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19. 4. 18. 18:41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수전손택, 보르헤스, 한나아렌트 다음으로 네번째 말 시리즈를 샀다. 프리모레비의 말은 생전 마지막 인터뷰를 모은 책이라고 해서 정말 꼭 갖고싶었고, 리커버 한정판 주기율표는 예전 책이 너무 안예뻐서 안사고 있었기때문에 (ㅋㅋㅋㅋㅋ) 이번이다! 싶어 바로 구매했다. 실물로 보니 더 예쁘네. 책 살때 기분이 젤 좋다.^^

Posted by goun
books2019. 4. 12. 21:32

멀리 프랑스에 계신 최정우 선생님께 내 책을 보내드렸는데 이런 장문의 글을 남겨주셨다. 감동적이어서 블로그에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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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고운 작가의 작품집 <Outlanders>가 출간되었고, 서고운 작가는 감사하게도 머나먼 이곳의 내게까지 이 소중한 책을 친히 보내주셨다. 그가 이 작품집의 출간 예정을 알려주셨을 때부터 개인적으로 손꼽아 기다리며 고대하던 책이었는데, 이렇게 직접 두 손에 소중히 쥐고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겨가며 종이의 물질성을 느끼면서 그의 그림들을 보고 또 그의 글을 읽고 있자니 감회가 새롭다.

문득 서고운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의 작품을 우연히 알게 된 나는 완전히 매료되었고 내가 정말 열광할 수 있는 한 명의 젊은 작가를 말 그대로 '발견'했다고 느꼈다. 그가 2011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를 할 당시 그의 작품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그야말로 무작정 찾아갔고, 때 마침 철수 직전의 작품들을 전시장의 벽과 바닥에 늘어놓고 감상할 수 있는 참으로 드물고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때가 서고운 작가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 이후 다음 해인 2012년에 서울 아트스페이스 H에서 열렸던 그의 전시를 찾아가 매우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음미하면서 그의 작품들을 행복하고 아프게도 뚫어져라 감상했던 기억이 여전히 엊그제 같다. 그러한 일들이 인연이 되어 나는 이후 서고운 작가의 개인전을 위한 글을 쓰게 되었고, 그 글은 여전히 나 자신에게도 아주 뜻깊고 소중한 글로 아로새겨져 있다. 언젠가 출간될 나의 미술론집을 통해 이 글을 보다 많은 분들에게 다시 소개하고 싶은 바람, 계속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다. (아시는 분들은 또 아시겠지만, 그 이후 서고운 작가는 국카스텐의 앨범 아트워크를 작업하기도 했다.)

내가 그의 작품 세계에 매혹되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이번 작품집 <Outlanders>에 작가가 직접 쓴 다음과 같은 글만큼 그러한 매혹과 공감의 이유를 더 잘 설명해주는 글은 없을 것 같아서 그 글을 그대로 옮겨본다: "스스로를 위협하고 파괴하려는 것들과 끊어지지 않는 고통의 악순환들로 인해 병들고 나약해지는 것들, 죽음과 밀접한 것들이 가진 에너지 모두를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주변을 '목격'하는 자이고, 함께 아파하는 자이고, 함께 행동하는 자이길 바란다. 우리는 결국 모두가 삶의 이방인(outlanders)이다. 우리는 주변을 너무 쉽게 방관하고, 어두운 진실을 대면하지 않으며, 고통의 표상들을 보기 꺼리는 자들이 된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지만 회피하고 관찰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편하고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 그것들을 오롯이 대면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안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러한 서고운 작가의 인식은 내게도 똑같이 절실하게 중요한 것인데, 이는 사실 내가 <사유의 악보>를 쓸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힘겹게 글을 쓰는 와중에도, 언제나 견지했던 원칙이자 또한 여전히 견지하고자 하는 다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원칙과 다짐을 일견 쉽게 말하고 들을 수 있지만, 그것이 이해 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고, 또 그렇게 우리가 우리 자신과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서고운 작가의 다음과 같은 글 또한 매우 크게 공감하며 여러 번 소리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왜 이곳에 이토록 오래 앉아 있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 녹아버린 뼈들을 그리고, 내 스스로를 익사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 휘휘 젓고 저어 보아도 어두움뿐인 그 공간에서 나는 무엇을 그리고자 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것은 그 자체로 또한 나의 질문이기도 하다. 나 역시 그렇다. 여전히 나는 묻고 있다, 나는 왜 이 어둠 속에 오래 앉아 여전히 아무도 듣지 않을 소리를 작곡하고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을 집필하고 있는가. 그 질문이 끝나는 곳에서 또 다른 대답이 시도되고 시작되며, 그 대답은 다시 또 다른 질문이 된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곳에, 언제나 누군가가 있다. 그리고 그저 일부분이나 소수처럼 보이는 그 '누군가'는, 아마도 거의 항상 '모두'일 것이다. 이 '아무도 아닌 모두', 나 역시 그 모두의 부분이자 그 부분의 모두로서, 여전히 계속해서 묻고 대답하면서, 그렇게 쓰고 또 쓰고 있다.

