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의 자리> 작가와의 대화는 듣는 내내 흥미로웠다. 4명의 작가와 1명의 협력 기획자가 만들어낸 전시였는데, 뿔에서 시작한 여러 담론들이 만들어내는 질문과 내용들이 재미있었다. '형태'가 도출되는 '선택들'에 대한 여러가지 사유들을 굉장히 여러번의 추상화과정을 거쳐서 드러냈다는 느낌. 그래서 약간은 불친절하고, 과정이 잘 드러나지 않으며, 80% 정도는 작가들을 위한 전시가 아니었나 싶다. 그게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작가들의 의도가 효과적으로, 시각적으로 드러났는지는 관람객의 몫으로 던져놓는. 위의 그림은 노은주+전현선 두명의 합작이다.
너무 급하게 정신없이 보러 갔다 옴. 심래정 작가의 작품.
새 말고 다른 드로잉들도 기대했으나 새 밖에 없었다. 박광수 작가의 작품.
나는 말하는 너를 바라본다. 말하는 너는 나에게 신호를 보낸다. 너를 알아달라고 온 힘을 다해 새빨간 등을 켠다. 깜빡이는 등은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고 마침내 나는 그 열에 휩싸여 순식간에 꽥하고 죽어버렸다.
죽어가는 신체는 열을 낸다. 시들어가는 삶은 괴로운 모습을 한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종류의 염증은 항상 특정한 신호를 동반한다. 이중 열, 표정, 행동은 고통받는 인간의 감각과 감정을 보여주는 신호다. 그러나 이 신호들은 타자에게 온전하게 공감될 수 없다. 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너의 감정을 똑같이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네가 나의 감정을 모두 알아주길 원한다. 네가 나의 신호를 읽고 염증에 공감하며 위로와 구원을 주길 바란다. 그래서 여기, 나는 나의 새로운 신이 될 너를 위해 등에 불을 붙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렴춧한 신호. 불명열이다.(不明熱)이다.
[출처] <불명열>展|작성자 Gallery 175
(전시 내용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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