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랍쪽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일부러 자극적이거나 강렬해보이게 영화를 만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덤덤하게 반영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인 것 같다.
한 해에 바다에서 익사로 죽는 난민의 수만 4천명이고, 시리아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모두 다른 나라에 살고 있다. 피난을 가고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그들이 겪는 위험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것이다. 이 영화는 난민캠프에서 실제로 오랜시간 지내면서 촬영을 했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피폐하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덤덤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그들의 삶이 그들에게 일상이라는 것, 그들의 일상도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 소소한 일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행복과 우정도 보여준다. 만일 지금 한국에 전쟁이 난다면, 우리도 똑같이 삶의 터전을 잃고 나라를 떠나는 난민과 다르지 않게 될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지구 반대편의 먼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이곳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쩌면 모두가 다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일인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고민을 더 디테일하게 하게되고, 지금 이 현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현재 독일에서는 다양한 인권에 대한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해결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대도시 인근에 난민들의 커뮤니티를 위한 건축물을 짓는 것이라 한다. 난민들을 배제하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문제 등의 다양한 지원들도 하고 있다고.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한국은 1000여명의 난민들 가운데 고작 4명만 난민으로서의 자격(?)이 주어졌고, 나머지 사람들은 보험이나 그 어떤 혜택도 받을수 없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할까?... 참 많은 생각과 여운을 남긴 영화였다.
오늘로서 아랍영화제가 끝이나서 시원 섭섭하다. 12편의 영화중 9편 정도는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래저래 너무 바빠서 내가 본 건 3편 뿐... 내가 본 영화 3편 모두 너무 좋았기에, 많은 곳에 상영이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못본 영화들도 다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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