하여, 서고운 작가의 계속되는 작업, 그의 예술적 행보를 언제나 응원한다. 그리고 <Outlanders>의 출간을 그 누구보다도 열렬히 환영하며 축하한다. 부디 보다 많은 분들이 이 작품집을 구해 서고운 작가의 작품과 글을 보고 읽으며 그의 예술에 나와 함께 아파하고 또 열광했으면 하는 바람, 소중히 전해 올린다.

*덧붙여, <Outlanders>의 또 다른 감동은, 내가 열광해 마지않는 또 다른 예술가 장파 작가의 글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점인데, 장파 작가가 서고운 작가의 이번 작품집에 수록한 글 역시 바로 위의 질문, 곧 '화가의 욕망'에 대한 질문, 다시 말해서 '그림을 왜 그리는가' 혹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둘러싸고 핍진히 그리고 절실히 전개되고 있다. 이 글의 일독 역시 강력하게 권하는 바이다.

— 襤魂 최정우, 合掌하여 올림.

Posted by goun
books2019. 4. 9. 18:02

​루미 시집이 원어 번역본으로 나왔다길래 부랴부랴 구입. 시공사 정말 열일한다! 짝짝! 마스나비 완권으로 다 번역해주시면 안되나요... 플리즈... 정말 책도 너무 예뻐서 아껴서 읽고싶은 마음이 든다. (디자이너님 혹시 콘야에 다녀오신거 아닌가욤, 컬러가 콘야에서 많이 봤던 컬러인데.ㅋㅋㅋ) 2010년에 터키 부르사에서 수피의식 보고나서 메블라나교가 궁금해졌었고, 그때 현지에서 만난 일행들과 다 빠이빠이하고 나 혼자 콘야로 갔었다. 콘야는 메블라나교 발생지이자 매년 순례자들이 루미의 묘를 보기위해 가는 곳이었고, 메블라나 박물관에는 꼭 꼭 들러봐야지 했다.

