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Turkey2010. 4. 12. 03:08
죽기전에, 나중에라도, 한번은 꼭 아일랜드에 가고싶다. 골웨이의 펍에 가서 음악을, 그들의 연주를 듣는거다. 그리고 작은 피리도 사야지. 피리로 내가 불고 싶은 멜로디를 불어야지. 더블린에 가면 제임스 조이스의 흔적을 따라 가봐야겠다. 아일랜드 작은 마을에 작업실을 하나 구해놓고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아일랜드의 전통 음악 앨범을 잔뜩 쌓아두고서.

흥이 많기론 터키 사람들도 한 몫하지요. 여기는 부르사. 레스토랑 안에는 온통 예술가들로 붐벼난다.



                              흥이 많은 사람들. 음악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 그래서 터키가 점점 좋아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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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Turkey2010. 4. 7. 01:29



                                                                  이런게 지상낙원. 그림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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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Turkey2010. 4. 7. 01:17

새벽 1시 버스를 기다리는 건 의외로 재밌고 시간도 쑥쑥 잘 가고 좋았던 것 같다. 새벽의 오토가르는 사람들로 은근 북적였다. 파묵칼레에서 콘야로 이동하기 위해 미니버스타고 데니즐리 오토가르로 왔는데, 미니버스 막차가 10시 반이라서 시간이 꽤 많이 남았었다. 안그래도 출출하던 차에 야참 먹으러 고고씽- (아래 사진에 오른쪽 의자 옆 빨간 가방이 내 짐. 달랑 저거. 한달치 가방인데 8kg밖에 안되었다.)


가운데에 맘씨 좋게 생긴 아저씨. 갑자기 날 부르시더니 홍차를 사줬다. 나를 너무 귀여워해주시던 아저씨. 코리안이 너무 좋대.ㅎ


처음 먹어본 라흐마준과 바클라바였다! 이날 바클라바 먹고 계속 땡겨서 한국올때 600g사왔네. 2kg정도는 사왔어야 했어!!! 아껴아껴 먹었는데 또 먹고싶다. 우엥. 라흐마준은 하나만 먹으면 배가 잘 안찬다. 얘보단 피데가 맛있는거 같고, 바클라바는 진짜 달고 꿀이 뚝뚝 떨어지는데, 저 안에 견과류가 잔뜩 들어있어서 정말 꼬소하다. 아응. 짭..

내 맞은편에 털 많은 친구를 몰래몰래 그렸는데 들켜버렸다. 자길 그리는걸 안 순간부터 표정이 바뀌더니 엄청 좋아하면서 내게 다가와 자신의 메일을 적어주고 갔다. 내가 관심있어 하는건줄 안거면 어떻하나,하고 순간 걱정.ㅎㅎ 난 단지 "그리고 싶게 생긴 얼굴이어서" 그려본것뿐인데. 암튼, 반가웠섭..털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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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Turkey2010. 4. 4. 16:04


부르사에 있는 문화센터에서 저녁8시에 세마의식을 한다기에 사실, 별 생각없이 따라나섰다. 부르사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이었다. 비는 추적추적 내렸지만 사람들은 계속 이곳으로 몰려왔고 잠시 기다리다보니 세마젠(세마를 행하는 사람들)과 쉐이흐(세마젠들을 이끄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1. 나트 쉐리프 : 하프즈라는 이슬람 학자가 만물을 창조한 신과 예언자 무하마드를 찬양하는 기도를 올린다.
2. 쿤베 : 작은 북을 두드리는 것으로 신이 만물을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의 음악은 정말 경건했고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선율과 목소리로 기도를 올렸다. '무하마드.어쩌구 저쩌구...' 북소리도 좋았으나 피리음색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진짜로.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피리 소리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느꼈다.


3. 네이 : 갈대로 만든 피리인 네이를 부는 대목으로 창조된 세계에 처음으로 생명을 불어넣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쉐이흐는 세마젠들을 이끌고 중앙으로 나간다.
4. 데브리 벨레디 : 세마젠들이 서로 인사를 하는 대목으로 전부 3회에 걸쳐서 한다. 이는 영혼의 교감을 상징한다.

데브리 벨레디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쉐이흐가 세마젠들의 목에 키스를 해준다. 그러면 세마젠들은 입고있던 검은 망토(후르카-무덤을 의미)를 벗고 원을 그리면서 회전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다섯번째 셀람이다. 안에 입은 흰옷은 텐두레라고 하는데 이것은 상복을 의미한다.

5. 셀람 : 세마젠들은 인사가 끝나면 검은 망토를 벗는데 그것은 세속적인 허위와 욕망에서 해방된다는 의미이다. 처음에는 천천히 돌다가 점차 빠르게 회전하며 같은 속도를 유지한다. 회전하면서 오른손은 위로, 왼손은 아래로 향하는데 이것은 위로 신의 축복을 받아 아래로 지상의 사람들에게 전한다는 의미다. 회전하면서 추는 춤은 세속적인 욕망을 포기하고 신과의 합일로 새로 태어남을 상징한다고 한다.
 

