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출간 된 한강의 소설을 이제야 읽었다. 난 <채식주의자>나 <소년이 온다>보다 <희랍어 시간>을 더 좋아했다. 책을 읽는 순간부터 이미지가 끊임없이 허공에 떠 있고, 뭔지 모를 아득함과 그것을 통과하는 온기가 느껴지는 그런 글들을 좋아했던 것 같다. 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초반을 읽었을 땐 약간 희랍어 시간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뒤로 가면 갈수록 심장이 조여오고 숨이 잘 안쉬어질 정도로 소년이 온다보다 더 강렬하게 강한 뭔가가 심장에 쿡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여서 내 머리를 한손으로 받쳐들고 끝까지 읽었더랬다. 한강이라는 작가의 글빨은 누구든 다 아는 사실일테지만 이런 종류의 책은 아무리 글빨이 좋다 해도 절대 쉽게 쓰여질 수 없다는 것, 정말 온 몸의 사력을 다해 썼다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팩트다. 사서 읽지 않은것이 매우 후회될정도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마음이 시렸다. 그리고 이 작가가 이 소설을 쓰기위해 감내한 힘든 시간들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진정 고통에 도달하는 길은 고통 뿐이구나. 작별하지 않고 작별할 수 없는 시간들을 계속 살아가야 하는 현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좋은 소설이었다. 깊은 울림을 주는 그런 소설. 보석처럼 반짝 반짝 빛난다.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과 우연들 _김초엽 (0) | 2023.04.14 |
---|---|
고대 이집트 해부도감(완전 추천) _사심 가득 리뷰.^^ (0) | 2022.12.07 |
서고운 작품집 <Outlanders> _국립현대미술관 미술책방 (0) | 2022.08.08 |
루이 알튀세르 (0) | 2022.06.16 |
게르니카의 황소 / 한이리 장편소설 (0) | 2022.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