콘야에 도착하자마자 여행안내소 같은곳을 찾아갔었는데, 거기서 메블라나교의 교리가 써져있는 종이랑, 수피즘 음악 씨디랑 디비디랑 막 주셔가지고 지금도 가지고 있다. 근데 그 교리를 읽어보면서...역시 종교는 하나다. 신은 하나다.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메블라나 박물관에는 루미의 묘 뿐만 아니라 메블라나 영묘와 그의 가족들 묘도 있었고, 예쁘게 장식된 관 앞에서 정말 슬프게 우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루미에 대해 잘 몰랐고, 수피교에 대해서도 잘 몰랐지만 그냥 그때 그 엄숙하고 경건하던 느낌때문에 나도 같이 따라 울뻔했다. 한국에 와서 이쪽에 계속 관심이 있었기때문이었는지 페르시아어를 말하고 읽을 줄 아는 나의 까탁 스승님을 만나게되었고, 누리샘은 이란에서 수피 공부를 하고 오신 분이었다. 콘야도 갔다 왔다고 했고. 그래서 한국에서 이렇게 비슷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기도 참 어려운데 신기하다고 생각했을 때, 생일을 여쭤보았고 나와 생일이 똑.같.았.다. 나는 그 샘께 꼭 루미 시집을 번역해보셨음 좋겠다고 이야기하곤 했는데(그 샘 블로그에 루미의 시들이 많이 번역되어있다) 아직은 출판까지는 생각을 안하시는 것 같아 좀 아쉬웠었다. 시공사에서 이렇게 루미 시집을 번역해주시니, 나는 누리샘의 번역본 책도 너무 궁금해진다.(번역자에 따른 표현 방식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루미의 시는 정말 아름답게 번역을 한다해도 그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기 어려울 것 같은데말이다. 그래서 책 첫장에 쓰여진 번역가의 말에 너무 깊이 공감한다. 힘들어서 많이 우셨다고...ㅠㅠ

이제 아껴서 읽어야겠다. 고맙습니다 시공사~ 

한나아렌트 책을 사고 출판사 페북 이벤트에 슬쩍 댓글을 달았는데 에코텀블러 당첨이됬다. ㅋㅋㅋㅋㅋ 나는 책 관련 당첨이 진짜 너무 잘돼! 신났다! 무라카미하루키의 에세이도 너무 읽어보고 싶어서 구매. 그리고 아니 에르노 신간도 넘 기대된다. 아으 책들은 왜케 다 이쁜건지! 책만 읽고 영화만 보고 살면 나는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가끔해본다. 책과 영화는 내 개인작업과 타투에 미안할정도로 미치게 좋아하는 일들이다. :)

Posted by goun
books2019. 3. 14. 01:15

요즘 내가 지각 한번 안하고 가장 열심히 하는 건, 독.서.모.임! 한주에 거의 한권씩 읽고, 단편-장편-중단편-장편 이런 식으로 골고루 읽는다. 모두 다 여성 작가의 책들인데, 난 여성 작가들이 쓴 SF 소설의 장벽이 이렇게나 높은 줄 몰랐다. 어슐러 르 귄의 ‘어둠의 왼손’은 어려운 지명들때문에 필기를 10페이지나 하며 힘들게 읽었고, 팁트리의 책도 쉽지 않았지만 영화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들로 완전 소오름... 양성구유, 염색체의 변이, 생물학적 성, 시공간의 변화,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경계에 있는 모든 것들, 유토피아즘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 민족, 국가, 사회의 개념 변화 등등 너무나 많은 다양성을 포괄하고 있어서 70-80년대에 쓰여졌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계속 이런 류의 책들을 접하고 있으니, 신기한 꿈도 자주 꾼다. 그리고 얼마전 본 경계선(Border)이라는 영화는 근래에 들어 본 가장 충격적인 영화였다. 아작 출판사가 계속 SF책을 내주고 있어서 우리의 모임은 쉽게 끝나지 않을거라는 믿음이 생긴다.ㅎㅎㅎ (아작 출판사 사장님 흥하세요!!!)

어제는 드디어 내가 모임 첫주에 추천했던 박문영 작가님의 ‘사마귀의 나라’를 읽었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나는 이미 세번째 읽은 책이다. 한국소설을 거의 읽지 않던 내가 정말 우연히 이 소설을 읽게 되었었고, 그 계기로 한국소설에 대한 나의 편견들이 깨졌다. 그 만남이 조금은 운명 같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너무 개인취향이라 이 책을 처음 접하신 분들은 놀라기도 하셨지만-ㅎㅎㅎ)

