했다. 다시 가야한다. 가고말겠어. 뭐니뭐니해도 가장 아쉬운 나라는 터키다. 그곳에서는 좋을 수 있는 명소도 너무 뻔하게만 느껴졌었고,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어서. 다시 간다면, 정말 그 나라를 사랑할 수 있을거 같다. 진심으로. 아야소피아는 실망했지만 블루모스크는 정말 아름다웠다. 푸른 새벽에 울리는 애잔소리를 들으면 공중부양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자욱하게 안개낀 이스탄불은 나를 구름위에 올려놓았다. 아. 이라크나 시리아, 이란, 미얀마의 빠이가 가보고싶다. (여담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아직도 공개처형을 하는 광장들이 도시 곳곳에 있다고 하더라. 그것도 참수형. 댕강댕강이라는 말을 따 찹찹광장이라나. 사우디는 무서워서 엄두도 안나는 나라, 여성들의 신분을 남편의 신분증이 대신해주는 나라이기에 평생 안가고 싶은 곳에 추가했다.)
이제와 그 기억들을 떠올려보니 반나절 넘게 비를 맞으면서 돌아다녔던 그날의 이스탄불이 그립기만 한것이 아니라 너무 생생하게 느껴진다. 색이 발광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것도 푸른색만. 이날 이후로는 비가 이렇게 많이 오진 않았었고 날이 활짝 개었었다. 이스탄불에 있던 5일 중에 비가 내렸던 첫날은 내 생애 푸른색 판타지의 날로 기억될 것 같다. 갑자기 빗소리가 커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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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