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빨래를 돌리는 걸 싫어해서 중간에 세탁기를 멈추었다. 그리고 일찍 잠을 자볼까 하고 누웠으나 2시간 넘게 계속 뒤척이기만 했다. 머릿속이 참 복작복작하다. 오늘은 반이정씨 강연을 들으러 송은 아트 스페이스로 갔다가 결국 1부 강연 끝나고 그냥 발길을 돌렸다. 왕복 세시간 반. 원래도 그리 관심이 없었지만 더 관심이 없어졌네. (강연 제목은 '관계 미학, 메타 회화' 등 거창하게 적어놓고 그냥 저냥 일반인 위주의 강연을 하는 것이었음.) 지금 열리고 있는 한경우 작가의 전시가 참 좋았다. 역시 송은 아트 스페이스는 내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는 것 같다. 송은 들렀다가 박문희 작가님 우연히 만나서 얘기하는데, 곧 장흥으로의 이사를 준비중이었고, 이래저래 좋은 소식도 들리고 왠지 모르게 좋았다. 문희 선배님이 내 도록을 주변 지인에게 보여주었더니 이 작가는 진짜다!라는 말을 했다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괜히 얼굴이 빨개지며 창피하고 민망했다. 좀 더 미쳐야되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게으른 탓이다. 도록도 주변의 지인들에게만 3차 발송을 했고, 다른 갤러리나 미술관으로는 발송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영영 못보내는 건 아니겠지. 요즘엔 일주일에 한번, 두시간. 상상마당에서 독서드로잉 강의를 하고 있는데, 정말 내가 원했던 그런 강의모습으로 처음과 끝이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한다. 꽤 오랜시간동안 수업 준비를 하고, 수강생들과 많은 대화와 교류를 나누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다음주에는 상상마당 서포터즈의 촬영과 인터뷰가 있다. 에고- 무엇보다 나는 제자복이 있는 것 같다. 문화센터에서든, 상상마당에서든, 학교에서든. 좋은 제자들이 있어 내 생활이 풍요로워 지는 그런 느낌이 든다. 다른 건 다 갖춰졌으니, 나만 잘하면 되는 것이다.
불필요한 생각들은 좀 걸러버리고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과천 서울관 전시도 기대했지만 별볼일 없었고, 오늘 강연도 마찬가지. 나이가 들수록 흥미가 사라지는 걸까, 아니면 정말 별로였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부지런하지 못한 까닭일까. 점점 내것, 내 취향만 짙어지기 때문일까. 흥미롭지 않은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아. 안돼!!!!! 그건 비극이다...!
그래도 오늘 하루는 좋은 전시 본것만으로도 대 만족.
4층에 전시된 한경우 작가님의 설치작업 Projected specimen 시리즈이다. 투영된 그림자 모양을 보면 손가락 놀이라고 생각되지만, 뒤로 돌아보면 실제 박제되어 있는 동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시적인 왜곡들, 그리고 형상화된 이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전시임. 전시는 4월 1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