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19. 5. 1. 14:31

그때 나는 죽음이 두려웠습니다 사람들은 마치 영원히 살아갈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고립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죽고 싶다 생각하며 죽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한편에서는 지금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방식으로 삶을 끝내야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죽음을 선택합니다 계속해서 살아갈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사이 나는 노인이 되었습니다 죽음을 선택하지 않은 노인이 되었지요 나도 한때는 살갗에 이렇게 많은 주름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는데 말입니다

불행한 사람에게 어떻게든 계속해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것을 엄중히 처벌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같은 것 말입니다 혼자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 그런 말을 공연히 내뱉은 겁니다 사회가 개인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자각을 하기 시작한 것도 수많은 죽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죽음에 빚을 지고 살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 나는 다니카와 슌타로를 즐겨 읽었습니다 어느 책에선가 그는 노인들은 이제 인생을 묻지 않는다고 했어요 다만 거기 있는 것으로 인생에 답하고 있다고요 노인의 입장에서 나는 그런 태도가 아주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절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다만 내가 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가끔씩 그의 말을 빌려 되묻곤 합니다 여기에 조금 더 머물러 있어도 되겠습니까

나는 일생을 다해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없을 겁니다 무엇이 나를 중요하게 여긴단 말입니까 언제든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은 편안합니다 행복한 순간이 오면 죽고 싶습니다 그럭저럭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도 보면 우유부단해서일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경우입니다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