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감독의 영화를 보았다. 68년 작품이라니 믿을 수 없다. 80분도 안되는 시간인데, 영화 감상은 2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원래 감독이 화가이기도 하고 시인이기도 하단다. 이런 천재적인 감각은 타고나는 것일까. 왠지 영화를 보면서 '조도로프스키' 감독이 이 감독의 작품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추측해보았다. 시인의 일대기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영화는 서사적이지 않고, 이미지 편집 위주로 흘러간다. 자유로운 퍼포먼스, 그리고 너무도 전위적이라서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런 상징적인 구성들과 오브제들이 마구 쏟아진다.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를 정도로. 분명히 처음부터 끝까지 종교적인 내용인데, 종교를 계속 비틀고 부수면서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사이사이에 집어넣었다.
까만 성모마리아 그림, 검은칠을 한 사나이들의 목욕, 붉은 염색물로 몸을 물들이는 수탉, 목이 잘린 수탉, 뱅글뱅글 돌아가는 아기 예수상, 칠면조와 입맞추는 남자, 금색 볼을 던지고 받는 여자, 미이라 위로 떨어지는 잿가루들, 실을 꿴 총알과 다색 레이스, 하늘색 망으로 가려진 마리아상과 저울, 석류를 먹는 수도사들, 죽은 주교의 관주변으로 몰려든 양떼들, 얼굴위에 놓인 불교의 수인 모양, 화살로 예수의 얼굴을 쏴 떨어뜨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 두 아이가 날개를 달고 돌무덤 위에서 지그재그로 뛰어넘는 모습은 이슬람에서 갓 태어난 아기의 생을 빌며 아기위를 7번 건너는 모습과 유사해보였다. 그리고 죽음 앞에선 목이 잘린 수탉들을 풀어놔서 죽을때까지 파닥거리는 모습을 주인공의 죽음과 오버랩 시켜놓았다. 이건 그랜 토리노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마지막 장면 같기도 하고. 이 감독에 대한 오마주인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정말 기이하고 충격적인 60년대 영화 참 잘 봤다. 흥미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