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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18 안녕 부산 2
  2. 2010.05.14 판단의 유보라는 과제 2
  3. 2010.05.11 사라지지 않을 희미한 조각들
  4. 2010.04.22 근황
  5. 2010.04.17 최근
Text2010. 5. 18. 00:50
이틀 뒤 부산으로 떠난다. 힘든 여행 말고 쉬엄쉬엄 편안하게 즐기다 와야지.
생각을 좀 정리하고 앞으로 얼마 안 남은 논문도 수정하고 못 읽은 책도 읽고. 좀 더 단단해져서 와야겠다.

남포동에서 예쁜 구제 원피스 하나만 건질 수 있으면 더 더 좋겠네.

몇일간 계속 머릿속에 들어오는 소소한 일들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데, 뭐가 문젠지 답답해 죽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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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5. 14. 01:42

인생 사는거 별거냐 싶으면서도, 막상 내가 엎지른 여러가지 문제들은 해결책이 눈앞에 던저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것이 된다. 왜 일까. 이유는, 공격적이지 않은 의도의 솔직함이라 하더라도 권위적인 사회의 체제안에서의 타자에 대한 솔직함은 어쩌면 사실보다 더 부정적 인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혹은 그들이 원하는 것은 솔직함이 아니었므로.(이게 더 맞는 부분인 것 같다. 슬프지만) 그렇기때문에, 내가 왜 이제서야 솔직함이 더이상 무기가 아님을 깨닫고 있는지, 아무런 방어막 없이 그것의 유용성을 신뢰하고 있었는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내 스스로의 마음가짐 자체가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권위적이지 않은 사람들과 있으면 무한한 생동감을 느끼면서 나를 내려놓게 되는데, 그 반대의 경우의 나는 항상 알고 있으면서도 반복적으로 실수를 한다. (내 말이 오해없이 잘 전달될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계속 위축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오해의 가능성이 높은 사람 앞에서는 더 더욱 위축된다.) 그렇다면 왜 위축되면서까지 솔직함이라는 것의 힘을 맹신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바보였나. 타자에 대한 절대적 오해의 순간들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데, 구태의연하게 그것들과 나를 붙잡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보 왕국의 나도 바보인거고, 그렇기때문에 결국 바보의 세상에서 뒤엉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많은 판단들을 유보시키고서라도 난 이 난제를 해결해보고 싶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어렵다. 그래서 외로움을 이겨내기위한 방법들을 지켜나가게 되기만을 바란다. 
 
여행을 하면 이 모든 문제들은 거뜬히 해결된다. 아니면 그저 해결되어 보이는 것일수도 있지. 그러나 확실한 건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거다. 단순히 나는 지나치는 행인일 뿐이기 때문에 삶에 녹아드는 진정한 경험을 온전히 누릴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 공간속의 나는 판단의 유보가 필요치 않은 상태로서 존재한다. 또 다른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은 부대끼고 혼란스럽고 말과 말이 교차되면서 어지럽히고 거짓을 만들어내고 남을 할퀴고 밟고 올라가고 공격하고 방어하고 숨기고 아닌척하고 진실을 은폐하고 테두리를 만든다. 