6. 기도 : 처음에 코란을 암송했던 하프즈가 다시 한번 코란을 암송하며 세마젠과 쉐이흐들은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나는 이들의 춤에 금방 매료되었고 또 이들의 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를 보았다. 세마젠들은 1시간 넘게 계속 돌고 돌고 돌고 돌고 돈다. 그러나 음악이 끝나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흐트러짐 없이 멈춘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눈을 감고 신과 교감을 하는, 자신을 놓아버린 경지에 이른 사람 같은 표정을 하고서 1시간 넘게 같은 자세로 돌고 있는거다. 정말 소름이 끼치도록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1시간이 넘는 시간은 이들에게는 보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일텐데, 어떤 마음가짐과 얼마만큼의 수행과정이 있어야 세마의식이 가능할까. 나이가 정말 어린 꼬마도 있었는데 그 꼬마가 이 의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참 궁금해져왔다.

7. 테페퀴르 : 예언자 무하마드와 모든 신자들의 영혼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리며 막을 내린다. 쉐이흐를 따라 모든 세마젠이 퇴장한다.

부르사에서의 세마의식을 보고난 뒤, 나는 바로 루트를 바꾸어 메블라나 교단의 선무인 세마를 한번 더 보기위해 창시된 도시 "콘야"로 가기로 결정했다. 터키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
수피즘 Sufism은 이슬람 신비주의를 지칭하는 것으로 자신을 낮추고 신에게 가까이 다가려는 운동이다. 고전 이슬람이 성법의 준수를 통해 신과 교제하는 공동체적인 성격인데 반해 수피즘은 각자가 내면에서 직접 신과 소통하는 개인적인 성격이다. 8세기경 이슬람 세계의 세속화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수피즘은 일반적으로 검소와 청빈, 금욕적인 성격을 띈다.
**
메블라나 교단은 수피즘을 토대로 생겨난 것으로 참선을 중시하고 선한 삶을 강조하였다. 수피즘이 개인적이고 내면적 성격을 띠는데 메블라나는 거기에다 약자에게 다가서는 공동체적인 성격도 갖고 있었다. 만인은 신 앞에 평등하다는 사상을 내세워 누구든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무하마드가 이슬람교를 창시하던 본래 취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라, 오너라. 네가 누구든지 오라. 이교도건 무신론자건 배화교도건 그 누구든 상관없이 오라. 우리에게 절망이란 없다. 신과의 맹약을 수만 번 어겼다 하더라도 내게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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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ravel/Turkey2010. 4. 4. 03:30

부르사에서 본 세마의식-메블라나교(수피즘)에 빠져 원래 내 루트에도 없던 콘야라는 도시로 무작정 떠나기로 했다. 지중해를 포기하고 떠난 콘야는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인  메블라나 교단의 발생지이다. 종교색이 강한 도시인데다 학문과 예술이 꽃피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여행의 주된 목적은 이 도시에 있는 자미들, 박물관, 종교적 색채 등을 많이 느껴보아야 겠다는 것이었다. 부르사에서 만난 아흐멧이 친절하게도 미술전공자라면 꼭 들러야 할 곳 다섯곳을 적어주어서 그곳부터 방문하기로 했다. 콘야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스노우 마운틴. 날은 따뜻한데 저렇게 눈이 녹지 않는다. 365일 녹지않는 산이 아닐까?


드디어!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에머랄드 색 원추형 탑이 아름다운 메블라나 박물관이다. 터키에서 본 박물관들 중 유일하게 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곳이었고, 또 감동적이었고, 가장 오랜시간을 머물게했다. 이곳에서는 내부가 촬영이 금지여서 아무것도 찍지 못했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메블라나의 영묘가 보이고, 그 관 앞에서 사람들을 기도를 하며 눈물을 흘린다. 박물관의 곳곳에서 사람들이 기도하며 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건하게 음악이 울려퍼지고 사람들은 코란을 읽는다. 이 박물관에는 무하마드의 턱수염을 담은 상자도 볼 수 있다. 안에도 열어서 공개해주면 좋을것을. 턱수염이 확인이 안되잖아!
기도할 때 쓰던 양탄자들은 얼마나 기도를 많이 했는지 대부분이 너덜거린다. 나는 유령신자지만 이곳 사람들의 눈물 앞에서 다시한번 종교에 대해, 아니, 신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동네의 아이들은 정말로 귀엽고 착했다. 부르사와 이스탄불의 아이들은 정말 발라당 까지고 못된 애들 참 많았는데. 나에게 쪼르륵 달려와서는 "이름이 뭐야? 어디에서 왔어?"라고 묻고는 쑥쓰럽게 도망치듯 가버린다.ㅎㅎ 동양인이라고는 나뿐이고 여행객도 그리 많지 않은 소박하고 조용한 동네여서였는지 마냥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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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