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2013. 4. 22. 20:03

 

 

주말엔 한받님의 십주년 기념 공연을 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한받님 정말 응원하는 광팬이지만 공연 순서때문에 완전 기분 잡쳤다. 사실 완전 열받았다. 바쁜 와중에 가장 놓쳐서는 안될 공연으로 생각하고 7시에 갔겄만...2시간 동안, 9시가 될 무렵까지 계속 게스트만 줄줄줄. 서 있다가 다리가 너무 아프고 배도 고프고(입장료에 음료도 포함이 안되어 있었다니!-_-)그래서 잠깐 밖에 나간 사이 한받님이 나와서 딱 3-4곡정도 하셨다는데, 그때 그 곡들중 마지막 곡 한개 들었다. 밥먹다가 허겁지겁 달려왔는데.-_- 그리고 다시 또 게스트 줄줄줄. 내가 음악 공연 보는거 진짜 좋아하지만, 그리고 그렇게 장르 안가리지만, 요즘에 음악한다는 사람들 너무 고민없이 하는거 아닌가 싶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건 사운드가 비면, 목소리 개성이라도, 가사의 진정성이라도 있어야 되는데 엄청 이쁘게만 불러대고(아 진짜 짜증난다, 특히 여자 보컬들), "옆집 순이~"라는 그런 진부한 가사들!!!!때문에 진짜 집중 안됬다. 그래도 몇명은 흥겹게 혹은 특징있게 공연을 했다. 그중에 게이 곤조는 한곡 부르고 나갔는데 그 파급효과란. 후덜덜. 게이 곤조 목소리 톤도 좋고 음악도 좋았음. 좀 어두웠지만. 나는 어둡고 힘들어야 정말 레알 음악가가 된다는 것에 한표 두는 마음이라. 미술보다도 음악은 정말 힘든 시기가 있어야 그게 몸에 녹아서 진정성있게 표출되는 것 같다. 조용필이 혹평을 듣고 난 후에 득음하려고 산에 올라간 것처럼 그런 시기가 있어야 노래가 진짜가 되는 것 아닌가 싶다. 프로와 아마츄어를 떠나서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고민없이 진부한 가사들을 노래하진 않겠지. 1시간 게스트의 공연이 이어진 뒤, 한받님이 나와 2곡을 부르고 다시 들어갔고, 또 게스트가 나왔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4시간을 기다리고, 한받의 곡을 딱 3곡 들었다.

 

밤을 샐 수 없었던 나는,

그렇게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저녁 7시부터 밤 11시까지 나는 그곳에서 무엇을 했나.

 

십주년을 응원해주는 게스트의 공연을 보러간게 아니고 나는 한받의 공연을 보러갔는데 정말 이래도 되나 싶었다. 아. 생각하니 살짝꿍 화난다. 게스트는 공연의 기운을 돋궈주고 중간중간 쉬는 타임으로 나와야 되는게 맞는거 아닌가. 이렇게 주와 부가 바뀌어서, 밤을 샐 수 있는 팬들에게만 한받의 노래를 들려준다는 게 조금은 섭섭하지 않을 수 없었네.

 

(나는 정말 이 공연 기다렸다고요.)

 

1부, 2부로 나눠진 공연에 나는 한받의 1집, 2집,3집, 4집 노래들을 기대했고, 또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음악, 또 잠깐이었지만 눈의 피로의 곡도 기대했다. 한받이 없는 한받공연을 봤다. 아마 새벽까지 남은 팬들은 뜻깊은 시간을 보냈으려나? 난 그렇게 집으로 와서 다시 밀린 그림들을 그리려고 앉았다. 그래도 공연장에서 오석근 작가님, 이혜인 작가님, 고등어, 봄로야, 원종은 후배님, 유창창 작가님도 만나고, 또 영화감독 환님도 만났다. 다음 공연은 정말 담백한 그의 노래, 그의 공연을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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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Music2012. 11. 7. 01:11

