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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고 싶은가? 여행을 하기 위해서라면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나의 육신 혹은 나의 운명이라는 기차를 타고 나는 정거장마다 하루하루 여행을 한다. 창밖으로 도로와 광장과, 사람들의 태도와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그것들은 늘 똑같으면서도 늘 다른, 결국 그것들 자체로 풍경이 된다.
뭔가를 상상하면, 나는 그것을 본다. 내가 여행을 한다면, 무엇을 더 할 것인가? 지극히 나약한 상상력만 있어도 누구나 감각하기 위해서 여행을 할 수 있다. "어떤 길이든, 엔테풀로 가는 이 길도 당신을 세상의 끝으로 데려간다." (토머스 칼라일,<의상철학[Sartor Resartus]>, 제 2부, 제2장. 엔테풀[Entepfuhl]은 주인공인 토이펠스 드뢰크가 청년기를 보낸 마을 이름이며 '거위 연못'이라는 뜻) 그러나 세상의 끝은,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한 번이라도 지친 적이 있다면, 당신이 떠났던 바로 그 엔테풀이다. 사실 세상의 끝은 세상의 시작처럼 그저 세상에 대한 우리의 개념일 뿐이다. 오직 우리 내부에서만 풍경이 풍경이 된다. 그렇게 때문에 내가 풍경을 상상할 때, 나는 그것을 만들어낸다. 내가 풍경을 만들면, 그것은 존재한다.......(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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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무슨 의미가 있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석양은 어느곳에서나 똑같은 석양이다......(중략) 내 안에 자유가 없다면 나는 어디를 가도 그것을 찾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칼라일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길이든, 엔테풀로 가는 이 길도 당신을 세상의 끝으로 데려간다." 그러나 우리가 엔테풀로 가는 길을 모두 통과하여 끝까지 가면 다시 엔테풀로 돌아간다. 우리가 찾은 엔테풀이 우리가 가고자 했던 세상의 끝이기 때문이다.
불안의 책, 페르난두 페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