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아래에서, 가까이에서, 그리고
멀리서 Above, below, close up,
far away
COLLABOMARKET ART COLLECTIONS No.9 GOUN SEO
2016.
8. 24 - 9. 19
나에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평생 풀기 어려운 과제들을 풀어나가야 하는 일종의 자기 증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저
예쁜 것들을 더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짐과 쌓아 올림을 반복하는 '과정'이 곧 나와 내 주변의 현실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회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반복할 수 밖에
없는- 그 과정은 긴 삶의 여정이기도 하다. 나는 매일 추동
하는 에너지들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형태-이미지-로 전환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이 캔버스 안에서 현실에
대한 재현(representation)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
나는
지금까지 죽음과 삶의 경계에 놓인 것들, 사이와 틈에 존재하는 것들을 관찰해왔고, 최근에는 난민과 관련된 이슈들에 집중하게 되었다. 들것에 실려가는
아이, 부서진 건물들, 손,
머리, 표정들, 회색 벽, 연기, 총성들, 붉은
색들, 돌돌 말린 하얀 천들, 부푼 흔적, 구멍, 고통들, 타버린
것과 같은 장면들은 이미 고정되어 버린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장면들을 바라보면서 늘어지고 생기를
잃어버린 인간의 모습과 슬픔의 덩어리들을 자주 마주하곤 했다.
그래서
내 그림 안에서 보이는 살아있는 것(혹은 살아있었던 것)들은
매장되어 땅 밑으로 가라앉지 않고 공기처럼 부유하도록 표현하였고, 반대로 죽은 것들은 바닥에 놓여진 ('조각상'이나 '뼈'들로 표현된) 썩지 않는 물질로서 죽음을 '고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표현하였다. '부유한다는 것'은 존재가 상실된 그들에게 자유로움을 건네고 싶다는
나의 작은 소망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주변의 일들은 당신의 이야기이면서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때때로
우리는 삶이라는 궤적 안에서 시작도 끝도 없이 원을 그리는 행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 많은 무형의
밤들과 무시무시한 악몽과도 같은 일들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위에서, 아래에서, 가까이에서, 그리고 멀리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 과정이 나의 작업이고 나의 삶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