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2018. 6. 5. 18:03

굉장한 영화를 보았다. 튀니지 감독인 '카우테라 벤 하니아'의 <뷰티 앤 더 독스>다. 이 영화는 2012년 튀니지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로, 경찰들에게 강간당한 여성이 병원과 경찰에 고소를 하러 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2차 가해와 보복을 겪는 과정을 9개의 롱테이크로 보여준다. 그러나 절대로 강간 장면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여성 감독으로서 얼마나 세심하게 연출을 했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 여성을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 나오지만 그녀를 보호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계속 도와주려고 옆에 있던 유일한 친구 또한 그녀를 위한 것인지, 본인의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견해 때문인지 매우 의심스럽게 된다. 이 영화 안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복잡한 다층적 캐릭터이기도 했던 것 같다. 결국 경찰들은 이 남성에게 폭행죄를 뒤집어씌워 감방에 들어가게 하고, 남은 그녀를 협박한다. 영화는 롱테이크 기법을 통해 그녀의 감정선을 계속 따라가게 하는데, 그래서인지 고구마 100개 먹은 답답함과 한숨이 계속 터진다. 이 일을 계기로 튀니지에서는 많은 여성운동이 일어났고, 실제 그 여성이 책을 쓰게 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7년형을 구형받았다가, 항소를 하는 바람에 2배로 14년 형을 선고받고 현재 감옥에 수감중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항소하고 술먹고 정신없었다고 하면 형량이 더 깎이잖아. 튀니지를 본받아야 한다. 현재 튀니지에서는 여성을 위한 법안(폭력에 대한)들이 매우 디테일하게 만들어졌고, 점점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에 본 인도영화들도 강간에 대한 영화가 많고(최근에 본것만 3편 정도 된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슈가 되고 있기에, 지구 반대편에서의 여러 외침들을 우리는 들어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투 운동이나 페미니스트 운동이 더 더 많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랍 문화권에서 이런 영화들도 많이 만들어주고, 또 상영관도 많이 늘어나면 더 좋을텐데. 우리나라도 많은 것들이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도 나는 이 영화의 엔딩이 너무 마음에 든다. 멋진 원더우먼 같이 하늘의 빛을 마주보며 새로운 시작으로 다가가는 용기! 정말 멋졌다.

Posted by goun
Movie2018. 6. 2. 15:15

이 영화에 대해 뭐라 말하기가 너무 힘들다. 보는 내내 힘들었고, 마음이 아팠다. 주연 배우는 팔레스타인 출신. 연기가 정말 장난아님. 그저 현실을 현실로 그대로 보여주기에 이 영화에는 큰 힘이 있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마지막의 그 짧은 통화로 들리던 남편의 목소리가 아주 작은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은. 

Posted by goun
Movie2017. 5. 12. 17:55



아랍의 봄 이후 등장한 괴물 ISIS에 맞서 싸우는 시민 운동가들의 여정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수가 없었다. 시리아 라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너무 잔혹해서 '삶이 없는 그들의 삶'을 똑바로 보게 한다. 그들이 ISIS에 어떻게 대항하고, 어떻게 싸우고, 어떤 방식으로 국제사회에 알리는지...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지를 생생한 다큐로 보여준다. 이 다큐를 통해 나는 적어도 "라카는 조용히 도살당하고 있다 (Raqqa is Being Slaughtered Silently)" 라는 단체 RBSS를 알게되었고, 이들이 목숨을 걸고 하고있는 여러가지 일들을 알게된 것이다. 이들이 ISIS에게 끊임없이 살해 협박을 받으면서도 지키고자 하는 시리아의 자유와 안전은 세계가 나서서 돕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다. 이들은 폭탄이 악마들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있다. 이들의 말과 글과 행동이 폭탄보다 훨씬 더 큰 위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국제사회에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몇년 뒤, 아니 내일도 나는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해갈지 알 수 없지만 이 시민 운동가들이 죽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했다. 이 다큐가 큰 반향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Posted by goun
Movie2017. 1. 9. 02:31

전시 준비중일때는 책도 마니 못읽고, 영화도 마니 못봐서 심난... 보고싶은 영화 잊기전에 적어보자.


과계 (중국, 홍콩)

오버 더 펜스 (일본)

동경 가족 (일본)

너의 이름은 (일본)

라라 랜드

할복

케스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

아빠는 출장중 (에밀 쿠스트리차 85년 작)

안녕 쿠바 (아네스 바르다 감독 - 기행 3부작 중 첫번째)

아일랜드 시티 (인도)

핑크 (인도)

당갈 (인도 - 아미르칸 신작)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홍상수 감독은 제목을 참 잘 짓는 것 같다)

Posted by goun
Movie2016. 8. 30. 22:17


***

사실, 죽음이 어떤건지 예전부터 알고 싶었어요. 정말이예요. 죽음은 뭘까요? 죽으면 정말 모든게 끝날까요? 모든게 사라질까요? 전장에서 죽음은 몇번이나 저를 스쳐 지나갔어요. 저는 삶과 죽음 사이를 왔다 갔다 했죠. 그리고 죽음이란게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확인했어요. 이렇게 살아있지만 제가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았어요. 진짜 죽어가고 있구나 싶으면 바로 그 다음 순간 평소하고 똑같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죽으면 모든게 끝난다는 증거는 없어요. 그냥 사라져버리는 건 없죠. 그래서 전 죽음고 싸워왔다고 말할 수 있어요. 죽음이 저를 두려워하는데 제가 왜 죽음을 겁내겠어요?


***

내일 저희는 전투에 나갑니다. 감독님도 같이 갈거고요. 전투에 승리해서 그곳 아랍인들을 많이 구하면 좋겠어요. 지금 이 말이 제 유언이 될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데 어쨌거나 제 영상일기는 감독님께 드리고 싶어요. 전 앞으로 우리가 더 멋지고 자유로워지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다양한 지역을 자유롭게 걸어다니면 좋겠어요. 다양한 민족을 알게되면 좋겠어요. 민주국가를 세우겠다는 우리 지도자의 계획을 우리 손으로 이뤄내면 좋겠어요. 그 목표를 위해 우리는 가장 위대한 예술을 만들어낼거예요. 그게 제 소망이예요. 자유로운 시대, 자유로운 삶, 자유로운 예술을 이뤄내면 그때 감독님을 다시 만나고 싶어요. 그러니까 건강하셔야 해요. 제가 쓴 글도 감독님께 드릴게요. 여기를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게 말이죠. 이건 작별인사가 아니에요. 우리는 작별인사가 없거든요. 절대 작별인사를 하지않죠. 그래도 이런식으로 마지막 메시지는 남기고 싶었어요. 감독님 마음에 들면 좋겠네요. 늘 자유롭게 살아가며 자유롭게 작품을 만드시길 빌게요. 자유로운 심장과 머리로 많은걸 이뤄내세요. 사랑합니다.


+

이 다큐를 보고 있는 지금. 이들은 어찌 되었을까. 스물일곱의 나이로 이 작품을 만들어낸 자이네 아키올 감독도 참 대단하다. 쿠르드족 감독은 바흐만 고바디만 알고 있었는데, 젊은 여성감독을 알게되어 뿌듯하고 좋았다. 마지막 여군의 말과 마지막 장면(전장터로 나가는 장면)은 정말 먹먹했다.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