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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0.03.26 꿈의 권태에 대하여
Text2010. 4. 15. 02:13

오랫만에 내 작업에 대한 얘기를 하니까 참 행복했다. 색을 참 잘 쓰는 것 같다는 말은 대학교 2학년 공업디자인 색채관리 수업때 들어본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 공업디자인 수업 D 맞았음 ;;) 아무튼. 나는 내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어떤 인포메이션을 늘어놓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 가슴에서 술술- 입에서 술술- 나올때의 그 차가운 바람같은 느낌이 좋다. 양손의 집게 손가락을 공중에 띄운 뒤 손가락 사이로 빛이 찌릿- 하고 통하는 느낌같은거.

오늘 아침에는 너무 서러워 울었고 작업실의 짐들을 집에 꾸역꾸역 쟁여뒀다. 그 덕에 친절한 운송기사 아저씨 한분 더 알게됬구먼. 이제는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니 속이 아주 후련하고 이제는 이런것쯤이야 하고 훌훌 털고 더 단단해질때도 됬는데 아직도 멀었네.했다. 이해고 오해고 자시고 그런거 개나 줘버려야제. 다들 자기 살 궁리하느라 남 생각못하는것이야 뭐 나라고 다를까 싶으면서도 만일 똑같은 상황이 내게 주어진다면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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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4. 10. 02:01

벤야민 공부를 시작한지 3주가 되었다. 들뢰즈 이후로 아르바이트와 전시, 수업, 여행 등등으로 잠깐 중간에 나가지 못했다가 몇달 쉬고 다시 하려니 머리가 잘 안돌아가는것도 같고, 내가 원래 이랬던가 싶기도 하고. 스터디에 가서 설명을 들으면서 공부하면 이해가 잘 되는데 혼자서 읽을때는 왜 그렇게 이해가 안되는지. 벤야민 아저씨도 참 글을 헷갈리게 쓰신다니까. 들뢰즈는 너무나 멋졌는데 벤야민은 좀 지루하다. 다음주에는 데리다의 법의 힘 발제..아. 데리다야..다독하고 싶은데 매번 휘리릭- 보게 되서인지 내가 아는게 정말 제대로 아는건지 의심스럽다. 내 목소리로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의 주장을 펴고 싶다. 추측말고. 모든걸 다 통달하고싶다, 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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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4. 9. 11:05
아침 7시에 일어나 밥을 올리고 어제 밤에 끓여놓은 찌개와 반찬과 함께 한상 올린다. 언니의 약을 데우고 아침 설겆이를 하고 빨래를 돌린 후에 슬슬 움직일 채비를 하고 문을 활짝 열면, 요즘은 왜 이리도 햇살이 따가운지 눈이 부시고 그냥 길거리에 가지런히 누워있고만 싶다. 등산을 할까. 자전거를 타고 멀리 나가볼까.
친구들을 만나고 스물여덟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떤 이의 불온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대로 살고 있는건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을 이야기하고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일 줄 모르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말이 많은 나에대해 이야기하고 지치고 따분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간.
그냥 빨리 서른이 되면 좋겠다고, 지금 당장 내가 서른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동네에 핀 개나리는 조금도 아니고 활짝 피었다. 언제 이렇게 핀거지. 왜 나는 한번도 피기 전의 모습을 보지 못했을까.

내일은 8시간동안 조소과 모델 알바를 하러 간다. 8시간이 80시간처럼 느껴질까봐 오늘부터 무서워진다. 작업을 해야하는데.  논문을 써야하는데. 책을 읽어야하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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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4. 1. 17:10

# 여행이 끝나고 내게 달라진 점은, 밥 뿐만 아니라 빵, 순대, 떡볶이, 라면을 먹을 때에도 항상 홍차를 겯들여 마신다는 것과 매일 눈 뜨자마자 이집트와 터키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다. 아니면, 여행에서 즐겨들었던 곡들로 선정하거나.
그중 M.O.T의 이상한 계절은 이상하게도 들을때마다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 '너무 자유롭게 꿈을 꾸는 자는 시선을 잃는다-자신이 보는 것을 너무 잘 그리는 자는 깊이의 꿈을 상실한다.' 자크브로스의 <사물들의 질서>챕터를 읽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기록하는 것들이 나의 순수한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기를. 그래서 내게 특별한 대상이 되고 그 개체들이 세계로 문을 열어주고 비로소 아무 저항없이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기를.

# 나의 여행의 훈장, 벌레에 물린 상처는 호전될 기미가 없다. 피부과 선생은 내게 벌레에 물린 곳 하나하나에 주사를 맞아야 된다고 말씀하셨다. 먹는약, 엉덩이 주사, 바르는 약 다 듣질 않으니 그게 최선이라고. "그런데 20군데를 어찌 다 맞나요?"... 주사를 거부하고 약을 타왔는데 역시나 듣질 않는다. 새벽에 가려운 것만 좀 호전되면 좀 더 참아보겠는데. 얼른 나아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사막벌레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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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Text2010. 3. 26. 01:23

오늘 한강대교를 건너면서 나는 대교의 끝 너머에 있는 오밀조밀한 아파트단지들을 보며 이스탄불 신시가지를 떠올렸다. 마치 대교위를 건너는 나는 트램을 타고 갈라타교를 건너는 것 같았고.


***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악몽을 꾸었다. 귀신들의 바자회였는데 나는 막대기로 그들의 옷과 물건들을 골랐지만 얼굴에 핏기없는 두 여자는 내게 총을 겨누었다. 축축하고 약간 회색의 분위기가 나는 한옥집의 방과 방 사이에는 장난감 기찻길이 있었는데 그 주위로 또 총알들과 무기들이 잔뜩 널부러져있었다. 남자 귀신들도 나를 주시하고 있었고.

내게 꿈은 더이상 크리스탈처럼 반짝이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그것들의 윤곽만을 더듬을 뿐 더 이상 깊이 침식해들어가지 못한다. 아니, 그러지 않는다. 탁하고 어두운 꿈의 미로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마지막 윤곽만을 주시하고 더듬기만한다. 꿈이 드러내는 내면은 이전의 것처럼 이미지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며, 바닥에 떨어진 낙엽처럼 스쳐지나갈 뿐이다. 나는 꿈에서 권태를 느낀다.
나는 괴상한 수수께끼 그림을 마음속에만 구겨넣고 엉클어뜨린다. 오로지 자기애로만 뒤범벅된 말과 이미지일 뿐인 그것들을 구겨넣는다. 그리고 다시 해독하려하고 헤집어내고 (그러나 답은 없고) 다시 구겨넣고 해독하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숲 같은 내장속에서 작업은 점점 내게 말문을 닫으려한다. 그 말문이 트일때까지 나는 그 내장속에서 끊임없이 반복하게 될 것이다. 해독은 불필요해질것이며 점점 더 명료해질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것 자체가 권태로운 일이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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