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개월간 아기에게 매일 젖을 주었다. 아기가 태어나고는 젖이 잘 나오지 않아서 (다른 엄마들처럼) 빨리 단유를 할까 생각도 했었지만 난 그러지 않고 매일매일 젖을 물리고 유축을 하며 아기가 먹는 양이 맞춰질 때까지 노력을 했다. 모유가 잘 나와야 해서 불어 가는 내 몸은 아랑곳하지 않고 밥을 엄청 많이 먹었고, 미역국도 질릴 때까지 먹었다. (맥주도 논알코올로만 가끔 먹었더니 맥주 맛을 잊어버렸다.ㅎㅎㅎ) 그 15개월간 나는 매일 밤 아기를 안고 잠이 들고 새벽에도 1-2번씩 깨서 아기를 안고 젖을 줬다. 아기는 내 품에 있어야 안심을 하고 다시 잠을 잘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아기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었던 너무나 큰 것을 15개월 만에 빼앗는다 생각하니 여러모로 슬퍼졌다. 언젠가는 단유를 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당장 할 생각은 없었는데, 체력이 딸린다 싶던 차에 어린이집에서도 강력하게 권유를 했던 터. 단유를 해야 아기가 밥을 잘 먹을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지금 아니면 더 어렵겠지 싶어 큰 맘을 먹고 단유를 해보자 생각한 것이다.
나는 최대한 아기가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인 곰돌이 단유법을 선택했고, 계속 달력에 하루하루 엑스표를 치면서 이날 곰돌이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아기는 아는지 모르는지 내 얘기를 듣고 곰돌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응? 응? 거렸다. 대망의 단유 날이 되자 아기는 많이 울었다. 배고픈 곰돌이가 먹어야 하니까 아기는 곰돌이한테 양보하자, 아기는 우유도 먹고 밥도 먹고 하니까 양보해줄 수 있지? 하면 아기는 알아들은 것처럼 하고 가슴에 붙인 곰돌이 그림 밴드를 보고는 안녕하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지금까지 먹여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인사해~하니까 허리를 굽혀 인사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슬퍼진 아기는 대성통곡을 하고 내게 빨리 젖을 달라고 손으로 파닥파닥 하며 내 옷을 들추고 울었다. 밤에는 한 시간쯤 울다가 잤고, 새벽에는 깨자마자 젖을 찾았는데 안 주니까 한 시간 반쯤 울었다. 나도 매일 아기를 안고 젖을 줄 때 엄청 행복했는데, 그걸 안 하고 슬퍼하는 아기를 보고만 있어야 하니 너무 슬펐다. 아기와 연결되었던 뭔가를 끊어내는 느낌이랄까. 나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어야 했던 것이다. 아기는 엄마와의 연결을 끊어내며 마음이 많이 아프고 슬프겠지... 나 또한 그렇고. 주변 사람들은 왜 여태 주고 있냐며 주지 말아라, 며칠 울리면 된다 하지만 막상 아기를 보고 있으면 그게 정말 어렵다. 그래도 어제오늘 많이 힘들었는데 젖을 다시 물리지 않았다. 슬픈 마음이 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아기를 꼭 안고 토닥토닥해주고 달래주었다. 아기의 닭똥 같은 눈물이 줄줄 떨어질 때 보고 있기가 힘들지만 내일도 내일모레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나 자신에게도 토닥토닥해주고 싶은 심정.
# 아기가 크면 이때의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몸은 힘들었지만 너무 좋았던 시간으로 기억할 것 같다. 아기는 너무 작고 좋은 냄새가 난다. 손을 잡고 있으면 작은 손톱들을 하나하나 매만지게 되고, 가녀린 팔과 손목을 잡으면 너무 얇아 으스러질 것 같아 조심조심한다. 아기는 기억하지 못하는 그 시간들을 나는 평생 기억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어떤 장면들은 너무 또렷하고 생기 넘치게 기억할 것이다. 아기가 젖을 먹으며 웃을 때, 젖을 문 입으로 갸릉갸릉하며 내는 웃음소리는 어떤 것도 흉내 낼 수가 없다. 그 작은 손으로 만지작하면서 내 심장 가까이에 손을 대거나 어떨 때는 아기의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잡는다. 너무 큰 행복감으로 가득한 얼굴로 사랑한다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어제도 울면서 내 볼에 자신의 볼을 비비고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어깨를 빨고 있었다. 사랑하는 내 아기. 최대한 마음이 다치지 않게 단유 하고 싶다. 아기에게 좋았던 시간으로 남기 위해서.
# 새벽까지 우는 아기를 달래고 어린이집에 보낸 뒤, 지친 마음으로 작업실에 와서 넷플릭스 영화 MAMA를 보았다. 슬픈 장면들이 몇개 있었는데, 죽어서도 아기를 잊지 못하는 엄마 귀신은 끝까지 유골이 된 아기 시신을 안고 서럽게 울었다. 이제는 이런 영화를 보는 게 너무 힘이 든다. 그냥, 아, 엄마니까 저렇겠지 이렇게 감정이 끝나버렸던 예전과는 달리 그 엄마와 같은 심정이 되어 함께 울게 된다. 며칠 전 세월호 7주기였다.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는 추모를 하는 피드를 올리는 것 마저 너무 미안해졌다. 그 엄마들을 어떻게 살고 계실까. 감히 생각도 하지 못하겠고 말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기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더 이상 아동학대 기사들을 읽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지켜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너무 미안하다. 이렇게 나의 단유 이야기는 사과로 마무리... 내일은 아기를 더 더 사랑해주어야지.