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경계'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을 때, 난 내 작업이 삶과 죽음으로까지 확장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작업을 할 때마다 죽음에 대한 이미지들, 키워드들, 현상들, 죽음의 언어들이 꾸준히 캔버스를 채웠다. 그건 나도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작업을 마치고 나서야 역으로 생각해보니 내가 항상 생각해온 것들이 그런 것들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삶에 대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주제넘는 일일지 모른다. 타인의 죽음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죽음의 경험을 어떻게 내 것으로 체화하느냐 하는 문제가 항상 마음에 걸렸다. 나는 삶과 죽음에 대해 너무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건드려보고 싶었던 걸까. 그렇게 죽음을 관조하는 입장에서의 나는 그림 안에서도 소극적인 모습이었음을 고백해본다. 신년 첫 작업실에서. 마음이 복잡하고 어렵지만 그래도 이러한 나의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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