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중이라 손님맞이를 한다고 다른 전시들을 둘러보지 못하고 있다가, 인도 박물관 강의를 들으러 간 곳에서 선배님을 만나고, 길음쪽으로 함께 가는길을 동행하기로 했다. 8년을 다닌 학교 근처이지만 난 이곳을 겉에서 슬쩍 보기만 했지 들어가본적이 없었던터라 전시장을 찾으러 가는길에 좀 애를 먹었다.
한집 건너 매춘이 벌어지고 있던 그 골목길... 이제는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지역이라서 사람도 없고 너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났다. 11년 전에는 전시장 옆 건물에 불이나서 성매매 종사자 여러분이 불에 타 돌아가셨다고 한다. 바깥에서만 문을 여닫을 수 있고, 안에서는 문을 열지 못해서 그냥 그 안에서 돌아가셨다고.ㅠㅠ 그 이야기를 듣고서 전시장 옥상을 통해 옆 건물로 건너가봤는데, 참...말로 설명할 수 없는 처참한 광경들이 나타났다. 2층인데도 자라나는 나무들. 그 나무들만 빼고는 낡은 매트리스들의 검은 흔적들과 버려진 가재도구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죽어있었다. 어떤 큰 뼈다귀도 보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1평도 안되는 방. 다리를 뻗고 자기도 어려울 것 같은 그런 독방에서 그녀들이 생활했을 것을 상상하니 숨쉬기도 어려워졌다. 전시를 그렇게 힘겹게 힘겹게 관람했다.
포스터가 붙어있는 골목. 전시장에 있는 동안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 전시를 보려고 이곳을 찾아왔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이 건물을 쓸고 닦고 전시장처럼 만드는 데, 2톤이 차를 꽉 채울만큼의 쓰레기가 나왔다고 한다. 1층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참여작가인 최선 작가님 왈, 2층은 더 처참하단다...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단을 올랐다.
올라가니 옥상에 단독으로 최선 작가님의 작품이 있었다. 옆으로 들어가니 또 비슷한 여러 방들이 나온다. 이곳은 1층과 비슷했지만 더 비좁고 더 독방같은 구조의 방들이 많았다. 공기가 너무 음습하고 무서운 느낌도 들었다. 그 와중에 작품들은 공간과 너무 잘 어울리고. 이런 느낌을 도대체 뭐라 설명해야할지.
촛불을 켜둔 방들이 여러군데 있었다. 그 촛불방때문에 공기가 따뜻해져서 참 좋았다. 이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넋을 기리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여긴 정말 키 작은 나도 다리뻗고 자기 어려워보일만큼 작았다. 저 조그만 창문으로 바깥 풍경들을 바라보면서 그녀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 그림자와 오용석 작가님의 그림이 잘 어울린다.
그녀!
반대편 계단으로 내려오니 김시하 작가님(기획자이자 참여작가이신)의 작품들이 있었다. 향기가 나는 나무들이 공간안에 있으니 참 멋졌다. 공간과 너무 잘 어울리는 디스플레이였다.
전시장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니, 이곳에 아직 살고 계시는 아주머니가 보였음. 전시는 오늘 오후 5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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