개인적으로 많이 기다렸다. 페이스북으로 예전에 알게 되었던 권명국 감독님이 한받님의 뮤비를 제작한다고 해서 신이 났었다. 난 처음 한받님이 아마츄어 증폭기 활동을 했던 시절부터 눈의 피로, 야마가타 트윅스터까지 계속 응원하고 있는 팬으로서 이번 뮤직비디오에 대한 감상을 적고 싶다. 한받은 인디씬에서도 보기힘든 자신만의 색을 지닌 자립 음악가이고 굉장히 많은 활동들을 해오고 있다. 그의 음악을 처음 접하면 굉장히 단순하고 쉽게 만든 음악, 혹은 키치해보이려고 노력한 음악처럼 보일수도 있으나...그건 그가 의도한 페이크일지도 모른다. 그의 음악은 그저 가볍게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절대 아니다. 난 그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 마음에 들고, 그의 글과 가사들, 그리고 슬픈듯 슬프지 않은 멜로디가 좋다. 그는 단순한 곡조로 다양한 색을 보여줄 수 있는 뮤지션이다. 마치 여러개의 인격을 가진 사람처럼 극과 극을 달리기도 하고, 너무 가볍기도 너무 진지하기도 하다. 난 그의 그런 자유로운 태도가 좋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행위들이 아닌 자발적인 아이디어와 행동력으로 무장된 한 인격체로서의 그가 좋다.

그런데 한받과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다르다. 그래서 여기서부터 갭이 시작되는 듯 보인다. 야마가타는 야마가타고, 아츄는 아츄고 한받은 한받인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그의 음악이라고 해야하는지 말이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라는 가수의 음악을 몇개의 곡으로 평가할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아쉬운 점은 한가지 있다. 뮤직비디오의 비쥬얼 -특히 장소와 조명, 패션-은 굉장히 맘에 들지만!!! 너-무 '내숭고환 자위행위' 이 노래의 선정적인 제목 위주로 풀어낸 것은 아닐까. 이전의 그의 음악은 가볍지만 온전히 가볍지만은 않은 은유적인 무언가가 내포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음악은 야마가타의 음악이다. 야마가타는 어떤 모습으로 대중앞에 서길 원하고 있는 것일까.

 

 

야마가타 트윅스터 '내숭고환 자위행위'

Music video by Yamagata Tweakster 'My Sublime Onanie'



 

 



제작: 시네마틱 퍼슨


STAFF


프로듀서: 권명국
감독: 권명국
조감독: 송철규, 권혁기
촬영감독: 김익환
촬영부: 이지민, 엄이랑

조명감독: 김선혁

조명부: 김혜경, 이종욱, 조성환, 최편누리

미술감독: 권명국

스타일링: 야마가타 트윅스터(한받), 안데스

편집: 권명국, 김민주

색보정: 권명국, 김익환

스틸 사진: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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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12. 9. 3. 03:58

 

 

 

햇살 좋은 날 _한받의 구루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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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Diary2010. 6. 7. 00:51

한받님의 초대를 받고 홍대에 있는 키친 앤 고다르로 향했다. 이런 자리를 기획하는 겸이와 고은이, 다함씨가 참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갈때마다 흐뭇한 느낌이 든다. 이번은 '일요일의 고다르' 세번째 자리였다. 이번엔 나의 정신적 지주인 한받님이 참여하셔서 더욱 더 기대가 컸다.


박다함씨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첫번째는 Recandplay.