‘사마귀의 나라’라는 이 책은 현재는 절판이 되어 볼 수 없는데, 나는 초판도 가지고 있고, 작가님을 직접 만나 싸인도 받았다. (히히) 책 내용은, 방사능과 오염물질들로 인해 피폭되어가는 기형의 인간들이 사는 섬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사마귀가 주인공이라 생각했었는데, 여러번 읽다보니 사마귀가 살고있는 섬 전체가 주인공인 디스토피아적 소설이었다. 그건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이곳이 될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 실제로도 함께 모임을 하고있는 분의 가족이 원자력 발전소 근처에 사시다가 갑상선 암에 걸리셨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이건 그저 2083년, 우리의 다음 혹은 그 다음 세대, 근 미래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사마귀의 나라'는 짧은 문장들이 엄청나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장황한 묘사 없이도 엄청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아주 묘하고 비참하고 흡입력 있는 소설이다.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은, 유일하게 임신을 하고 있는 이라는 여자와 궁의 아들 사마귀, 그 섬의 이장같은 위치인 백씨, 백씨의 딸인 8개의 눈을 가진 팔룬, 검은색 이빨을 가진 이빨, 그의 여동생인 반점, 궁이 낳은 아이인 성기가 없는 무무, 다리 등 신체적 특징이 이름이 되어버린 자들이다. 그중에서 내게 가장 이입이 되었던 건 '반점'이었다. 폐쇄되고 버려진 그 안에서도 가장 주체적인 선택을 하고 자기의 의견을 말할 줄 아는 아이. 결국 모든것이 파국으로 치닫게 되지만, 해피하지 않은 상황에서 해피엔딩을 그린다는 건 기만인 것 같다고 나 또한 느꼈기에 결말이 맘에 들었다. 왜 아무런 희망조차 상상할 수 없냐고 반문하는 분도 계셨지만, 파국의 끝에서 비로소 파국의 전복이 가능하고, 그렇기때문에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도 있는것 아닐까 생각한다. 굳이 그것이 아름다움으로 종결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작은 깨달음 같은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이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죽음이라는 것, 주변에 벌어지고 있는 작은 일들에 귀기울이는 것, 다름을 이해하고 타자를 존중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죄를 저지르고 있으니.......

독서모임 때마다 매주 심도있는 이야기들, 색다른 의견들을 들을 수 있어서 마음이 풍요롭고 외롭지가 않다. 철학 스터디나 다른 독서모임에서 느꼈던 중압감이나 쓸데없는 논쟁들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모임을 하는 경우, 항상 목소리가 크고 말빨이 센 남자가 그 모임을 주도하곤 했었는데, 그때 느꼈던 답답함과 지릴멸렬함이 나는 싫었던것 같다. 지금 이 모임에 계신 분들은 다들 어찌나 박식하신지... 노트에는 읽어야할 책, 봐야할 영화나 다큐들의 메모가 빼곡히 쌓여간다. 이러한 시간들의 쌓여감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그냥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 활자를 마주하고 곱씹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독서모임은 올해 가장 잘한 일. 5년만에 나온 박문영 작가님의 신간 '지상의 여자들'도 샀으니, 아껴두지 말고 읽어야겠다. 사마귀의 나라 이후 어떤 글들이 펼쳐질까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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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
books2019. 2. 15. 21:17

​드디어 저의 출판사 <오컬트 프레스 occult press>의 첫 책인 <Outlanders>가 네이버 책에 등록되었답니다. 제 이름을 네이버에 검색하면 인물, 전시정보만 떳었는데, 이제는 책도 뜨니까 기분 너무 좋네요. 그리고 작년에 제 글이 실린 문학동네 계간지도 함께 뜹니다.ㅎㅎㅎ 뿌듯.^^ 올해에는 매체와 형식을 바꿔서 새로운 작업 실험도 하고, 다음 출판물 계획도 세우고, 전시 준비도 하려고 해요. 일단, 책들은 독립 서점에 입고를 할건데, 입고를 하게되면 다시 공지 하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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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