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21. 5. 31. 23:12

십년 전이었나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한손으로 유모차를 밀고 다른 한손으로는 붓을 잡았다던 이모 작가님의 일화가 마치 구전처럼 흘러흘러 작가들 사이에서 신격화되었던 적이 있었는데 말이지... 나는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잠깐 주말에 아기 데리고 왔다.ㅋㅋㅋㅋㅋ 실은, 유화 냄새때문에 아기를 오래 이 곳에 둘수가 없다. 베이비룸까지 다 구비해두었지만 내가 유화를 포기할 수 없어서 그냥 아기를 데려오지 않는걸루. (베이비룸은 당근으로 팔아버리자!)

곤히 자는 아기와 나.
나중에 아기가 크면 ‘엄마가 너 애기때 이렇게 힘들게 작업했단다’ 하고 보여주려고 찍었다.ㅋㅋㅋㅋㅋ

Posted by goun
Diary2021. 5. 31. 23:05

지난 날들에 후회와 미련이 조금도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후회한다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 지금껏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후회가 다 무엇일까. 미련이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요즘 꾸준히 소윤의 음악을 들으면서 소윤이라는 사람이 참 궁금해졌고 오래전부터 팔로우했으나 꼼꼼히 보지 않았던 탓에 지나가버려 놓친 피드의 글을 다시 읽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내 어린시절이 자꾸 복기되면서 자꾸만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그래서 소윤의 음악이 나에게는 좀 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릴적의 나는 내가 갈구하는 것들의 실체가 눈 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게 뭔지 너무 명확하게 잘 알았다. 직감으로 아는 것이었는데 거의 맹신 수준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치만 너무 바쁘게 살았기에 작게 쪼개져버린 시간들 속에서 손가락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들 처럼 훌 훌 많이도 바람에 날려갔다. 그걸 그저 지켜만 봐야했던 수많은 상황들이 참 슬펐다. 시간이 부족해서 읽지도 못하는 책들이 쌓여가고, 하고싶지 않은 일들을 너무 많이, 그리고 오래 해야만 했던 그 많고 많던 시간들속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들과 최대한 부딪히지 않으려 애쓰던 내가, 하고싶은 말들은 너무 많은데 수줍어 말 못하고 자신이 없어 주저하던 내가, 꼭 꼭 눌러담아 꺼내기 싫던 그 치기어린 날들의 내가 있었다. 어떻게든 그 보이지 않는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서 너무 많은 애를 썼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렇게까지 매년 개인전을 하고 수술대 위에 올라가야 했을까. 누군가는 내가 그렇게 살아왔기에 지금의 단단한 모습과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애티튜드가 만들어진거라 말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때와 다른 여유는 없는 것 같다. 단지 상황이 너무 달라졌기때문에 생기는 자의 반 타의 반의 시간 싸움속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윤은 내가 잃어버렸던 그때의 자기자신을 간직하고 잘 씹어 삼키며 소화하고 있다. 내가 땅을 파야지 생각하고 씨앗을 사야지 생각만 하다가 땅이 말라버린 날들이 많았다면 소윤은 깊이 깊이 땅을 파고 그 땅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는 것이다.
만일 내가 공교육을 받지 않고 내가 하고자했던 그 명확한 것들에 더욱 더 집중했다면 내 마음속의 화와 불안, 침체된 어둠보다는 나의 내면을 좀 더 다독이고 관찰할 수 있었을텐데. 조금 더 일찍 말이다. 그랬다면 치기어렸던 내 어린 시절을 조금 더 다독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소윤의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느낀다. 잘한다고 박수쳐주고 너무 멋지다고 응원하고 싶다. 십년 후 이십년 후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꿔본다.

