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2021. 8. 20. 10:20

이 책을 중간정도까지 읽었을 때, 내 마음속에서 뭔가 강한 열정같은게 불지펴지면서 장의사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장의사가 되는 법을 검색하고, 장례학과가 어느 학교에 있는지, 대학원은 있는지 다 찾아봤다... 이 책을 너무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를 좀 바꿔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 왠지 내가 장의사가 되면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도 같았는데 내가 너무 이상적으로 생각을 한건지 주변에서 무슨 장의사냐며 반대를...ㅋㅋㅋㅋㅋ 뭐 내가 당장 한댔나? 그저 공부가 하고 싶어서 찾아봤을 뿐인데.ㅋㅋㅋㅋㅋ

난 이 책에서 자연장에 대한 챕터가 가장 흥미로웠다. 죽은 사람을 그냥 흙안에 넣어서 분해시켜 거름으로 만드는 과정 ㅡ질소 농도가 높은 것들(음쓰나 풀 쪼가리 같은것)을 탄소 함량이 높은 물질들(나뭇조각이나 톱밥)과 섞은 뒤에 습기와 산소를 더해서 미생물 박테리아가 조직을 분해하게하는ㅡ이 굉장히 좋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장례 형태였다. 그냥 흙으로 되돌아가는 것. 그런데 이것을 연구하는 박사도 아직은 완벽히 실험이 끝난게 아니고 아직 연구중에 있어서 시신을 기증받거나 죽은 곰 같은 동물들의 시체로 연구를 더 하고 있다고 한다. 뼈까지 흙으로 만들어 퇴비가 되는 과정을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이뤄질수 있도록 하는게 기술인 것 같다. 뭐 오랜시간 묻어두면 언젠가는 흙이 되겠지만... 많은 분들의 시신이 이곳(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컬로위)으로 가서 시체가 퇴비가 되는 장례를 치르고 조금이나마 자연 환경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인도네시아 토라자에서의 장례 문화(마네네 의식)는 좀 섬뜩했는데, 죽은 시체와 몇년씩 같이 살거나 묻어둔 시체를 3년에 한번씩이었나? 꺼내서 같이 사진도 찍고 기념하는 일들을 하는 것이었다.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것, 경계가 없다는 건 정말 이곳을 이야기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사랑하던 사람의 시체라면 전혀 무서울 것 같지 않다. 그러니까 이렇게 시체를 꺼내어 닦아주는 일도 가능하겠지.

나는 쓸데없이 생명을 연장시키면서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냥 죽을때가 되면 조용히 내 한몸 뉘울 곳에 구덩이를 파고 누워 흙과 하나되어 여생을 끝내고 싶다. 우리 부부는 생을 마치고 싶은 순간이 오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시 걷고난 뒤 스위스에 가서 안락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종종 말해왔는데, 아기가 태어났으니 그마저도 쉽지는 않고. 그냥 산티아고 길에 뼛가루를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길 순 있을 것 같다.

일본 요코하마에서는 라스텔이라는 라스트와 호텔의 합성어인 장소가 있다고 한다. 시신 호텔?! 들것과 일꾼이 타는 엘레베이터가 따로 있고, 냉장 저장실에는 시체를 스무구까지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오호~ 가족실도 따로 있고, 고인의 시체는 나흘 정도 안치될 수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시체를 씻길 수 있는 욕실도 있는데 시체를 씻기고 시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슬픔을 달래는데에 강력한 역할을 한다고 하니, 참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긴. 물건과 이별을 할 때에도 고민을 하면서 며칠 더 가지고 있아볼까 하다가 마음의 정리가 되면 버리는데... 사람은 더 더 그렇겠지. 젊은 여자 장례지도사인 케이틀린 도티는 세계 여러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장례 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런 다양한 문화들을 통해서 조금 더 나은 장례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그의 행보가 너무 기대되고 박수치고 싶은 마음이다. 한 인간의 ‘삶의 마지막 길’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멋진일이야~ 그녀의 신간 <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도 너무 재밌게 읽었다!



강추 강추! (옆에 나의 비거니즘 만화도 완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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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