나는 솔직함의 안쪽을 살펴보고싶다. 그곳은 텅 비어 있는지 아니면 차고 넘쳐서 아무것도 받아들일 준비조차 할 수 없는지. 그런데 그것은 내려놓음이 가능한 공간에서만 그러고싶다. 그래서 예전보다 덜 외롭고 덜 힘들어진다면 좋겠다. 그리고나서 50년 쯤 뒤에 내 스스로에게 물을 것이다. 내 안의 솔직함이 어떤 모양으로 변화되어 왔는지에 대해서. 나는 내 작업이 순환의 통로가 되기를(무엇이든지간에),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환상의 열쇠같은 모습이 아니라 친밀한 괴력처럼 뿜어져 나오는 것이기를 항상 바란다. 그건 평생의 과제가 되겠지만. 나는 오늘도 여전히 바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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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5. 11. 20:58
긴 하루, 그리고 긴 인생. 내 인생의 꿈. 그리고 오늘. 어제와 오늘은 내가 얼마나 기도했던 순간들이었나? 내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큰 기쁨일 수 있는지를 깨달았을 때,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라는 것이, 얼마만큼의 깊이로 얼마만큼의 시간으로 내게 다가왔었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부모님을 오랫만에 뵈었고, 시골에서 4일간 지냈고, 시간이 날때마다 부모님과 산에 올라가 더덕과 두릅, 취나물, 고사리, 쑥, 영지버섯 등을 캐고, 심어놓았던 부추를 따고, 고추와 옥수수를 심었다. 그저 평소와 똑같은 일상이었는데 유난히 마음이 편해졌고 나와 우리 가족이 건강하다는 사실이 눈물날 정도로 감사하다는 생각이들었다.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릴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 어둡고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산을 오르던 걸음 걸음과 차가운 새벽의 공기와 엄마의 조금 더 발랄해진 목소리와 따뜻하게 나를 맞아주던,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던 아빠의 눈빛때문에 가슴 속 깊은 고민들이 순간 잊혀지는 경험을 했다. 따스히 나를 안아주던 기운들. 그래서 나는 다시 우울하지 않게되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더 명확해졌다. 그런 경험은 시간이 지나도 끝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라지지 않을 하루, 사라지지 않을 희미한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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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4. 22. 13:26
늦잠을 잤다. 요즘 계속 격일로 퍼진다. 꿈에서는 어떤 여자가 '넌 광대뼈가 참 많이 튀어나왔구나!'라고 말했다. (-_-?;;) 일어나자마자 2006년 데이빗린치오마주퍼포먼스 동영상을 틀어놓고 보았다. 벌써 4년전의 일이다. 그리고 붙여놓은 세계지도로 가서 리비아를 찾고보니, 내가 갔던 알렉산드리아에서 조금만 왼쪽으로 더 가면 리비아 국경이라는 걸 알게됬다. 그리고 시와사막이랑 리비아 사막은 진짜 가까웠다! 바로 코 옆이더라. 갑자기 메블라나가 생각이나서 수피즘 음악을 틀어놨더니, 집안에 쩡쩡 울리는 피리소리가 마냥 신비로웠다. 책상 위에 붙어있는 가족사진의 엄마아빠 얼굴은 너무나도 젊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공허한데, 자꾸만 쓸쓸해져서 이런기분 정말 별로야라며 내가 더이상 밑구덩이로 빠지지 않게 붙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인데. 아. 논문은 예전부터 기대하고 있어선지 쓰면 쓸수록 재밌다. 요런것도 행복인데 왜 자꾸만 기분이 가라앉지. 얼른 날이 화창해지면 좋겠다. 수피즘 음악이 끝나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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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4. 17. 14:14
# 강박적이라는 말을 최근에 많이 들었다. 그리고 명랑하다는 말도. 명랑과 강박은 좀 안 어울리지 않나?  데이빗 린치가 쓴 책에서 읽은 구절중에 '1시간의 작업을 위해서는 4시간이 필요하다'는 글이 문득 생각난다. 작업실에서 하루종일 뒹굴다가 그림을 그리고 뒤집고 다시 엎고 그리고 겹치고 그리고 없애고를 반복하고 울다가 춤도 추고 그리고 지우고 몽땅 다 엎어버리던 때가 생각난다. 작업을 위한 최소의 시간과 장소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은 다시 말할것도 없지. 제 아무리 주어진 시간과 장소를 용이하게 썼다고해도 난 그 이외의 시간을 자유로이 보내지 못한다. 그런 나 때문에 요즘 조금 힘들다.

# 작가들 중에는 자신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는 고수하고 작품가나 전시계획,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잘 나가는 젊은 작가며 아방가르드하다고 믿는 자화자찬형 자존심 센 작가들이 몇 있는데 그들과 함께 있다보면 주변 공기가 탁하고 그 주위로 어두운 그림자 같은게 보이는 것 같다. 당연한게 어디있나? 건방? 건방같은 소리 하고있네. 아. 싫다, 싫어. 이렇게 싫은게 점점 늘어가는 건 내가 바라는 모습이 아닌데.

# 멀리 있는 친구들이 정말 진심으로 너무 그립다. 우짜면 좋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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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