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14. 6. 3. 17:07

소설가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를 읽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이십대가 떠올라 케케묵은 편지함도 열어보고, 이별의 순간에 내게 보내줬던 연인의 마지막 쪽지, 십년전의 이메일을 들춰보기도 했다. 김연수 작가의 글은 솔직하고 섬세하면서 통찰력이 있다. 읽다보면 별거 아닌 문장들인데 왠지 잘 정리를 해서 풀어주는 느낌이랄까. 그는 소설을 쓴다기보다는 소설을 쓰기위해서 닥치는대로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고 했다. (모든 취업은 위장 취업이었다고.ㅋㅋㅋ) 이 나라에서 전업작가가 되는 일은 대통령 되는 일만큼 어렵다고 말한 문장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ㅠㅠ 그의 글에서 '소설을 쓰다'를 '그림을 그리다'로 바꿔도 내용은 무관하겠다.

그렇게 일을 하며 작업을 병행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절실하기때문에 그 절심함 하나로 버티면서 반복하고. 또, 반복하다보니 그 분야에서 프로가 되어도 힘든 건 어쩔 수 없이 힘든거다. 일과 병행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데 나는 과연 미래에 육아와 일과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을까? 이제는 이런 물음 하나하나에 내가 집중되지 않기위해 애쓰는 일밖에는 답이 없다. 육아는 육아요, 일은 일, 작업은 작업이니. 무엇보다 작업과 가족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잔인한 선택의 순간만 피하고 싶을 뿐이다. 무엇이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을 때 잠시 하나에 집중한다고 해서 다른 하나가 포기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어려운거지 불가능은 아니라는 사실을 항상 인지해야만 한다.

 

"사람이 어렸을 때는 뭘 잘 모르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아는게 많아지잖아요. 그렇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지혜로워지다가 가장 훌륭한 사람으로 죽을 수 있다면, 그런게 사람이라면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겠지만...지금까지 살아보니까 사람은 시간이 지난다고해서 좋아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빠지지도 않는 것 같아요. 뛰어난 사람들만이 시간이 갈 수록 좋아질 수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빠질 가능성이 더 많아요. 조금만 방심하면 나빠지게 돼 있는 게 인간이거든요. 저도 마찬가지여서 지금 10년 전의 저를 돌이켜본다한들 똑같습니다. 뭔가 다른게 있다면 외부의 일들을 받아들이는 일에서 차이가 나요. 감수성의 측면에서 10년 전보다 지금은 외부의 일들을 덜 받아들이죠. 대신 해석하는 능력은 그때보다 나아요. 결과적으로 거의 똑같은거죠."

 

청춘의 문장들+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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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