REC + AND + PLAY 는 라이브 연주들을 기록하여 비디오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과 그 영상을 공유하고, 텍스트와 함께 그들의 음악을 소개한다.(이전의 것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어쩌면 그냥 단순히 일상적인 풍경에서 혹은, 일상적이지 않은 풍경에서 라이브 공연을 찍어 올리는 것이라고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느낀 그들의 행보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실 고다르 피티를 보기 전 나는 이들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_-;;; 미안합니다. 그간 너무 정신없이 살았어요.) 사이트를 보다보니 영상을 촬영하는데 있어 장소적 제약이 없는 것도 재미있고, 그 특별한 장소가 만드는 소음들까지 음악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것도 재미있었다.(본 음악에 방해받지 않을 정도의 자연스러운 소음들이랄까.) 이들 넷은 이동하는 새로운 차원의 채널을 만들고 있었다. 거기에다 온라인으로 많은 사람들과 공유 하고 오프라인에서 공연+전시도 하니(at 쌤), 이것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나 이 영상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참 좋은 일임이 분명한데, 특히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즐거운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들에게 정말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두번째는 독립 출판을 하는 Look Find Free의 고민구, 최아영씨다. 이들의 진은 에이포 4장을 중철하여 만드는 것인데, 한달에 한번씩 진이 만들어져 지금까지는 8권의 진이 발행되었다. 둘이서 쪼그려 앉아 놋북 앞에서 스탬플러를 찍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이들의 피티를 보면서 살짝 디자이너 슬기와 민의 작업 피티가 스쳤는데 아마도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의 특유의 보링한 느낌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들의 보링함은 잡지에 진솔하게 담겨져 한자 한자 세심하게 글을 읽어보게 한다. (나도 이런 류의 글들을 참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내 주변의 회화 전공 친구들이 만드는 진들은 우선 이미지와 컬러에 좀 더 집중하는 반면 이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매우 일상적이고 많이 통용되는 주제를 다루기 때문인 것도 같다. 가볍지 않아 좋다. 이 8권의 정기간행물이 한권의 책으로도 만들어진다니, 그 책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기대해봐야겠다. 바로 위의 사진은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의 전시 장면이다. 벌써 쿤스트할레에서의 내 쇼케이스는 작년이 되어버렸다. 윽. 시간이 빠르기도 하지. 


세번째는 전방위아티스트 한받(아마츄어 증폭기)이다. 한받씨는 97년도에 만든 영상과 논밭공연, 스리랑카에서 온 친구가 찍은 아마츄어 증폭기의 다큐멘터리, 사계절 스픈사 뮤직비디오를 상영했는데, 나의, 아니 2003년 결성된 퇴물밴드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던 논밭공연을 한번 더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때의 우리는 친구들과 함께 아마츄어 증폭기를 신으로 모시며 정신적 지주임을 확고히 했다.(근데 사실 퇴물밴드 중 다 그랬던 건 아니고, 나와 언슝 둘이서만 난리치고 다녔던 것 같기도....-_-) 부모님 집이 강원도에 있다는 것을 빌미로 기타를 들고 집에 갔을 때, 집 앞 논밭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영상은 없지만 증인은 있다. 증인은 엄마.ㅋㅋㅋ 엄마가 내 모습을 보고서 어찌나 배꼽을 잡던지. 아무튼, 그런 추억이 담긴 논밭공연은 지금 봐도 역시나 최고였다. 그리고 아츄의 다큐는 1년 전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상영했었는데 그때 보러 가지 못했다가 이번 기회를 통해 보게 되어서 너무 기뻤다. 밥을 먹다가 기타를 치는 모습이 너무 천진난만하고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설명이 필요없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수성랜드 음반의 사계절 스픈사. 그 노래를 들으면 매번 가슴이 절절해지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고 매번 그렇다는 것만 기억에 있다. 그래서 음악으로 사람을 절절하게, 그것도 들을때마다 매번 절절하게 하는 아마츄어 증폭기는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예술가다. 음유시인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렇게도 말하더라. 노래가 순수한 척 하는 것 같아서 싫다고. 뭐 어쨌거나 생각하는 건 자유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한받의 기록과 음악적 태도를 조금만 더 알고 이해하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한받은 자위-자각-자립의 형태로 아마츄어 증폭기가 발전했다고 말한다. 순수한 척이라는 느낌은 아마 자위나 자각의 전단계에서 느꼈던 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결혼을 시작으로 사라진 아츄가 다시 부활하는 때는 언제가 될런지?ㅎㅎ
 


4장 구입한 수성랜드 앨범을 작년부터 고심하면서 주변의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었는데, 마지막 1장의 주인공이 누가될지 생각하다가 겸이에게 넘기기로(?) 결정했다. 잘 듣고 음악 감상평 써. 영화 작업에 도움이 될지도.^^ 네번째 고다르 포스팅은 다음 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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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