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견을 나누는 장소에서 내가 정말 불편하다고 느끼는 부류의 사람이 있다. 모두가 그렇다 말할 때 '왜?'라고 묻고 싶은데 물을 수 없게끔 하는 사람. 내 의견이 다수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내 의견을 말하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나를 몰아세우며 내 선택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고, 나를 비겁한 사람처럼 치부할 게 뻔한 사람. 실제로 그런 태도를 마주했었다. 소수자에게는 무한히 관대한데, 자신과 의견이 다를 때에는 상대를 가르치려들고, 현실과 타협하는 사람 취급을 하며 공격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사람(이라 믿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관대하다. 나는 내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그 순간에 꽤나 불쾌했고 기분이 나빴다. 나라는 사람이 마치 아무 의견도 없는 사람처럼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던 그 모습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나 존중은 없었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서 이해의 접점을 찾아가는 일이 그렇게나 어려운 일이다. 나의 생각을 말하는 일. 그냥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아 그렇구나. 이게 진짜 어려운 거다.
# 위의 일들은 그나마 좀 순수하다 해야 할까. 실은 많이 배우고 똑똑하신 분들이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본다. 특히나 비판적으로 생각하기가 특기이신 분들은 무엇 하나 허투루 넘어가는 일이 없고, 자신이 아는 많은 지식들+가치관들과 조금이라도 비껴간다 생각이 들면 바로바로 비판해버리기 일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투명한 '잣대'가 생겨버린다. 이것은 마치 어느 누구도 넘어서는 안되며, 누구나 타당하다고 생각해야 해 라는 무언의 어필 같은 거다. 실제로 말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지만, 은연중에 그런 마음들이 흘러나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의도하지 않으면서 공격하게 되는 거다.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그건 그럴 수 있고 이런 식으로 계속 자신만의 잣대를 설정하고 그게 마치 당연한 듯 생각하게 되는 것. 워낙 똑똑하고 아는 게 많아서 도통 말로는 대면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날 때. 그럴 때 나는 정말 불편하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개월간의 기쁨 _단유일기 1 (0) | 2021.04.19 |
---|---|
수요일 (0) | 2021.04.14 |
울음들 (0) | 2021.04.05 |
좋았던 나들이 / 이은경 개인전 <살아지는 나, 사라지는 너.> Gallery Jacob1212 -4.4일까지. (0) | 2021.03.20 |
엄마 노릇 (0) | 2021.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