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비인간, 삶과 죽음의 경계 사이에 있는 좀비는 바로 그 극대화된 불안과 공포가 머무는 장소다. 그 때문에 좀비는 가장 비천한 것, 곧 줄리아 크릿테바가 말하는 영락물에 값한다. "나도 아니다. 저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아닌 것도 아니다. 내가 어떤 것으로 인식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간과할 수 없는 무의미의 덩어리, 바로 그것이 나를 깨부순다." 영락물은 단지 처열하지 않거나 건강하지 않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영락물은 "정체성, 시스템, 질서를 뒤흔드는 것. 경계와 위치와 법칙들을 무시하는 것, 사이-존재, 모호한 것, 혼합된 것"이다. 이것은 짐승의 육식성과 인간의 신체, 살아 움직이는 생과 부패하고 무기력한 사의 결합인 좀비의 존재가 가지는 근본적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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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강형준 <파국의 지형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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