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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5.05.11 벌써 5월
  2. 2025.05.11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1
Diary2025. 5. 11. 00:57

# 5월에는 생애 첫 마라톤도 해봤다. 안쉬고 1분도 못뛰는 저질체력인 나였는데, 일주일에 4-5번씩 연습한 결과 대회때에는 안쉬고 35분 뛰었다. 5킬로밖에 안되는 거리였지만 그것도 그리 녹록치는 않았기에, 내 스스로 잘했다고 토닥여줬다.

# 시험관 시술 진짜로 마지막이라고 작년에도 이곳다가 장문의 글을 써놓았던데...ㅋㅋㅋㅋㅋ (창피;;;) 그러고도 나는 올해 초, 또 전원을 하고 난임계의 에르메스라는 교수님을 어렵게 찾아가 7차까지 시험관을 했다. 아이의 바람이 너무 강하기도 했고, 절대 동생을 포기 못한다고도 했고, 절친이 마지막으로 이 약만 써보고 그만해라하는 권유도 있었기에 진심으로 어렵게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시험관은 지금껏 했던 시술을 다 통틀어도 가장 어려웠던, 힘듦의 끝장을 본 차수였다. 주사와 약이 다 바뀌고 내 아랫배는 보라색이 되었다. 아이는 내 배를 보고 충격을 받고 구석으로 가 무릎을 꿇고 손을 들더니 엉엉 울었다. 자기 때문에 엄마가 이렇게 된거냐며. 그리고 이제는 동생 필요없다고 (그제서야 ㅋㅋㅋ) 말했다. 4년간의 시달림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더 이상은 내 몸도 너무 엉망이 되어서, 그리고 내 일상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서, 진짜로 끝이라고 탕탕탕 외쳤다. 그리고 마라톤을 뛸때 너무 너무 가슴이 뻥 뚫리는 행복감을 느꼈다. 열심히 했으니 후회가 없고, 이제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있을거라 생각하니 기분도 좋았다. 올해에는 좀 더 작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난임일기는 이제 진짜 여기서 종료. 레알 끝.^^

# 곧 대전에 있는 파랑이라는 북카페에서 나의 아티스트토크가 예정되어 있고, 올해 하반기에는 갤러리 박영에서 단체전이 하나 기획되어 있다. 꼭 다 신작으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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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25. 5. 11. 00:14

# 8년째 이어오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최근 읽은 책들 -세계 끝의 버섯, 숲은 생각한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등등-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 건 식물학자 다이애나 베리스퍼드 크로거의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 였다. 10대 초반 갑자기 아버지를 잃고, 얼마 안되어 사고로 또 엄마를 잃게 된 저자가 고대 켈트문화의 유산들을 배워나가는 마지막 후견인으로 살다가 결국 식물학과 의학생화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수용소에 들어갈뻔한 어린 여자아이가 친척의 집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남아 자신의 트라우마와 상실을 견뎌내고 성장해서 연구해가는 그 모습이 정말 경이롭고 아름답다. 그냥 지식으로서의 자연 탐구가 아니고, 고대 켈트문화와 연관지어 이야기를 해주니까 진심으로 나무가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대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난 어릴적부터 주변의 자연 보다는 나라는 인간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은데, 나의 아이는 자연에 너무 너무 관심이 많아서 지나가는 이끼, 나뭇잎, 그루터기 조차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나무를 매번 껴안고 나무가 좋다고 말하는 아이를 낳게 되어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걸을때마다 주변의 나무들을 기웃거리게 되었던 것 같다. 아이를 보며 '내가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건 아닐까?', '유년 시절의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게 아닐까?'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생겼다. 나도 나무를 좋아하는 아이였을까 하고.ㅎㅎㅎ 어쨋거나 나는 이 저자가 자연을 대변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을 치유하고 타인을 돕고자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글을 읽고 내가 치유되는 것 같았다. 너무 좋은 책이었다. 최근에 나온 <세계숲>도 읽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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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