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21. 8. 29. 23:17


다들 애정하는 카페 한 두군데쯤 있으실테지만 우리 부부의 마음속 최애 1순위 카페는 바로 여기! 서촌에 있는 <카페 알베르게>다. 2017년 순례길을 걷고 한창 여독이 풀리지 않았을즈음 이곳을 찾았고, 첫 느낌부터 너무 좋았던터라 ‘서촌 볼일 = 알베르게 가야지’ 이렇게 되었더랬다. 그런데 뚜벅이인 나는 아가를 출산한 후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없어 전시 보러 근방에 나가도 후다닥 집으로 돌아오기 일쑤. 계속 가야지!꼭 갈꺼야! 해놓고 몇년이 지났나...ㅠㅠ (아기는 벌써 두살...ㅠㅠ) 근데 그 동안 계속 꾸준히 sns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고 있었기에 사장님과의 인연은 참 신기하게도 잘 이어졌다.
오늘은 세마창고 전시장을 둘러본 뒤, 마음을 먹고 세식구가 이곳으로 향했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여행온것 같은 기분이 들어 설레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사장님. 크흐. 어느 순례자 유투버님이 카페 내에서 촬영을 하고 있어 정신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포르투갈식 타르트에 아기 우유까지 서비스로 주시고 이런 저런 여담도 나누었다. 아기와 순례길을 언젠가는 꼭 가고 싶은 우리. 아기가 크면서 기억을 잘 하게 될때까지 이곳에 종종 들러 엄마 아빠가 얼마나 행복하게 여행을 했는지 아기에게 알려주고싶다. 오늘은 그냥 스페인 알베르게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무지 행복했다. 아기도 나의 표정에서 그걸 읽었는지 잠에서 깨자마자 신이나서 춤도 추었다. 추억 여행 잘 하고 온 날. 카페 알베르게가 오래오래 번성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goun
Works2021. 8. 20. 10:24

'Wor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권통문의 날” 기념전 보도자료들  (0) 2021.09.02
“여권통문의 날” 기념전  (0) 2021.09.02
작업중  (0) 2021.06.24
불면의 밤이다  (0) 2021.06.22
주말에  (0) 2021.06.07
Posted by goun
books2021. 8. 20. 10:20

이 책을 중간정도까지 읽었을 때, 내 마음속에서 뭔가 강한 열정같은게 불지펴지면서 장의사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장의사가 되는 법을 검색하고, 장례학과가 어느 학교에 있는지, 대학원은 있는지 다 찾아봤다... 이 책을 너무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를 좀 바꿔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 왠지 내가 장의사가 되면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도 같았는데 내가 너무 이상적으로 생각을 한건지 주변에서 무슨 장의사냐며 반대를...ㅋㅋㅋㅋㅋ 뭐 내가 당장 한댔나? 그저 공부가 하고 싶어서 찾아봤을 뿐인데.ㅋㅋㅋㅋㅋ

난 이 책에서 자연장에 대한 챕터가 가장 흥미로웠다. 죽은 사람을 그냥 흙안에 넣어서 분해시켜 거름으로 만드는 과정 ㅡ질소 농도가 높은 것들(음쓰나 풀 쪼가리 같은것)을 탄소 함량이 높은 물질들(나뭇조각이나 톱밥)과 섞은 뒤에 습기와 산소를 더해서 미생물 박테리아가 조직을 분해하게하는ㅡ이 굉장히 좋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장례 형태였다. 그냥 흙으로 되돌아가는 것. 그런데 이것을 연구하는 박사도 아직은 완벽히 실험이 끝난게 아니고 아직 연구중에 있어서 시신을 기증받거나 죽은 곰 같은 동물들의 시체로 연구를 더 하고 있다고 한다. 뼈까지 흙으로 만들어 퇴비가 되는 과정을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이뤄질수 있도록 하는게 기술인 것 같다. 뭐 오랜시간 묻어두면 언젠가는 흙이 되겠지만... 많은 분들의 시신이 이곳(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컬로위)으로 가서 시체가 퇴비가 되는 장례를 치르고 조금이나마 자연 환경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인도네시아 토라자에서의 장례 문화(마네네 의식)는 좀 섬뜩했는데, 죽은 시체와 몇년씩 같이 살거나 묻어둔 시체를 3년에 한번씩이었나? 꺼내서 같이 사진도 찍고 기념하는 일들을 하는 것이었다.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것, 경계가 없다는 건 정말 이곳을 이야기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사랑하던 사람의 시체라면 전혀 무서울 것 같지 않다. 그러니까 이렇게 시체를 꺼내어 닦아주는 일도 가능하겠지.

나는 쓸데없이 생명을 연장시키면서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냥 죽을때가 되면 조용히 내 한몸 뉘울 곳에 구덩이를 파고 누워 흙과 하나되어 여생을 끝내고 싶다. 우리 부부는 생을 마치고 싶은 순간이 오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시 걷고난 뒤 스위스에 가서 안락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종종 말해왔는데, 아기가 태어났으니 그마저도 쉽지는 않고. 그냥 산티아고 길에 뼛가루를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길 순 있을 것 같다.

일본 요코하마에서는 라스텔이라는 라스트와 호텔의 합성어인 장소가 있다고 한다. 시신 호텔?! 들것과 일꾼이 타는 엘레베이터가 따로 있고, 냉장 저장실에는 시체를 스무구까지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오호~ 가족실도 따로 있고, 고인의 시체는 나흘 정도 안치될 수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시체를 씻길 수 있는 욕실도 있는데 시체를 씻기고 시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슬픔을 달래는데에 강력한 역할을 한다고 하니, 참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긴. 물건과 이별을 할 때에도 고민을 하면서 며칠 더 가지고 있아볼까 하다가 마음의 정리가 되면 버리는데... 사람은 더 더 그렇겠지. 젊은 여자 장례지도사인 케이틀린 도티는 세계 여러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장례 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 다양한 문화들을 통해서 조금 더 나은 장례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그의 행보가 너무 기대되고 박수치고 싶은 마음이다. 한 인간의 ‘삶의 마지막 길’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멋진일이야~ 그녀의 신간 <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도 너무 재밌게 읽었다!



강추 강추! (옆에 나의 비거니즘 만화도 완전 강추!)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르니카의 황소 / 한이리 장편소설  (0) 2022.06.16
최승자  (0) 2022.05.19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_이정식  (0) 2021.07.19
화가의 말  (0) 2021.03.20
내가 크게 행복을 느끼는 일  (0) 2021.03.12
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