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HALE BLUES

안녕

고소공포증이 너무 심해서 계속 안하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짝꿍씨한테 휘말려서 하게 된 스카이다이빙. 육지와 바다중 고를 수 있었는데, 조금 더 비싸고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멋진 뷰인 노스코스트로 선택했다. '제발 날씨야 좋아라' 하며 기도하고 있었는데 그날 정말 날이 쨍쨍했고, 나와 짝꿍씨 + 외국인들 해서 총 8명이 미니 봉고에 탔다. 도착한곳은 낙하산이 랜딩하는 곳. 수속을 마친 사람은 4명이 1팀이 되어 경비행기 출발지로 이동한다. 14000피트 상공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리는데, 난 다행히 두번째 팀이었다. 슬슬 준비하고 떠나려는 모습인데 앞에 활짝 웃고 있는 애는 본인이 뛰지 않아서 저렇게 해맑은 것이었다.

웃고 있지만 웃는게 아닌 나.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다. 그냥 뭐 될대로 되라지 이런 심정이었는데, 그랬더니 의외로 떨리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에서 첫번째 팀들의 경비행기가 보이더니 사람들이 뚝 뚝 떨어졌다. 이때부터 심장이 쫄깃해지고 공포가 미친듯이 샘솟았다. 나와 함께 뛰기로 되어있던 샘에게 '나는 아크로포비아가 있다'라고 말했으나 딱히 명명할 수 있는 정확한 진단과 증상이 없어 내 얘긴 그냥 공중에 흩어졌다. 엉엉.

첫번째 팀이 떨어지고 다들 '어메이징!'을 외치며 걸어들어오는데 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얼떨결에 경비행기를 탔고, '놀이공원에 가도 난 탈수 있는게 별로 없는데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하고 계속 후회막심. 내가 왜 저렇게 웃고 있었던건지는 알수 없다. 조그만 경비행기가 구름 위 14000피트까지 엄청 빨리 올라가는데, 뒤에서 샘이 저기 무지개가 보인다는 둥, 멋지지 않냐는 둥 말을 걸어도 나는 그냥 고개만 까딱까딱 할 수 있었다. 경비행기에서 난 두번째로 뛰었다. 그런데 내 의지로 뛴게 아니고 뒤에서 그냥 밀친거. 떨어지자마자 잠깐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올해의 포토제닉감. 못생김이 덕지덕지 붙었다.

입벌리고 계속 울고있다. 쌤, 너는 셀카찍니?

도널드 덕이 된 신랑. 어떡하나. 지못미...

구름 속에서는 떨어지는 속도가 체감 200킬로라는데, 정말이지 너무 차갑고 추워서 옷이 젖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뒤에서 쌤이 계속 자세 잡아주면서 숨쉬라고, 고개들라고 그래서 숨을 쉬려는데 숨이 잘 안쉬어지고 해서 목으로 소리를 조그맣게 냈다. 정말 이러다가 죽겠구나 싶은 순간에 낙하산이 펼쳐졌고 그 이후론 너무 대성통곡을 해서 목이 아픈 지경이었고...음. 뒤에서 샘이 괜찮다고 쓰담쓰담 다독다독. 아, 살았구나.

카메라 보고 억지 웃음.

내려오자마자 다리에 힘풀리고 신랑의 빅 허그 그리고 쌤에게도 빅 허그를 하다가 또 엉엉 울었다. 땡큐 쏘 머치 엉엉. 우는 사진 디비디로 찍혀서 정말이지 쪽팔려 미치겠다. 쩝. 옆에서 외국애들이 박수쳐주면서 잘했다고 응원 격려 해주고. 고마웠네.

살아 돌아왔다는 우리둘의 세레모니. 내가 생에 얼만큼의 집착을 가지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지만 우린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도장 쾅. 나같은 사람은 하늘에서 졸도하고 심장마비 걸릴수도 있으니 주의 요망. 스카이다이빙 이후 하루종일 속이 미식미식거렸다. 그래도 나름 해냈다는 뿌듯함에 요즘도 생각날때마다 피식피식 웃는다. 끗!

Manly beach

든

Museum of sydney

둘만 다녔더니 둘이 찍은 사진 중 건질것은 별로 없다. 에힝- 그래도 아름다운 오페라 하우스. 신혼여행 느낌 폴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