어떤 인터뷰에서 십년 뒤에도 가수를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을 했는데 소윤은 너무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지금은 그 십년이 엄청 길게 느껴질런지도 모른다. 그치만 내 경험으로 비추어보아 25살 이후로 시간은 정말 미친듯이 빠르게 흘러갔다. 정말 하루하루 열심히만 살았는데 그냥 서른이 되어버린 느낌. 그리고 또 열심히 살았는데 정신차려보니 30대 후반이 되어있었다. 지금부터 십년이래봤자 서른 다섯인데,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대도, 그냥 하고싶은 작업을 계속 하고있다보면 언젠가 십년이 되고 이십년이 흘러 있게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매년 전시를 끝내고나면 너무 힘들어서 이제는 그만 할때가 되었나... 좀 쉬어야겠다 하고서 쉴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또 다시 모터가 윙윙 돌아가곤 했다. 그건 약간 관성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나의 작품활동은 이제 15년째가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존버중이다. 소윤도 나도 꾸준히 존버하며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건 나한테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지도.

Posted by goun
Music2021. 5. 25. 16:33

안경잡이의 행복

소윤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안경이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된다기에 넘 사고 싶어서 안달나던 차에 직접 그 안경점으로 방문해서 실물 확인하고 다 써보고 골랐다. 안경닦이에 그려진 소윤의 그림도 독특하고 글씨도 귀엽네. 너무 갖고 싶어서 잠도 설쳤다는. 안경잡이들은 아침마다 안경닦이를 외출직전에 손이 잘 닿는곳에 두어야 하니까 매일 매일 보겠네 부엉인간~ㅎㅎㅎ 안경 하나에 왜 이렇게 행복한지. 이런게 덕후의 인생이겠지요.

원래는 골드를 사려고 생각하고 갔었다. 그런데 골드 보단 블랙이 좀 더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는 것 같아서 고민끝에 블랙으로 결정. 컬러 그라데이션 렌즈를 꼈을때는 뭔가 엄청 쎄보였는데 렌즈를 바꾸니 세상 부드러운 인상이 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안경이 나오길 기다리며 소윤의 안경 캐비넷에서 기념 촬영. 눈누난나 설레였다.

작업실에 도착해서 찍어본 셀카.ㅎㅎㅎ 마스크를 썼을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오뜨아이 갤러리에선 처음으로 황소윤님과 콜라보레이션을 하신거라 들었는데, 갑자기 현우님이 생각났다. '하현우 안경'이 출시되면 국카스텐 팬분들 난리날텐데 하는 생각. 그땐 나도 그 안경을 또 구매할테지.ㅎㅎㅎㅎㅎ 국카스텐 2집 앨범의 콜라보 인연으로 내가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

요즘 소윤이 나오는 영상 찾아보느라고 작업을 제대로 못한다...어쩜 좋지. 개인전 날짜 미뤘는데, 이렇게 여유부리다가 나중에 큰코 다치겠네. 작업에 제발 집중하고 소윤 영상은 하루 10개 이하로만 봐야지. (과연 될까?ㅠㅠ)

마지막은 귀여운 영상으로 마무리! 근데 소윤이 볼 왜케 빨간거야? 술먹었나? 발그레해서 넘 귀여움. 으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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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Movie2021. 5. 23. 00:29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12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을 보게 됐다. 12분이 무슨 5분처럼 지나간 듯 했다. 엄청 간결하지만 가슴이 훅 들어온 슬픔이 오래도록 잦아들지를 않았고, 울음을 참으려고 해니 코끝이 찡해지면서 목구멍이 매워졌다.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 내 인생은 완전히 아기에게로 초점이 맞춰졌고, 그런 일상을 살아가는 건 꽤나 행복하다고 느끼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자식을 잃는다는 걸 상상만 해도 가슴이 여러 갈래로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인데, 이 애니메이션은 부모의 심정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어 대사가 없는데도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참으려 해도 참을 수 없는 슬픔. 이런 종류의 슬픔은 부모가 되고 나서야 그 깊이를 알 수 있구나. 사실 예전에는 머리로만 알고 상상만으로 그 슬픔을 가늠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다들 부모가 되어 봐야 안다고 말하는 것이구나. 보는 내내 너무 슬프고 힘들었지만, 추천할 수 밖에 없는. 우리 모두 건강하고 헛되지 않은, 하루하루를 살아갑시다. 그냥 열심히만 사는 것 말고, 주변에 사랑하는 것들을 잘 챙기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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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Works2021. 5. 8. 12:04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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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